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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재구성] 아! 산체스, ‘참혹한’ 한 이닝 최다 실점

기사입력 [2018-08-13 11:52]

이보다 더 끔찍할 수 없다. 선발 투수가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속절없이 와르르 무너졌다. 불명예의 주인공이 SK에서 믿고 맡기는 선발 투수 산체스였기에 더 큰 충격이었다.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참극’이 벌어졌다. 올 시즌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면서 에이스 역할을 해내고 있던 산체스가 12일 KIA전에서 뭇매를 맞았다.

 

11명의 타자를 상대로 35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아웃 카운트는 딱 1개 밖에 잡지 못했다. 0.1이닝 동안 홈런 3개를 포함한 8안타와 볼넷 2개, 실책 1개가 겹치면서 무려 10점(9자책)을 내줬다. 아무리 2루수 최항의 송구 실책이 있었다지만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 었다.

 

산체스 20180407.jpg

▲ SK 산체스가 12일 KIA전에서 1이닝도 버티지 못한 채 수모를 당했다. 1회에만 10점을 내줘 한 이닝 최다 실점 타이와 선발 투수 1회 최다 실점 신기록의 불명예를 떠안았다.  

 

KBO리그 사상 선발 투수가 1회에 내준 최다 실점 신기록이자 역대 4번째로 한 이닝 최다 실점을 기록했다. 종전 '선발 투수 1회 최다 실점'은 심수창이 2006년 9월23일 LG 유니폼을 입고 잠실 두산전에서 기록한 9점이었다.

산체스는 앞선 등판이었던 지난 7일 삼성전에서도 3이닝 만에 홈런 2개를 포함한 10안타와 볼넷 3개로 8실점(3자책)하며 패전의 멍에를 썼다. 그 때도 3-3 동점이던 3회초 유격수 김성현의 실책이 나오면서 크게 흔들렸다.

 

산체스에게 찾아온 불명예 기록은 마치 파도 같았다.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또 밀려왔다.

 

# 불행의 시작은 볼넷, 2018년 8월 12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

 

SK 선발 산체스는 교과적인 투구 폼을 지녔다. 제구가 안정적이고, 시속 150km를 웃도는 빠른 공을 던진다. 앞선 경기까지 8승을 올리면서 3점대 방어율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다.

 

                           ◈ SK 산체스 2018 성적과 최근 10경기 등판 일지

산체스 10경기.jpg

 

그러나 산체스는 이날 첫 상대였던 KIA 1번 버나디나부터 살짝 흔들렸다. 조금스럽게 승부했다. 공이 조금씩 스트라이크 존에서 빠졌다. 결국 버나디나를 스트레이크 볼넷으로 내보낸 것이 ‘대형 참사’를 불러올 줄 누가 알았으랴.

 

전체적으로 공 끝의 힘이 살짝 떨어졌고, 제구 역시 높은 쪽으로 몰리는 경우가 많았다. 큰 것을 맞을 수 있는 징조인 셈이었다.

 

2번 이명기는 몸쪽 직구를 정확하게 잡아당겨 우익수 앞으로 굴러가는 안타를 만들었다. 무사 1, 2루. 얼마든지 찾아올 수 있는, 언젠가 경험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3번 최형우의 타구를 처리할 때 터졌다. 최형우의 타구를 철저하게 분석한 벤치에서 2루수 최항의 수비 위치를 1루 쪽으로 좀 더 치우치게 이동시켰다. 적중했다. 최형우의 땅볼 타구가 2루수 최항의 정면으로 굴러왔다.

 

최항의 눈에 1루 주자 이명기가 휙 지나가는 모습이 들어왔다. 재빠르게 몸을 2루 쪽으로 틀어 유격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 플레이를 시도하려고 공을 던졌다.

 

아뿔싸. 2루로 들어오는 유격수 김성현에게 던진 공이 낮았고, 옆으로 비껴 나갔다. 송구가 3루와 좌익수 사이의 담장까지 굴러갔다. 좌익수 노수광이 백업 수비를 펼쳐 공을 잡았을 때 이미 2루 주자 버니디나는 홈을 밟았다. 1루주자 이명기는 3루, 타자주자 최형우까지 2루에 안착했다.

 

산체스가 0-1로 뒤진 채 무사 2, 3루의 위기로 내몰렸다. KIA 타선이 집중력을 보였다. 4번 안치홍은 초구를 툭 밀듯이 때려 1루 선상을 타고 우익선상까지 굴러가는 2타점 2루타를 터뜨렸다. 5번 김주찬도 초구를 가볍게 밀어쳐 무사 1, 3루를 만들었다.

 

산체스 피칭 20180725.jpg

▲SK 선발 산체스가 12일 KIA전에서 1회초 첫 타자 버나디나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무사 1, 2루에서 2루수 최항의 송구 실책까지 겹쳐 와르르 무너졌다.

 

산체스는 6번 나지완을 좌익수 플라이로 솎아내 한숨을 돌리는 듯했다. 7번 이범호를 상대할 때는 초구를 던지기 전에 1루 주자를 견제하면서 숨 고르기도 했다. 초구 볼, 2구 파울.

 

산체스는 3구째 시속 138km짜리 변화구를 낮은 스트라이크존으로 던졌다. 그러나 이범호는 자연스런 중심 이동과 함께 정확한 임팩트로 타구에 힘을 실었다. 왼쪽 담장을 넘어갔다. 시즌 15호째 3점포.

 

순식간에 6점까지 내줬다. 그래도 SK 벤치는 움직이지 않았다. 힐만 감독은 산체스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

 

이번엔 8번 김민식까지 산체스를 괴롭혔다. 초구 파울에 이어 끈질기게 승부했다. 결국 8구까지 끌고가 볼넷을 얻었다. 또 볼넷이 화근이었다. 산체스가 타자와의 승부에만 신경을 곤두 세우는 사이 1루 주자 김민식은 9번 김선빈의 타석 때 2루 도루까지 성공했다.

 

6-0에서 계속된 1사 2루에서 9번 김선빈은 1타점 우중간 적시타를 날렸다. 타순이 한 바퀴 돌았다.

 

7-0에서 다시 1번 버나디나. 볼 카운트 2-2에서 6구째 시속 152km짜리 높은 공이 들어오자 힘차게 당겨쳤다. 쭉쭉 뻗어나간 공은 오른쪽으로 노란 폴대 중간쯤을 맞고 관중석으로 떨어졌다. 시즌 18호 우월 2점포.

 

산체스는 멍했다. 9-0, 허탈했다. 2번 이명기에게 초구를 던졌는데 또 높았다. 이명기가 놓치지 않았다. 딱 하는 순간 타구는 외야 담장 너머를 향하고 있었다. 시즌 4호 우월 1점포로 시즌 6호째 연속 타자 홈런을 기록했다.

 

1회 홈런 퍼레이드 20180812.jpg

▲ KIA 타선이 12일 SK전에서 1회부터 폭발했다. 3-0으로 앞선 1회초 1사 1, 3루에서 터진 7번 이범호의 3점포를 시작으로 1번 버나디나, 2번 이명기(위로부터)까지 홈런 3개를 포함한 8안타와 볼넷 2개, 실책 1개를 묶어 대거 11점을 뽑았다. 

 

10-0. SK 벤치가 움직였다. 산체스는 내리고 3번 최형우의 타석부터 최민준을 올렸다. 산체스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치욕이었다.

 

KIA는 1회초에만 15명의 타자가 일순하면서 홈런 3개를 포함한 8안타와 볼넷 2개, 실책 1개를 묶어 대거 11점을 뽑아내면서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결국 총 25안타를 폭발시키면서 21-8로 크게 이겼다.

 

# KIA의 함박웃음 - SK 2연전 타선 대폭발, 총 홈런 12개 49안타

 

KIA는 지난 11일과 12일 인천 행복드림 구장에서 펼친 SK와의 주말 2연전에서 총 홈런 12개를 포함한 49안타로 43점을 올렸다. 방망이가 무척 뜨거웠다.

 

특히 산체스를 무너뜨린 12일엔 풍성한 의미있는 기록도 만들었다. 1회초 산체스를 뒤흔들어놓는 결정적인 한방을 날린 베테랑 이범호는 홈런 3개로 5타점을 추가하면서 역대 8번째로 개인 통산 1100타점(13일 현재 1103개)을 넘어섰다.

 

이범호는 개인 통산 2번째 한 경기 3홈런도 기록했다. 1회 좌월 3점, 2회 우월 1점으로 개인 통산 8번째 연타석 아치를 그린 뒤 5회 좌월 1점 홈런까지 터뜨려 2009년 4월30일 청주 LG전에서 개인 첫 한 경기 3홈런을 기록한 이후 9년여 만에 큰 기쁨을 맛봤다.

 

기태 헥터 20180812.jpg

▲KIA 김기태 감독이 12일 SK전에서 대승을 거둔 뒤 공격의 중심 역할을 해낸 이범호(왼쪽)와 선발 투수 헥터와 각각 승리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나지완도 최민준을 상대로 3회 좌중월 3점, 5회 우월 1점포를 날려 개인 9번째 연타석 홈런을 신고했다.

 

5회초 1사 후에 터진 6번 나지완과 7번 이범호의 연속 타자 홈런은 시즌 7호.

 

KIA는 이날 시즌 4호 선발 전원 득점과 안타를 기록한 것은 물론 8개의 홈런을 날려 롯데가 지난 6월17일 인천 SK전에서 달성한 구단 한 경기 최다 홈런(7개)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KIA의 종전 한 경기 최다 홈런은 2017년 7월 5일 인천 SK전에서 기록한 6개였다.

 

# KIA의 ‘수모 주기’, 로치에 이어 산체스까지

 

감독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어떤 투수라도 한 이닝에 3~4점을 내주면 교체를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물며 속수무책으로 난타를 당하면서 7~8점을 빼앗기고 있는데도 그냥 내버려두는 경우가 있다.

 

너무 믿는 것일까, 아니면 ‘엿 먹어 보라’고 방치하는 것일까.

 

선발 최다 실점.jpg

KBO리그에서 최초로 한 이닝에 10점을 내준 투수는 OB 김강익이다. 1987년 9월29일 대구 시민구장에서 열린 삼성전 때 7회에 뭇매를 맞아 ‘한 이닝 최다 실점’이란 불명예의 주인공이 됐다.

 

큰 기대를 모으면서 한화에 입단했던 유창식도 불명예 대열에 합류했다. 2011년 10월4일 부산 롯데전에서 6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속절없이 10점을 내줬다.

 

kt 로치는 2017년 7월8일 수원 KIA전에서 1-1 동점이던 3회초 난타를 당하면서 10점을 내준 뒤 두 번째 투수 배재성으로 교체됐다. 그러나 배재성까지 2점을 더 헌납했다. KIA는 3회초에만 12점을 뽑아 승기를 잡았다. 이날 로치는 2.1이닝 동안 홈런 4개를 포함한 8안타와 4사구 5개로 10실점. 결국 양현종을 선발로 내세웠던 이날 20-8로 크게 이겼다.

 

여하튼 KIA는 로치에 이어 산체스까지 두 차례나 외국인 투수에게 잊지 못할 수모를 안겼다. (이창호 전문기자/news@isport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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