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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극장] 제2의 전성기 맞이한 `지천명의 아이돌` 설경구

기사입력 [2018-06-22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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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025,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제 54회 대종상 영화제가 열렸습니다. 불공정 수상논란 등의 과거와 결별하고 쇄신된 모습으로 거듭나겠다는 대종상 영화제 주최측의 선언처럼 이날 수상 결과는 대체적으로 영화팬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지난 해 대중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택시운전사’(장훈 감독)가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으며, 높은 완성도로 평가받았던 박열의 이준익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했습니다. 박열의 여주인공으로 열연했던 최희서는 여우주연상과 신인여우상을 동시 수상하는 겹경사의 영광을 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이날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는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호명된 설경구였습니다. 범죄액션영화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변성현 감독)에서의 열연을 평가받은 것이지만, 사실 불한당은 개봉 당시 흥행에 실패(관객 93만명)했기 때문에 설경구의 남우주연상 수상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최우수작품상이나 감독상의 경우에는 흥행성적과는 별개로 작품성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하지만 연기상의 경우에는 많은 영화팬들의 공감과 호응을 전제로 삼기 때문이지요


이날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설경구가 호명될 때, 시상식장엔 한바탕 함성이 터져나왔습니다. 열광적인 설경구의 팬들이 일제히 박수치며 환호했기 때문입니다. 유명 아이돌에게나 있을 법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불한당은 마치 천만 영화쯤이라도 되는 듯한 반응이었습니다. 관객 100만 명에도 이르지 못한 영화와 그 영화의 주연 배우를 향한 이같은 팬덤 현상은 실로 놀라운 광경이었습니다


불한당을 통해 보여진 설경구의 모습은 이전의 이미지들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이전까지는 그의 존재를 대중에게 널리 알린 공공의 적’(2002, 강우석 감독)을 비롯해 최근작인 살인자의 기억법’(2017, 원신연 감독)에 이르기까지 대체로 평범한 옆집 아저씨 같은 이미지로 각인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불한당에서는 무쓰를 발라 넘긴 헤어스타일에 몸에 딱 맞는 수트와 넥타이로 한껏 멋을 낸 중년의 섹시가이로 변신했던 겁니다.

그리고 이 변신이 바로 설경구를 지천명의 아이돌이라는 닉네임을 갖게 하는 신분세탁의 기능을 했고, 나아가 2의 전성시대를 열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원래 격식이나 꾸미는 걸 싫어하던 그였지만 연기를 위해 불한당의 섹시한 중년남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이 팬덤을 형성하게 된 것이지요


실제로 불한당과 설경구에 대한 팬덤현상은 영화계 안팎에서도 이변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지난 해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되어 호평을 받고, 필름 마켓을 통해서 80여개국에 선판매되기도 했습니다만 국내에서의 반향은 찻잔 속의 태풍과도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소수의 열혈 매니아들이 똘똘 뭉쳐서 천만 영화부럽지 않은 팬덤문화를 생성시켰으니, 연기경력 25년의 오십대 배우 설경구로서는 감격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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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스포츠코리아 설경구 인터뷰. 

 

설경구의 열혈팬들은 자신들을 불한당원이라고 지칭합니다. 이들은 지난 해 8, ‘불한당이 종영된 지 두 달쯤 후에 서울 연세대백주년기념회관 콘서트홀에서 설경구의 또다른 이름들이라는 주제로 설경구 출연작 상영회를 갖기도 했고, 지난 5월에는 불한당 개봉 1주년 기념 상영회라는 이색적인 이벤트를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불한당개봉 1주년 기념 상영회는 불한당의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가 영화 개봉 1년이 넘도록 변함없이 뜨거운 지지를 보내주는 불한당원들에 대한 감사의 자리로 마련한 행사였습니다. 서울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린 이 상영회에는 15백여명의 참석 희망자들 가운데 추첨에 의해 6백 명이 초청됐습니다. 참석하지 못한 팬들은 불한당페이스북에 무려 2천여 개의 댓글로 응원하는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지요.

설경구로서는 그저 감사하고 기쁠 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갑자기 생긴 팬덤에 당황하여 어쩔줄 모르던 설경구도 이제는 팬들이 팬레터와 선물 등을 보내오거나, 촬영현장에 밥차와 커피트럭 등을 보내오면 팬카페와 DC인사이드 갤러리 등을 방문해서 인증샷과 감사 인사를 남기는 등 지천명의 아이돌로서의 책무를 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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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주연상(박하사탕)을 수상한 설경구와 여우주연상(물고기 자리) 수상자 이미연.

 

사실 설경구가 대종상 등의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건 불한당이 처음은 아닙니다. 연기경력 25년이 말해주듯 그는 한양대 연극영화과 졸업 이후 수많은 영화와 연극작품에 출연했으며, 또 그만큼 많은 성취를 이뤘습니다. 물론 무명의 시절도 꽤 길었지요. 한양대 동문들로 이뤄진 극단 한양레퍼토리에서 연극 심바새메’(1993)로 데뷔한 이후, 극단 학전 대표인 김민기의 눈에 띄어 대학로 최장수 뮤지컬인 지하철 1호선’(1994)에 캐스팅되면서 본격적으로 연기활동을 펼쳤습니다. 특히 지하철 1호선에서는 80여 개의 역할 중에서 단 두 개를 빼놓고 모든 배역을 연기했을 정도로 다양한 연기경험을 쌓았지요.

대개의 연극배우 출신들이 그러하듯 설경구 역시 자연스럽게 영화와 TV드라마에서도 단역이나 조연 등의 연기활동을 병행했습니다. 설경구의 필모그라피에는 90년대 KBS TV의 인기 드라마였던 딸부잣집’(1994)을 비롯해 젊은이의 양지’(1995) ‘첫사랑’(1996), ‘파랑새는 있다’(1997)에 조단역으로 출연했던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이 시기에 영화에도 몇 편 출연했습니다. 5월 광주의 비극을 담아낸 꽃잎’(1997, 장선우 감독)에서 여주인공 소녀(이정현)의 행방을 쫓는 대학생으로 출연했고, ‘처녀들의 저녁식사’(1997, 임상수 감독)에서는 네 명의 여주인공 중 한 명인 진희경의 상대역으로 나와 하룻밤을 같이 지내는 만화가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설경구의 인생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박하사팅’(1990, 이창동 감독)과의 만남이 이어졌습니다. 당시 그는 박하사탕의 주인공 김영호 역 오디션에 나섰다가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오디션 필름을 우연히 들여다보던 이창동 감독의 아내가 적극 추천하여 캐스팅됐지요. 이 캐스팅 일화는 영화계에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만큼 박하사탕의 김영호 역은 설경구에게, “어디서 이런 괴물같은 배우가 나타났지?”라는 찬사를 듣게 한 맞춤 배역이었습니다.

박하사탕에서 그는 IMF로 망한 사업가, 악질 형사, 광주민주화운동 진압군, 순수한 공장노동자 등 40대에서 20대에 이르는 다양한 캐릭터를 광기서린 연기로 표현해내 평단은 물론 관객들로부터도 극찬을 받았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설경구는 박하사탕으로 대종상의 남자신인상과 청룡영화상의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명실상부한 주연배우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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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백술예술대상 시상식에 참석한 '공공의 적'의 설경구.
 

이후 설경구는 폭발적인 연기력으로, 때로는 감정선을 극대화시키는 메쏘드 연기의 내공으로 2000년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배우의 반열에 올랐지요. 2000년대 초반 평단에서는 송강호 최민식 설경구를 묶어 한국영화의 미래를 책임질 트리오라고 일컫기도 했습니다


이중에서도 공공의 적’(2002, 강우석 감독)은 설경구를 연기파 배우에서,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스타배우로 확장시켜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kg이나 살 찌워 걸쭉한 욕설과 깡패보다 더 막가파식의 행동을 서슴지 않는 꼴통 형사 강철중은 영화를 보는 관객의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특히 남성팬들에게 안겨준 카타르시스는, 강철중 캐릭터를 흉내내거나 패러디하는 게 유행될 정도였습니다. ‘공공의 적이 시리즈로 기획되어 3편까지 제작된 것도 모두 강철중이라는 꼴통형사 캐릭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강철중의 캐릭터를 감칠맛 나는 연기로 구현해 낸 설경구 덕분이었지요


공공의 적이 개봉된 2002년에는 광복절 특사’(김상진 감독)오아시스’(이창동 감독)까지 세 편이 공개됐는데, 특히 오아시스의 출연을 위해 체중을 18kg 감량했던 걸 두고 독하다는 소릴 듣기도 했습니다. 좋은 말로 독기또는 승부근성입니다만 가까운 지인들은 똘끼라고들 놀리곤 합니다.

이는 설경구가 한국 최초의 천만 영화실미도’(2003, 강우석 감독)와 부산 사직구장 펜스에 매달려 롯데자이언츠 4번타자 이대호를 비웃던 해운대’(2009, 윤제균 감독) 등을 통해 쌍천만 배우가 된 게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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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대종상 시상식에 참석한 '공공의 적'의 설경구.
 

늘 결핍이 있지요. 배우라는 존재는 새로운 걸 갈구하거든요. 그런데 사실은 항상 새롭지 않은 거 같아서 미치겠더라구요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설경구는 새로움에 목 말라 있음을 솔직하게 고백했습니다. 아울러 분명 배우의 표현에는 한계가 있지만 그래도 최대한 가깝게 접근하려고 노력해야지요라는 각오까지 덧붙였습니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설경구의 필모그라피 가운데 나의 독재자’(2014, 이해준 감독)를 가장 인상 깊은 영화로 꼽습니다. 자신을 북한의 김일성이라고 믿는 연극배우 역할을, 무명의 연극배우에서 독재자 김일성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소름돋도록 연기해낸 장면들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기 때문입니다.(이창세 영화기획 프로듀서/news@isport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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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랑을 놓치다'(2005년, 추창민 감독)에서 송윤아와 포즈를 취한 설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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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스크린쿼터 시위에 참여한 설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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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그놈 목소리'(2007년, 박진표 감독)의 설경구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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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롯데와 삼성의 프로야구 경기에 시타자로 나선 설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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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설경구 송윤아 결혼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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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운대'(2009년, 윤제균 감독) 제작보고회 도중, 재채기하는 설경구의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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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용서는 없다'(2009년, 김형준 감독)의 시사회에 참석한 설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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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장동건-고소영 결혼식에 참석하는 설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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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결사'(2010년, 권혁재 감독)의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설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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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위) 2013년(아래) 스포츠코리아 설경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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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시자들'(2013년, 조의석 김병서 감독)언론시사회에 참석한 설경구의 팬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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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파이'(2013년, 이승준 감독)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설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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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스포츠코리아 설경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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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2017년, 변성현 감독)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설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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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제9회 올해의 영화상'에서 남우주연상(살인자의 기억법)을 수상한 설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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