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의 스포츠산책

[스포츠산책] 영화 ‘쿨 러닝’이 평창에서 현실로!

기사입력 [2018-03-01 17:23]

1993년 개봉한 영화 쿨 러닝(Cool Running)은 아프리카 자메이카 선수들의 동계올림픽 출전 과정에 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감동 스포츠 영화다. 단거리 육상선수인 데리스 배녹은 88서울 올림픽 출전의 꿈을 꾸며 대회를 준비하고, 마침내 대표 선발 대회에 출전하였으나 불운과 함께 탈락의 고배를 마신다. 얼마 후 우연히 단거리 선수가 동계스포츠인 봅슬레이에 강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친구와 전직 금메달리스트의 도움으로 봅슬레이를 시작하게 된다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김연아 선수가 성화 점화를 하기 위해 성화를 건네받고 있다. (김종원 기자news@isportskorea.com)20180209232418360.jpg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김연아 선수가 성화 점화를 하기 위해 성화를 건네받고 있다. (김종원 기자news@isportskorea.com)

 

그러나 겨울이 없는 자메이카에서 훈련 여건이 매우 열악하고, 더욱이 봅슬레이조차 조달하지 못했으나 천신만고 끝에 연습용 장비와 비용을 마련해 캘거리 동계올림픽의 현장으로 떠난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아프리카의 청년들이 놀라운 기록을 세우며 메달권에 근접하는 기적이 벌어질 찰나에 마지막 경기에서 오래된 썰매가 문제를 일으키며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그들은 모두 일어나 썰매를 어깨에 메고 결승점을 통과해 많은 선수와 관중들에게 기립박수를 받으며 대회를 마쳤다. 하지만 그들은 4년 후 또다시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다.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 미국대표팀이 입장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news@isportskorea.com) 20180209235433339.jpg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미국대표팀 입장. 

 

이러한 영화 같은 일이 평창올림픽에도 일어났다. 나이지리아 사바나에서 방문하게 될 썰매 자매들이 첫 번째 주인공이다. 봅슬레이 2인승에 출전하게 된 아쿠오마 오메오가, 세운 아디군, 은고지 오누메레는 모두 육상 대표팀으로 활동하다 이번 올림픽에 참가하게 된 것이다. 고향에서 직접 손으로 만든 나무 썰매에 바퀴를 달아 훈련을 했다고 한다. 또한 참가 경비 마련을 위해 인터넷을 통한 후원 모금인 크라우드 펀딩에 나서 도전을 가능하게 했다.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성화가 점화되고 있다. (김종원 기자news@isportskorea.com)20180209235528606.jpg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성화 점화.

 

또 하나의 주인공은 오세아니아 통가의 타우파토푸아 선수가 있다. 이 선수는 2016 리우올림픽에서 통가의 태권도 선수로 출전한 바 있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크로스컨트리 남자 10km 프리종목의 출전권을 따내 참가하게 된다. 리우올림픽 개막식에서 전통 통가 의상을 입고 근육질의 몸매를 과시하여 일약 개막식 스타로 부상했던 선수가 금번 동계올림픽 출전을 위해 모래와 코코넛이 있는 해변에서 땀을 흘리며 준비해 왔다. 그는 인터뷰에서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가슴 벅차고, 믿겨지지 않는다며 욕심을 부리기보다 평창에서의 겨울과 경기를 즐기고 싶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보여준 세레모니는 전 세계인의 이목을 또 한번 끌었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상의를 탈의한 채 코코넛오일을 몸에 바르고 퍼포먼스를 이어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동계스포츠를 준비하기 어려운 열악한 환경에서 멀리 대한민국을 찾아온 열정과 노력으로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퉁가 선수단의 기수 피타니콜라스 타우파토푸아가 국기를 흔들며 입장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news@isportskorea.com)20180209235522637.jpg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퉁가 선수단의 기수 피타니콜라스 타우파토푸아가 매서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웃통을 벗고 퉁가 국기를 흔들며 입장하고 있다. 

 

올림픽은 많은 선수들에게 굉장한 의미를 부여한다. 물론 출전을 준비하는 모든 선수들이 꿈에 무대에서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지만, 어떤 선수에게는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비록 꼴등을 하더라도 그 다음 세대에게 무한한 용기와 동기부여를 충분히 줄 수 있는 힘을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열심히 노력해서 올림픽 무대에 가게 되는 모든 선수들에게는 그 사실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수 있어야 하고, 모든 이들에게 대표선수로서 수고한 노력에 대한 대가는 어떤 방식으로든 주어져야 합당하다고 생각된다. 우리는 그 수많은 선수들의 칠전팔기(七顚八起) 도전정신을 배워야 진정한 스포츠를 즐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진국 교수 / navyjk@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