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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의 프로야구 인문학] 준플레이오프 1차전: `깜짝` 투수교체가 초래한 `자충수` 패배

기사입력 [2017-10-08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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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 11회초의 투수 교체 미스가 NC에게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롯데에는 패배를 가져다 주었다.

 

아홉길이나 되는 산을 만드는 공이 한 삼태기의 흙때문에 무너질 수 있는 법이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의 연장 11회초는 이 말이 딱 들어 맞았다.


중국 고사성어에 이런 표현이 있다.


'위산구인 공휴일궤(爲山九仞 功虧簋)'.

아홉길이나 되는 산을 만드는 공이 한 삼태기의 흙때문에 무너질 수 있다.


8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롯데는 연장 11회초 투수 교체의 작은 실수 하나로 큰 참패를 초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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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선발 린드블럼. 이날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다.


선발 린드블럼, 마무리 손승락의 호투로 공을 들였던 롯데가 연장 11회초 어이없는 투수교체 미스로 인해 무너져버린 것은 위의 고사성어를 절로 생각나게 했다.


포스트 시즌 큰 경기에서는, 특히 준플레이오프의 팽팽한 무승부 연장 승부에서는 투수 교체 미스가 승패의 방향을 크게 좌우하곤 했다.


이렇듯 포스트 시즌 큰 경기에서는 덕아웃의 작은 판단 미스 하나가 큰 패배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


스포츠는 선수들의 심리가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상대방 마운드에 무명에 가까운 투수가 올라오면 타자들은 초구부터 단단히 벼르고 나간다.

특히 종전까지 거물 투수에게 단단히 눌려 자신감이 위축되었던 타선일수록 나중에 나오는 투수가 무명급일 경우 순식간에 자신감으로 전의를 북돋우곤 한다.


한국 프로야구가 2015년 11월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세계 프로야구 프리미엄 12 대회 준결승전에서,  일본 선발 오타니 쇼헤이 투수에게 7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혼이 났었다. 한국 타자들은 선발 오타니가 완투를 못하고 8회 교체된 후 나온 일본 투수들에게 맹공을 퍼부어 4대3 역전승을 거두었다. 

오타니에게 심리적으로 단단히 눌려있던 한국 타자들이 오타니 교체 이후, 움츠러들었던 모습에서 심리적 압박감에서 벗어나 후속 일본 투수들에게 매서운 공격을 펼친 것은 심리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8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 NC 대 롯데의 경기도 이와 비슷했다.

NC는 롯데 선발 린드블럼, 마무리 손승락의 구위에 눌려 2대2 무승부 경기를 힘겹게 펼치고 있었다.


NC 덕아웃은 롯데의 올시즌 세이브왕 손승락(37세이브)이 9회와 연장 10회 두 이닝을 거의 완벽하게 지켜낸 후 연장 11회초 공격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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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와 10회 롯데 마운드를 무실점으로 지켰던 손승락.


숨이 막히던 NC 벤치에 예상치 못한 희소식이 온 것은 연장 11회초 공격을 시작할 무렵.


롯데 김원형 투수코치는 당초 예상했던 장시환이나 배장호 대신 우완 박시영을 연장 11회초 마운드에 올렸다.


올시즌 2승3패, 방어율 6.47의 박시영은 2008년 롯데에 지명되어 2010년 입단 이후 거의 무명에 가까운 선수였다.

무엇보다도 포스트 시즌 경험이 전혀 없는 투수였다.


세이브왕 손승락이 바로 앞서 2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막았던 롯데 마운드가 포스트 시즌 경험이 전혀 없는 박시영에게 무실점 역투를 기대하기는 객관적으로 힘든 상황이었다.


김원형 투수코치의 '깜짝 수'를 조원우 감독이 받아들여 이루어진 이 등판이 결과적으로 준플레이오프 1차전 승부의 분수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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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 11회초 NC 지석훈이 롯데 투수 박시영에게 2루타를 뺏은뒤 폭투를 틈타 3루를 훔치고 있다.


롯데에게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 패배를 불러온 '자충수' 패착이었다. 반면, NC에게는 상대 덕아웃의 판단 미스로 승리를 낚을 수 있는 호기를 맞게 되었다. NC 타자들은 상대 투수에 대한 심적인 압박감이 사라지면서 보다 더 자신있는 타격을 하게 되었다.


롯데 박시영의 투구폼은 김원형 투수코치의 현역때 투구폼을 많이 닮은 듯 했다.

무명 투수의 경우 불펜에서 공의 위력이 좋더라도 실전에서, 특히 팽팽한 승부의 분수령에서 마운드에 오르면 새가슴이 되어 기대에 못미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포스트 시즌, 그것도 2대2로 팽팽한 연장 11회초에 등판한 박시영의 경우에는 심리적으로도 많은 부담을 안는 등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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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 11회초 만루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돌며 포효하는 NC 모창민.

 

NC 선두타자 지석훈은 연장 11회초 롯데의 바뀐 투수 박시영의 초구 직구를 강타하여 중월 2루타를 뽑았고, 박시영의 폭투를 틈타 3루를 멋진 슬라이딩으로 훔쳤다. 이어 권희동의 좌월 2루타로 홈을 밟아 3대2로 다시 승기를 잡았다.

 

롯데 덕아웃은 박시영이 NC 두 타자에게 연속 2루타를 맞자 박시영을 강판시키고, 이명우와 장시환 등으로 이어던지며 불을 끄려고 했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

 

NC는 롯데 포수 강민호의 패스트볼을 틈타 5대2로 달아난뒤 모창민의 만루홈런으로 9대2 대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종훈 기자/ 101305jh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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