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종합

[스포츠산책] 경쟁의 또 다른 이름 상생(相生)

기사입력 [2018-04-16 09:36]

스포츠의 특성은 학자들마다 약간씩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지만경쟁이라는 특성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스포츠의 전형적인 특징이다자칫 경쟁이라는 용어의 의미상 부정적인 의미로 다가올 수 있지만경쟁(競爭)은 같은 목적에 대하여 서로 이거거나 앞서려고 다툰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일반적으로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경쟁의 끝은 생존과도 직결이 될 만큼 차가운 존재로 받아들이는 것이 보통이다그러나 스포츠에서의 경쟁은 생존의 가치도 동반하지만상생(相生)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어 그 의미가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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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06 프로야구 올스타전 식전행사로 열린 '25년 올스타'와 연예인야구단 '한'과의 경기에 선발투수인 선동열감독이 불펜에서 연습투구를 마친 뒤 최동원 한화코치와 정담을 나누고 있다. 

 

대한민국 야구 발전의 큰 획을 그은 선동열 선수와 고() 최동원 선수는 당대 최고의 라이벌이었다. 통산 103, 방어율 2.46, 탈삼진 1019개의 최동원 선수와 통산 146, 132세이브, 방어율 1.20, 탈삼진 1698개를 기록한 선동열 선수의 맞대결은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 정도로 이슈가 됐었다. 광주일고, 고려대로 졸업한 선동열과 경남고, 연세대를 졸업한 최동원은 이미 동서를 대표하는 투수였고, 프로무대 첫 번째 맞대결은 1986419일로 세기에 대결답게 선동열의 완봉과 최동원의 1실점 완투패로 선동열이 승리하였다. 4개월 뒤 두 번째 맞대결에서는 최동원이 이끄는 롯데가 해태의 불안한 실책으로 선동열은 2실점했으나 비자책으로 기록되면서 롯데의 승리였다. 마지막 대결은 1987516. 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명승부를 연출했던 15회 연장 2:2 승부였다. 당시 최동원은 15이닝 209, 선동열은 15이닝 232구를 던지며 무승부를 기록하였고, 이 내용이 바로 영화 퍼펙트 게임의 모티브가 된 것이었다. 두 투수는 서로 경쟁을 하였지만, 서로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초인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었고, 팬들은 그들의 열정과 노력에 감동과 환희를 느끼며 두 투수의 마지막 대결을 아쉬워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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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어울림누리 얼음마루에서 `SBS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파이널 2008~2009`가 열렸다. 김연아(한국)가 싱글 여자 프리스케이팅 공연을 펼친 뒤 아사다마오와 함께 빙상장을 돌고 있다. 

 

스포츠 선수들의 라이벌 경기는 어느 경기보다도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게 된다. 동계스포츠에서도 그러한 사례는 역사적으로 많이 이어져 왔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 피겨의 여왕 김연아 전 선수는 일본의 아사다 마오 전 선수와 그러한 관계였다. 김연아 선수와 아사다 마오 선수는 19909월생으로 태어난 해와 달이 같다. 신체 조건도 163-4cm40kg 대 후반 몸무게도 비슷하다. 10대 중반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두 선수는 오랫동안 개인적인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면서 성장했고, 또한 국가적인 라이벌이라는 큰 부담을 안고 자라왔다. 두 사람 중 누가 더 성공한 운동선수인지 누가 더 인기가 많은지를 논하는 것은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피겨를 시작한 시점부터 은퇴하기까지 수많은 어려움이 그들을 괴롭혔을텐데 오늘날 그들이 있는 것 역시 아이러니 하게도 둘이 지속적인 라이벌 관계였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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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는 18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 종목에서 37초33의 성적을 기록하며 은메달을 차지했다. 

  

또한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화제가 되었던 대한민국의 이상화 선수와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 선수의 훈훈한 뒷이야기도 있다. 스피드 스케이팅의 영원한 라이벌이던 두 선수는 평창올림픽 500m에서 다시금 각자의 나라를 대표하여 출전하게 되었다. 그간 올림픽 2연패와 세계기록을 보유하며 부상 중임에도 최강자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던 이상화 선수와 그 아성을 깨뜨릴 수 있는 강력한 라이벌 고다이라 나오 선수는 빙판위에서는 한치의 양보도 없었지만, 경기가 끝난 후에는 뜨거운 우애를 보여주며 많은 팬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고다이라 나오 선수는 본인의 경기가 끝난 뒤 술렁이는 관중석에 다음 이상화 선수가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조용히 해 달라나는 제스쳐를 보내며 스포츠 정신을 보여주었다.

  

경기가 모두 끝난 후 고다이라 나오 선수의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이상화 선수는 그녀에게 다다가 진심어린 마음으로 축하를 해 주었고, 고다이라 나오 선수 역시 이상화 선수가 지금까지 겪었을 부상의 고통과 부담감을 이겨내고 은메달을 획득한 성과를 보며 나는 아직 너를 존경한다는 화답을 하고는 둘이 나란히 손을 잡고 링크장 돌자 관중들은 아낌없는 박수와 함성을 보내주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나고 인터뷰 장면에서 다시 한번 그들의 경쟁이 상생(相生)임을 느끼는 내용이 있었다. 다음 차기 베이징올림픽 참가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상화 선수는 나는 아직 결정을 하지 못했지만, 고다이라 나오 선수는 인터뷰 직전 이상화 선수가 참가한다면 나도 참가하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서로가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세계 정상에 우뚝 설 만큼의 실력을 서로 키워왔고, 서로가 있어 성장할 수 있었음을 인정하고 영원한 라이벌에서 영원한 친구로 거듭날 수 있었던 두 선수의 모습에서 스포츠가 가진 가장 큰 가치인 상생에 대해 다시 한번 배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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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는 18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 종목에서 37초33의 성적을 기록하며 은메달을 차지했다.  

 

그렇다. 우리 모두는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선의의 경쟁이 불가피하게 필요하지만, 경쟁자가 없으면 퇴보할 수도 있다. 각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은 서로가 성장하고, 상생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우리 사회는 깨달아야 한다. 이러한 사례를 대한민국과 일본의 두 선수들이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오르면서 실천한 스포츠 정신을 통해 증명해 주었다. 대한민국의 사회도 정정당당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서로가 서로의 라이벌이 되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이택상주(麗澤相注)의 정신으로 좋은 방안을 모색하길 바란다. (김진국 전문기자 / navyjk@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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