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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재구성] ‘꽃범호’는 간다, ‘기록’은 남는다

기사입력 [2019-06-19 12:50]

마음을 정했다. 새 길을 간다. 현역 선수로서의 영욕을 뒤로 한다. 이제 고민의 시간은 끝났다.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면서 아름답게 떠나려 한다.

 

KIA가 ‘베테랑’ 이범호(38)의 은퇴 결심에 뜻을 같이 했다. 19년 프로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의미 있게 장식할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7월 13일 광주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리는 한화전에 맞춘 공식 은퇴식까지 개인 통산 2000게임 출전을 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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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의 베테랑 이범호가 은퇴를 결심했다. 구단과 상의를 거쳐 18일 공식 발표했다. '꽃범호'로, '만루홈런의 사나이'로 불리던 이범호는 지도자로서 새 길을 열어갈 계획이다. 

 

이범호는 2000년 대구고를 졸업하면서 한화에 입단했다. 2002년부터 주전 3루수로 발돋움하면서 힘 있는 타격까지 뽐냈다. 시나브로 국가대표팀의 부름을 받아 2006년과 2009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 참가해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그리고 2009년을 시즌을 끝내면서 FA 자격을 얻자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로 이적, 쉼없는 도전을 이어갔다.

 

한화 이범호.jpg

▲이범호는 2000년 한화에 입단에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입단 첫 해부터 타력을 지닌 3루수로서 주목받았다. 새내기 때의 앳된 모습(아래 왼쪽)이 남아 있다. 이범호는 입단 3년째부터 붙박이 3루수로 자리 잡고 존재감을 키워 나갔다.   

 

일본에선 활짝 꽃 피지 못한 채 1년 만에 돌아와 KIA로 팀을 옮기면서 ‘꽃범호’란 별명을 얻고 주축 선수로서 자리매김했다. 2016년엔 데뷔 첫 ‘3할-30홈런-100타점’ 클럽에 가입했다. 138경기에 나가 타율 3할1푼과 홈런 33개, 108타점을 기록했다. 최상의 활약을 펼쳤다.

 

2017년은 감격적인 한 해였다.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짜릿한 만루포를 터뜨려 KIA 왕조의 부활을 이끌면서 생애 첫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꽃범호’에다 ‘만루 홈런의 사나이’란 수식어까지 만들었다.  

 

차츰차츰 세월은 이범호의 발길을 붙잡았다. 2011년 시작된 허벅지 부상이 고질병이 되면서 번번이 고통의 시간을 만들었다. 올해 2월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또 허벅지 통증을 느꼈다. 스프링캠프 중도 하차, 그리고 조기 귀국.

 

힘겨웠다. 올 시즌 초반 잠깐 1군에 머물렀지만 수비가 여의치 않았다. 엔트리에서 빠졌다. 4월 27일 키움전 이후 잔류군 생활이 길어졌다. 6월 18일 현재 1군에서 13게임에 나간 것이 전부다. 타율은 2할6푼3리, 홈런 1개, 3타점. 몸에 큰 이상은 없지만 더 이상 선수생활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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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떻게 떠나야 하는가.’

 

고민을 끝냈다. KIA는 김기태 감독이 자진 사퇴한 뒤 박흥식 대행 체제로 재정비하고 있다. 구단이나 후배들을 위해 먼저 결심했다.

 

이범호는 28일 현재 통산 1995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7푼1리와 홈런 329개, 1125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구단과의 약속대로 ‘자랑스런 숫자 2000’을 맞추기 위해 ‘보너스 5게임’에 출전하면 된다.

 

# 최다 만루포 17개 - 아직도 짜릿한 기억들

 

이범호는 ‘만루홈런의 사나이’다. KBO리그에서 통산 만루홈런을 가장 많이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17개’. 추격할 수 있는 현역은 삼성 강민호와 SK 최정 정도다. 하지만 아직은 격차가 뚜렷하다. 강민호와는 6개, 최정과는 7개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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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슬램은 그냥 터지지 않는다. 준비된 자의 몫이다. 기회가 와야 하고, 찾아온 기회에 담대한 마음가짐으로 자신감 넘치는 스윙을 해야 만들어낼 수 있다.

 

- 2015년 10월 3일 광주 두산전, 통산 만루홈런 1위가 된 날

 

1회말 기회가 왔다. 무사 만루. 두산 선발 유희관이 던진 시속 121km의 체인지업을 놓치지 않았다. 조금 높다 싶게 들어오자 지체없이 방망이를 돌렸다. 개인 통산 13번째 그랜드슬램이자 250호 아치.

 

삼성 심정수가 갖고 있던 역대 개인 최다 만루홈런 12개를 넘어섰다. 당당히 이 부문 1위로 올라섰다.

 

이범호는 2015년 3개의 만루포를 터뜨렸다. 4월 4일 수원 KT전에서 이성민, 5월 10일 목동 넥센전에서 김영민을 상대로 각각 만루홈런을 날렸다.  

 

- 2018년 9월 28일 잠실 LG전, 통산 17호, 마지막 만루포 

 

이범호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기록했다. 믿음직스런 중장거리 타자임을 증명했다. 2016년엔 커리어 하이인 33개의 홈런을 터뜨리면서 존재감을 확인했다.

 

이범호는 지난해 잠실구장에서 생애 마지막 그랜드슬램을 만들었다. 9월 28일 LG전.

 

2-2 동점이던 8회초 1사 만루에서 LG 마무리 정찬헌을 두들겨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아치를 그렸다.

 

이날 잠실벌에선 봉중근의 은퇴식이 열렸다. 이범호의 만루포가 축포가 됐다. 아리송한 축하로 오래 기억될 듯 하다. 

 

- 2017년 10월 30일 잠실 두산전, 한국시리즈 5차전 승리 이끈 만루포

 

2017년 KIA는 한국시리즈 우승의 열망으로 가득했다. FA 최형우를 영입했고, 양현종을 붙잡았다. KIA로 팀 이름을 바꾼 뒤 2009년 우승의 기쁨을 맛봤지만 그 후 7년 동안 꿈을 이루지 못했다.

 

2017년 대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두산과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다. 4차전까지 3승1패로 앞섰다. 마지막 1승을 더하면 정상에 서게 된다.

 

10월 30일 잠실구장에서 5차전이 열렸다. 벼랑 끝에 내몰린 두산은 니퍼트를 선발로 내세웠다. KIA는 헥터. 

 

KIA는 초반 기 싸움부터 앞서 갔다. 0-0이던 3회초 1사 2루에서 3번 버나디나의 중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니퍼트가 흔들렸다.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계속된 2사 만루.

 

이번엔 7번 이범호에게 기회가 왔다. 시리즈 내내 1할대 타율로 고전했지만 만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니퍼트의 초구를 보란듯이 받아쳐 왼쪽 담장 너머로 날렸다.

 

KIA가 5-0으로 앞서 나갔다. 7-0으로 앞선 7회말 두산도 대거 6점을 뽑아내며 맹추격했지만 거기까지였다. 김윤동에 이어 양현종까지 마무리로 투입하는 초강수를 던져 승리를 지켰다.

 

이범호의 만루홈런을 발판 삼아 KIA가 4승1패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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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에서 1년 만에 돌아온 이범호는 친정 팀 한화를 선택하지 않았다. 오히려 KIA를 원했다. 그리고 2011년부터 KIA의 중심 선수로서 숱한 기록과 함께 영욕을 함께 했다. 

 

이범호는 ‘화려한 선수'가 아니다. 그저 늘 필요한 선수였다. 프로가 뭔지 눈을 뜨기 시작한 한화 시절부터, 프로로서 최고의 순간을 모두 만끽한 KIA까지 19년의 기록이 증명한다.

 

후배들에게 걸림돌이 되지 말아야지. 괜히 1군 엔트리의 한 자리를 꿰차고 있지 말아야지. 언제든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선수의 길은 마감하지만 지도자로서 다시 만날 것이다. 일본 연수 이후 미국에서도 공부할 계획이다.

 

이범호의 ‘당당한’ 퇴장은 아름답다. (이창호 전문기자/news@isport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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