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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재구성] `특급 소방수` 정우람, ‘우람한’ 통산 800경기+150세이브

기사입력 [2019-06-13 12:06]

우람하다. 마운드에 선 체격은 아담하지만 남겨 놓은 흔적은 대단하다.

 

한화의 왼손 투수 정우람(34)이 철저한 자기관리로 큰 기록을 만들었다. 역대 4번째이자 최연소 800경기 등판과 동시에 역대 8번째 개인 통산 150세이브의 금자탑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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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정우람은 한화의 듬직한 소방수다. 개인 통산 800경기 등판에서 통산 150세이브를 달성하면서 존재감을 확인했다. 철저한 자기 관리의 본보기다.

 

# 철두철미 자기 관리, 중간 계투에서 마무리까지 800경기

 

경남상고를 졸업하고 2004년 SK에 입단한 정우람은 크게 주목받던 투수는 아니었다. 키 1m81. 지금은 KBO 공식 가이드북에 몸무게 82kg으로 등록했지만 그 땐 체격도 그저 그랬다. 확실한 선발이나 듬직한 마무리 타입이 아닌 탓이었다. 그저 불펜에서 짧은 이닝을 소화하는 중간 계투 정도로 평가됐다.

 

입단 첫 해, 4월 21일 인천 한화전으로 데뷔한 뒤 2게임에 나간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2005년부터 핵심 불펜 요원으로 자리매김했다. 59게임에 나가 총 42.2이닝을 던지는 동안 평균자책점 1.69로 3승1패 1세이브, 13홀드를 기록했다.

 

정우람은 차근차근 존재감을 만들었다.

 

2012년 6월 7일 잠실 두산전에서 개인 통산 500경기, 2015년 10월 2일 인천 NC전에서 600경기, 2017년 7월 23일 잠실 두산전에서 700경기 등판의 이정표를 늘 ‘최연소’로 통과했다.

 

마침내 올해 6월 11일 대전 두산전에 등판해 34세 10일의 나이로 개인 통산 800경기 출전이란 큰 기록을 만들었다. 종전 최연소 기록인 조웅천의 37세 5개월 10일을 약 2년 6개월 정도 앞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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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람의 최연소 등판 기록은 데뷔 첫 해를 제외하고 매년 40경기 이상 출전하는 꾸준함과 철두철미한 자기 관리의 결과물이다.

 

2008년에는 무려 85경기에 등판해 2004년 LG 류택현이 세운 한 시즌 최다 등판 타이 기록을 만들었다. 2008년부터 2018년까지는 역대 3번째로 9년 연속 50경기에 출전(2013~2014년 군복무)했다. 이젠 10년 연속 50경기 출전에 도전하고 있다.

 

1982년 출범한 KBO리그에서 지금까지 통산 800경기에 출전한 투수는 2008년 SK 조웅천, 2010년 LG 류택현, SK 가득염 등 3명뿐이었다.

 

# 2019년 6월 1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 - 여유만만 마무리

 

어떻게 하든 한화는 5위 NC, 두산은 1위 SK와의 간격을 좁히는 것이 발등에 떨어진 과제였다. 동상이몽, 서로 꼭 승리가 필요했다.

 

한화는 김범수, 두산은 이현호를 각각 선발로 내세웠다. 둘 다 확실하게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투수는 아니었다.

 

행운은 시작부터 한화 쪽에 미소를 보냈다. 두산 선발 이현호가 1회말 첫 타자인 1번 정은원에게 볼넷을 내주더니 1사 후엔 3번 호잉과 4번 김태균에게도 연속 볼넷을 허용하면서 만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한화는 1사 만루에서 5번 이성열의 중견수 희생 플라이로 선취점을 뽑고 주도권을 잡았다.

 

한화 선발 김범수도 썩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힘겹게 이닝을 끌고가는 형국이었다. 양쪽 벤치에선 불펜 가동을 서둘렀다.

 

두산 김태형 감독이 먼저 승부수를 던졌다. 2회말 이현호가 선두타자 7번 최재훈에게 중전안타를 맞자 곧바로 최원준을 투입했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2-1로 힘겹게 앞서가던 5회초 선발 김범수가 선두타자 3번 최주환에게 중전안타를 맞고, 볼넷 2개를 허용하며 흔들리자 2사 만루에서 안영명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결국 안영명이 8번 대타 박세혁을 투수 플라이로 잡아 한숨을 돌렸다.

 

팽팽한 불펜 싸움이 이어졌다. 두산은 최원준에 이어 함덕주, 김승회, 권혁이 이어 던졌다. 한화는 안영명에 이어 박주홍, 송은범, 이태양으로 맞섰다.

 

한화가 2-1로 앞선 8회말. 권혁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선두타자 2번 강경학을 우익수 플라이로 잡았지만 3번 호잉에게 볼넷을 내줬다. 그리고 4번 김태균에겐 2점짜리 좌월 홈런을 맞았다. 한화가 확실하게 승기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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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우람은 한화 한용덕 감독(오른쪽)의 '믿는 구석'이다. 마무리 전문 투수로서 강한 책임감으로 제 몫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침내 정우람에게 승리를 매조 지을 기회가 찾아왔다. 역대 4번째 개인 통산 800경기 째 등판.

 

정우람은 4-1로 앞선 9회초 두산의 중심 타선을 상대했다. 4번 김재환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5번 정수빈까지 좌익수 플라이로 솎아냈다. 7번 김재호에게 중전안타를 내줬지만 3점차로 앞서고 있으니 크게 걱정할 상황이 아니었다. 여유만만.

 

정우람은 7번 신성현을 공 4개 만에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경기를 마무리했다. 역대 8번째 개인 통산 150세이브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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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우람은 ‘늦깎이’ 마무리 전문, 책임감으로 일군 150세이브

 

정우람은 2012년 마무리 투수로 정착했다. 경험과 기량이 든든한 뒷문지기로 성장을 이끌었다.

 

마무리로 전향한 첫 해, 53경기에 나가 2승4패 30세이브와 평균자책점 2.20을 기록했다. 특급 소방수의 이미지를 심었다. 그리고 2013년과 2014년은 병역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잠시 휴식기를 가졌다. 2015년 SK로 복귀한 뒤 중간과 마무리를 오갔다.

 

그리고 FA 자격을 얻자 2016년 한화로 이적하면서 ‘붙박이 구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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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람은 2004년 SK에 입단한 뒤 중간 계투로 나서다 2012년부터 마무리를 맡았다. 2015년부터는 한화 유니폼을 입고 특급 소방수로서 등판을 이어가면서 마침내 역대 8번째 개인 통산 150세이브를 달성했다. 

 

정우람은 2017년 8월 25일 대전 KIA전에서 100세이브를 돌파했다. 2018년엔 개인 한 시즌 최다인 35세이브를 기록하면서 구원왕에 올랐다.

 

지난 6일 울산 롯데전에선 역대 4번째로 6년 연속 10세이브(2012, 2015~2019년)도 달성했고, 12일 현재 28게임에 나가 3승2패, 11세이브, 평균자책 2.17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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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통산 150세이브는 지금껏 7명밖에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다.

 

1994년 LG 김용수를 시작으로 2000년 한화 구대성, 2002년 SK 조규제와 두산 진필중, 2004년 삼성 임창용, 2009년 삼성 오승환에 이어 2014년 넥센 손승락까지 총 7명 뿐이다.

 

정우람은 늘 ‘집중력과 책임감’을 이야기한다. 마무리 투수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이창호 전문기자/news@isport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