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의 기록재구성

[기록 재구성] KT 소형준, 열아홉 새내기의 꿈 ‘10승’ 앞으로

기사입력 [2020-09-04 13:58]

무서운 10대다.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데뷔 첫 해, 두 자릿수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KT 소형준은 유신고를 졸업하고 올해 입단한 고졸 신인이다. 만 열아홉 살. 마운드에 서면 더욱 당당하다. 힘찬 승부로 KT의 창단 첫 ‘가을 야구’를 책임질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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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고졸 신인 소형준이 3일 수원 SK전이 6-2 승리로 끝난 뒤 선발 투수로서 타선 지원 속에 9승째를 올려 환하게 웃고 있다. 소형준은 2006년 류현진과 한기주에 이어 14년만에 고졸 신인 두 자릿수 승리를 눈 앞에 두게 됐다.  

 

KT 이강철 감독은 3일 수원 SK전에서 6-2로 승리한 뒤 “선발 소형준이 어려울 때 투심, 체인지업을 던지며 신인답지 않은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날 선발 소형준은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5이닝 동안 6안타와 볼넷 4개, 2실점으로 시즌 9승(5패)째를 올렸다. 새내기는 뜻밖의 어려움이 닥치면 당황하곤 한다. 경험이 부족하니 어쩔 수 없는 일. 그러나 소형준은 스스로 이겨내고 있다.

 

소형준은 2006년 한화 류현진과 KIA 한기주가 고졸 신인으로서 10승 이상을 기록한 이후 14년 만에 꿈같은 기록 달성에 바짝 다가섰다.

 

“두 자릿수 승리가 눈앞이지만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달성해봐야 그 기분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마운드 위에서 최선을 다해 공을 던진다면 그 날이 금방 올 것이라고 믿는다.”

 

소형준은 담담하게 다음 등판을 준비하고 있다.

 

두 자릿수 승리는 어느 팀에선 주축 투수의 상징이다. 안정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가담할 수 있는 자격증이다. 소형준이 듬직하게 KT 마운드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KT는 3일 현재 51승1무 43패로 중간 순위 5위를 지키고 있다. 추격자인 6위 KIA에게 1.5게임, 7윌 롯데에게 3게임 앞서 있다. 5위 굳히기에 잔뜩 집중해야 할 시기다. 그 중심에 소형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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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준은 3일 SK전까지 5연승을 달리고 있다. 최상의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6월26일 한화전에서 시즌 5패째를 당한 뒤 7월부터 8게임에서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존재감이 점점 확실해지고 있다.

 

# 2020년 9월3일 수원 KT위즈 파크 - ‘열아홉’ 소형준이 있다

 

KT는 5위 지키기, 염경엽 감독이 복귀한 SK는 새로운 희망을 찾는 것이 과제였다. KT는 소형준, SK는 핀토를 각각 선발로 내세워 각자의 목표 달성에 나섰다.

 

KT는 1회부터 승기를 잡았다. 1회초 소형준이 첫 상대였던 1번 최지훈에게 볼넷과 도루를 내주는 등 어려움을 겪다 먼저 1점을 내줬지만 1회말 곧바로 타선 지원에 나섰다.

1번 조용호가 정확한 선구안으로 볼넷을 고르자 2번 황재균이 중전 안타, 3번 로하스가 우전 안타로 만루를 만들면서 득점 기회를 잡았다.

 

4번 강백호는 헛스윙 삼진으로 돌아섰지만 5번 유한준이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날려 전세를 뒤집고, 6번 배정대까지 좌전 안타로 2루주자 로하스까지 홈으로 불러들였다.

 

7번 김경수도 베테랑의 책임을 다했다. 3-1로 앞선 1사 1, 2루에서 1타점 중전 안타를 터뜨리면서 승기를 잡는데 앞장 섰다.

 

KT 타선은 4-1로 앞선 2회 말에도 선두타자 9번 심우준의 볼넷 등 2안타와 볼넷 2개를 묶어 2점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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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소형준은 3일 수원 SK전에 선발로 나갔지만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었다. 그러나 10대답지 않은 좋은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주면서 승리 투수가 됐다.  

 

소형준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졌다. 2회초 선두타자 7번 최항에게 볼넷을 내줘 다시 흔들리는 듯 했지만 8번 이흥련을 병살타로 잡아냈다. 4회말 1사 후 5번 로맥에게 우전 안타를 내준데 이어 6번 한동민에게도 볼넷을 허용했지만 다음 타자들을 모두 땅볼로 처리, 더 이상 실점하지 않았다.

 

소형준은 6-1로 앞선 5회 말 다시 한 번 선두타자 9번 김성현에게 우전 안타를 맞아 위기를 빠졌다. 5회말 1사 1, 2루에선 3번 최정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워 한숨을 돌렸다. 계속된 2사 1, 2루에서 4번 채태인에게 1타점 우전 적시타를 맞았지만 계속된 2사 1, 3루에서 5번 로맥을 유격수 땅볼로 잡아 대량 실점의 위기를 넘겼다.

 

이강철 감독은 소형준이 5회까지 81개의 공을 던졌지만 더 이상 부담감을 주려 하지 않았다. 6회부터 마운드를 허준호에게 넘겼다. 주권, 이보근, 전유수로 이어진 KT의 불펜 투수들은 무실점 역투를 이어갔다.

 

결국 KT는 SK를 6-2로 꺾고 2연승을 완성했다. 그 시작에 소형준이 있었다.

 

이강철 감독은 2회에 집중력을 보여준 베테랑 유한준과 박경수 등을 중심으로 KT 선수들이 하나로 똘똘 뭉치고 있는 모습을 고무적이라 판단하고 있다.

 

# 프로 야구 38년, 10승은 ‘하늘의 별’ 같았는데

 

프로야구는 1982년 출범했다. 시나브로 38년이 흘렀다.

 

한 때 고졸 신인이 돌풍을 일으키던 시절도 있었다. 1990년대 초반은 고졸 유망주들이 데뷔 첫 해부터 두 자릿수 승리를 올리면서 화제의 중심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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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부산상고를 졸업하고 롯데에 입단한 왼손 투수 김태형은 앳된 모습으로 영리한 투구를 이어가며 고졸 첫 10승 투수로 등록했다. 같은 해 OB 김상진도 두 자릿수 승리를 올렸지만 살짝 빛이 바랐다. 1989년 청강고를 졸업한 뒤 연습생으로 입단한 ‘중고 신인’이었던 탓이다.

 

고졸 투수들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1992년. 염종석, 정민철, 오봉옥, 안병원 등 4명이나 두 자릿수 승리를 올렸기 때문이다.

 

부산고를 졸업하고 롯데에 입단한 염종석과 대전고를 졸업하고 빙그레에 입답한 정민철이 가장 앞에서 ‘스타 탄생’을 이끌었다.

 

염종석은 17승9패 6세이브와 평균자책점 2.33으로 신인왕을 차지했고, 롯데의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앞장섰다. 정민철은 14승7패 7세이브와 평균자책점 2.48로 빙그레 마운드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했다.

 

태평양에선 원주고를 졸업한 무명 안병원이 10승 투수가 됐고, 삼성에선 제주도 출신으로 포철공고를 거쳐 영남대를 중퇴한 오봉옥이 13승 무패로 승률왕을 차지했다.

 

오봉옥은 선발이 아닌 중간계투 요원이었지만 김성근 감독의 철두철미한 관리로 두 자릿수 승리와 100% 승률의 기이한 기록을 남겼다. 오봉옥도 김상진처럼 ‘중고 신인’.

 

1990년 중반 이후 해태 이대진, 롯데 주형광, 현대 김수경에 이어 2006년 한화 류현진과 KIA 한기주까지 고졸 투수들은 많은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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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소형준(왼쪽)이 14년 만에 고졸 신인 10승대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류현진은 동산고를 졸업한 2006년 한화에 입단하자마자 에이스로 발돋움해 신인왕과 다승왕을 차지했다.  

 

특히 류현진은 시작부터 ‘괴물 투수’로 화제를 모았다. 한화의 에이스 역할을 당당하게 해냈다. 류현진은 2006년 18승6패 1세이브로 다승왕과 함께 신인왕을 차지했다. 지금 메이저리그에서 대접 받는 투수로 성장할 수 있음을 일찌감치 증명했다.

 

한기주는 류현진처럼 관심을 모았지만 첫 해 10승 투수가 된 뒤 잦은 부상 등으로 활짝 꽃피지 못한 채 사라졌다.

 

고졸 신인으로서 두 자릿수 승리와 함께 신인왕을 차지한 경우는 모두 5차례. 1992년 염종석을 시작으로 1998년 김수경, 2000년 이승호, 2004년 오주원, 2006년 류현진이 영광의 주인공이었다. 두 자릿수 승리가 신인왕으로 가는 길잡이가 된 셈이다.

 

2006년 이후 지난해까지 고졸 투수들의 두 자릿수 승리는 전무했다. 그만큼 프로야구의 경기력이 안정됐다는 의미다. 고졸 투수에게, 10대 투수에게 ‘10승’은 난공불락이 됐다.

 

류현진과 한기주 이후 14년이 지났다. 이제 KT 소형준이 ‘하늘의 별’같던 10승 달성에 나선다. 새 역사를 쓰려 한다. (이창호 전문기자/news@isport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