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의 기록재구성

[기록 재구성] ‘서른다섯’ 강민호의 존재감과 ‘열아홉’ 정해영의 당돌함

기사입력 [2020-07-17 12:46]

강민호는 삼성의 간판선수다. 벌써 3년째 사자 유니폼을 입고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다.

 

롯데에서 명성을 쌓고 FA자격을 얻어 2018년 삼성으로 이적했다. 2년 연속 3할대 타율과 20홈런 이상을 터뜨렸던 2015년과 2016년의 화려했던 모습은 아니지만 여전히 팀의 중심이다.

 

‘서른다섯’ 강민호가 뜨거운 7월과 함께 방망이를 달구고 있다. 꼭 필요할 때 ‘한방’으로 존재감을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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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의 베테랑 강민호가 16일 대구 KIA전에서 9회말 끝내기 안타를 치고 있다.(왼쪽) 9회말 2사 만루에서 강민호에게 끝내기 중전 안타를 내준 KIA 정해영(오른쪽)은 고졸 신인이다. 두둑한 배짱으로 정면 승부를 즐기면서 성장하고 있다. 

 

KIA 정해영은 이제 ‘열아홉’이다.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올해 프로에 입단한 새내기. 아직 가다듬어야 할 것이 많지만 배짱 하나는 두둑하다.

 

당돌하다. 주눅 들지 않는다. 빠른 공을 앞세워 당당하게 승부한다. 결과는 그 다음 문제다.

 

정해영은 7월이 시작되면서 1군 무대를 밟았다. 시속 145km 이상의 빠른 공을 앞세워 정면 승부를 마다하지 않는다.

 

16일 현재 겨우 6경기에서 7.1이닝을 던진 것이 전부지만 2승 무패, 평균자책점이 1.23이다. KIA 마운드의 미래다.

 

‘서른다섯’ 강민호와 ‘열아홉’ 정해영이 16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맞붙었다. 

 

# 2020년 7월 16일 라이온즈 파크 - 강민호는 살아 있다

 

KIA 양현종과 삼성 허윤동의 왼손 선발 맞대결. 최고 투수와 새내기의 승부로 관심을 모았지만 둘 다 일찍 무너졌다.

 

양현종은 무너져가는 자존심을 다시 세우지 못했다. 1회가 시작되자마자 3점을 벌어주었지만 1회말 삼성 4번 이원석에게 좌월 2점포를 맞는 등 예전 모습이 아니었다.

 

공 끝이 예리하지 못했다. 높은 쪽으로 밀려들어가는 듯한 공이 잦았다. 결국 2회말에도 1번 김상수에게 좌월 1점 홈런을 맞는 등 3.1이닝 동안 홈런 2개를 포함한 8안타와 4사구 3개로 7실점했다.

 

삼성은 허윤동이 1회부터 제구 난조로 볼넷 3개와 몸에 맞는 공 1개를 내주면서 흔들렸다. 0.1이닝 동안 안타 1개와 4사구 4개로 3실점했다.

 

불펜 싸움이 불가피했다. 2회말 전세를 뒤집은 삼성은 6회까지 7-3으로 앞섰다. 쉽게 이길 듯 했다.

 

그러나 KIA도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7회초 2번 터커의 우월 3점 홈런을 신호탄으로 8회초 2사 2루에서 8번 대타 오선우가 중전 동점타를 날려 승부를 7-7 원점으로 돌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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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8번 강민호가 16일 대구 KIA전에서 9회말 끝내기 홈런을 터뜨린 뒤 1루에서 두 팔을 높이 들고 기뻐하고 있다.(위쪽) 구자욱이 벤치에서 달려나와 강민호를 끌어 안고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강민호는 이날 선발 포수로 출전하지 않았다. 8회초부터 김민수에 이어 포수 마스크를 썼다.

 

8회말 첫 타석에서 우전안타를 신고한 뒤 7-7 동점이던 9회말 2사 만루에서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줬다.

 

삼성은 9회말 선두타자 3번 김동엽이 볼넷으로 나가면서 끝내기 기회를 잡았다. 4번 이원석은 좌전안타를 날려 1루 대주자로 나간 김지찬이 2루까지 진루하면서 무사 1, 2루.

 

5번 최영진은 3루 쪽으로 보내기 번트를 시도했다. KIA 3루수 나주환이 맨손으로 잡아 1루에 던졌다. 그러나 2루에서 1루 커버를 들어온 최정용의 글러브 속으로 들어갔던 공이 땅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공식 기록은 3루 번트 안타였지만 누가 봐도 ‘포구 실책’이었다. 무사 만루. 8번 강민호까지 오기 전에 승부를 마무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희망처럼 흐르지 않았다. 6번 이학주는 초구를 때려 3루 파울 플라이 아웃, 7번 대타 이성규는 삼진 아웃으로 2사 만루. 연장으로 흘러갈 수 있었다.

 

8번 강민호가 타석에 나갔다. KIA는 홍상삼 대신 정해영을 마운드에 올렸다.

 

정해영은 대담했다. 초구부터 시속 140km 후반의 빠른 공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아냈다. 젊은 힘으로 윽박질렀다. 2구와 3구는 파울, 4구와 5구는 볼.

 

정해영은 칠 테면 쳐보라고 덤볐다. 6구째 다시 파울. 7구는 볼, 8구는 파울.

 

7-7 동점에서 9회말 2사 만루, 풀카운트. 정해영은 9구째로 빠른 공을 선택했다. 스트라이크존의 바깥쪽 조금 높은 곳으로 들어간 시속 147km짜리 직구였다.

 

강민호의 방망이가 반응했다. 크지 않은 스윙으로 공을 맞혔다. 2루를 지나 중견수 앞으로 날아가는 끝내기 중전 안타가 터졌다. 3루주자 김지찬이 홈을 밟았다.

 

삼성이 8-7로 이겼다. 강민호는 두 팔을 번쩍 들었다. 동료들이 환호하며 그라운드로 달려 나왔다. 1루 쪽으로 뛰어가 강민호를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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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허삼영 감독(왼쪽)이 대구 라이온즈 파그 3루 더그아웃 앞에서 16일 대구 KIA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기록한 강민호 등 선수들을 맞이하고 있다.  

 

강민호는 이학주나 이성규가 끝낼 줄 알았다. 그러나 기회가 왔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베테랑의 존재감이 무엇인지 증명했다.

 

이날 2타수 2안타를 포함해 7월 43게임에서의 타율은 3할6푼6리다. 1할대(0.189)에서 헤맸던 5월, 2할3푼3리에 그쳤던 6월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타점도 5월 6개, 6월 3개였던 것이 7월에는 벌써 11개다.  강민호는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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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의 미래` 정해영, 성장은 계속된다

 

고개를 숙이지 마라. 가슴을 펴라. 성장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KIA의 고졸 새내기 정해영은 희망이다. 7월 1일 광주 한화전을 맞아 데뷔전을 치른 풋내 나는 투수지만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고 있다. 자신감과 함께 공 끝의 힘까지 좋아지고 있다.

 

스피드건에 찍히는 구속은 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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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영이 16일 대구 삼성전에서 최고 시속 149km를 찍었다. 7-7 동점이던 9회말 2사 만루에서 딱 한명의 타자, 강민호를 상대하다 끝내기 안타를 맞았지만 또 한 번 강한 인상을 남겼다. 얼마든지 빠른 공으로 승부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정해영은 지난 1일 광주 챔피언스 필드에서 펼친 데뷔전부터 강렬했다. 1-3으로 뒤진 9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첫 상대였던 선두타자 2번 정은원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3번 오선진을 3루 병살타로 처리한 뒤 4번 김태균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1이닝을 확실하게 책임졌다.

 

KIA 타선은 9회말 나지완의 끝내기 안타 등으로 3점을 뽑아 정해영에게 데뷔 첫 구원승을 안겨줬다.

 

정해영은 중심 타자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지난 8일 KT전에선 3-6으로 뒤진 7회초 2사 1, 3루에서 4번 강백호를 상대로 구원 등판했다. 초구는 볼이었지만 2구 파울에 이어 3구와 4구에 스트라이크를 꽂았다. 강백호를 삼진으로 솎아냈다.

 

8회는 삼자범퇴, 그러나 9회초 선두타자 8번 장성우에게 중월 1점포를 내준 뒤 9번 심우준에게 ‘K`를 안기고 마운드를 김기훈에게 넘겼다. 첫 실점이자 첫 자책점.

 

모든 것이 과정이었다. 정해영은 지난 10일 광주 키움전에서 2승째를 올렸다. 쉽지 않은 상황에 마운드에 올라 값진 승리를 따냈다.

 

정해영은 8-8 동점이던 연장 10회초 등판했다. 당당하고 씩씩했다. 선두타자 8번 전병우를 1루 플라이, 9번 박준태를 2루 땅볼로 잡더니 1번 서건창을 삼진으로 잡았다.

 

연장 11회초 1사 후 3번 이정후에게 우전안타를 맞았지만 4번 주효상을 3루 직선타, 2사 후 이정후가 도루 실패로 물러나 2이닝을 큰 위기 없이 마무리했다.

 

KIA는 연장 11회말 정해영의 자신감에 불을 붙였다. 1사 1, 2루에서 6번 대타 최원준이 끝내기 중전 안타를 날렸다. KIA가 9-8로 이겼고, 정해영은 승리 투수의 기쁨을 만끽했다.

 

KIA 벤치에선 정해영의 성장을 믿고 있다. 강하게 키우려 한다. 승패가 갈릴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 윌리엄스 감독은 정해영을 찾고 있다. 시속 145km 이상의 빠른 공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데다 두둑한 배짱은 더욱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정해영은 담대하게 적응력을 높여가고 있다. (이창호 전문기자/news@isport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