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의 기록재구성

[기록 재구성] 뜨거운 7월, 나지완에서 오선진으로 ‘끝내기 이어가기’

기사입력 [2020-07-08 12:26]

7월이 뜨겁다.

 

지난 1일 KIA 나지완의 끝내기 안타로 시작해 7일 한화 오선진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짜릿한 승부가 이어지고 있다. 7일 현재 삼성의 올 시즌 처음이자 통산 60번째 밀어내기 4구에 의한 승리를 포함해 모두 6차례나 끝내기로 승패가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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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오선진(위쪽) 가운데이 7일 대전 롯데전에서 연장 12회말 1사 1루에서 끝내기 좌월 2점포를 날려 탈꼴찌의 희망에 불을 붙였다. KIA 나지완(아래)은 지난 1일 한화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날려 팀을 2연패에서 구했지만 잇단 부상 선수 소식으로 끝내기의 기운을 이어가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위권 순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삼성이 7일 고척돔에서 열린 키움전까지 최근 10게임에서 8승2패로 수직 상승하면서 4위로 올라서자 혼돈 상태에 빠졌다. LG와 KIA가 같은 기간 똑같이 4승6패로 주춤, 5위와 6위에 머물고 있다. LG와 KIA의 간격은 반 게임이다.

 

KT는 7승3패로 3승7패의 부진에 빠진 롯데를 8위까지 몰아내고 7위를 지켜내고 있다. 창단 이후 첫 ‘가을 야구’에 참여하려면 5위 LG와의 간격이 3게임이니 좀 더 분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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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기 승부는 ‘양날의 칼’이다. 승리한 자에겐 상승세의 기폭제가 되지만 패한 자들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7월의 끝내기 승부 - 삼성은 수직상승, NC는 1위 지키기의 밑거름

 

한화는 7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롯데와의 연장 승부, 12회까지 무려 4시간 40분의 긴 다툼 끝에 오선진의 끝내기 홈런으로 승리해 ‘탈꼴찌의 희망’을 찾았다.

 

최근 10게임에서 4승6패. 14승40패로 10위지만 9위 SK의 간격을 2게임으로 좁혔다.

 

늦은 감이 있지만 신구 조화를 나타내고 있다. 7일 롯데와의 연장 승부에서 선발 장시환부터 승리 투수 장민재까지 8명을 투입할 수 밖에 없는 마운드의 힘만 좀 더 끌어올린다며 훨씬 긍정적인 결과도 가능하다.

 

한화는 오선진의 끝내기 홈런으로 지난 1일 광주 KIA에서 나지완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패했던 충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게 됐다.

 

KIA는 나지완의 ‘끝내기 여세’를 몰아가지 못하고 있다. 7월 들어 3연승 이후 3연패.

 

‘똘똘한 1번’으로 떠올랐던 김선빈과 문경찬의 이탈로 먹구름에 휩싸여 있다. 여기에다 양현종까지 크게 흔들리고 있다.

 

김선빈이 지난 5일 창원 NC전 1회초 공격에서 다친 뒤 2연패. 믿었던 마무리 문경찬도 이날 지난달 26일 키움전에 이어 9일 만에 승리를 지켜려고 나갔지만 9회말 나성범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패전 투수로 곤두박질 쳤다.

 

문경찬은 최악이었다. 0.2이닝 동안 6타자를 상대로 홈런 1개를 포함한 3안타와 볼넷 1개로 3실점했다. 결국 문경찬은 이날 이후 오른쪽 팔꿈치의 통증을 호소, 김선빈에 이어 1군에서 이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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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 나지완이 지난 1일 광주 한화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친 뒤 두 팔을 벌린 채 달려가며 기뻐하고 있다. 나지완의 끝내기 안타 덕에 이날 고졸 신인 데뷔 첫 승을 올린 정해영이 `승리 공`에 기념 사인을 한 뒤 밝게 웃고 있다.(오른쪽)

 

여하튼 나지완의 끝내기 안타는 정해영에게 첫 승을 선물했다.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올해 입단한 신인 정해영으 1-3으로 뒤진 9회초 마운드에 나가 1이닝 동안 볼넷 1개와 삼진 1개 무실점을 기록한 뒤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정해영은 해태 포수 출신인 정회열 전 코치의 아들이다.

 

정해영은 1일 한화전이 데뷔전, 그리고 승리 투수가 됐다. 고졸 신인의 데뷔전 승리는 KBO 통산 21호, 구원 등판으로는 9번째. KIA 투수로는 1993년 박진철의 구원승, 2002년 김진우의 선발승 이후 18년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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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나성범이 지난 5일 창원 KIA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친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며 환호하고 있다. 

 

NC는 3연승 중이다. 지난 5일 창원 KIA전에서 나성범의 끝내기 안타로 7-6, 1점차로 승리하더니 7일 인천 SK전에서도 5-4로 힘겨운 승부를 펼쳤다.

 

그래도 2게임 연속 1점차로 연승을 이어가면서 최근 10게임에서 7승3패, 굳게 1위 자리를 지켜냈다. 최강다운 모습을 잃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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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이 지난 4일 대구 LG전에서 연장 12회말 2사 만루에서 대타 김호재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끝내기 승리를 올린 뒤 서로 뒤엉켜 기뻐하고 있다.

 

삼성 역시 끝내기 승부의 승리 기운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은 지난 4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LG전에서 연장 12회말 대타 김호재가 2사 만루에서 짜릿한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내면서 7-6으로 승리, 상승세의 밑거름으로 삼고 있다.

 

장충고를 졸업하고 2018년 삼성에 입단한 김호재에겐 데뷔 첫 타점이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

 

삼성은 7월 들어 5승1패를 기록 중이다. 기운이 좋다.

 

반면 롯데는 추락하고 있다. 최근 10게임에서 3승7패. 7월 들어 1승5패. 쭉쭉 떨어지고 있다. 7일 대전 한화전의 패배는 더욱 뼈아프다. 지난달 30일 NC전에 이어 또 다시 선발 장원삼부터 패전 투수 박시영까지 8명의 투수를 투입하는 ‘물량 공세’를 펴고도 실패했기 때문이다.

 

롯데는 중위권 다툼에서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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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황재균(왼쪽)은 지난 3일 수원 키움전에서 끝내기 안타, 두산 박세혁은 같은 날 잠실 한화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날렸다. 황재균은 KT가 중위권 다툼을 하는데, 박세혁은 두산이 상위권으로 올라서는데 중심적인 선수들이다.  

 

KT와 두산은 지난 3일 똑같이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KT는 수원 키움전에서 2-2로 맞선 9회말 선두타자였던 8번 강백호가 조상우를 상대로 중전안타로 출루한 뒤 2사 2루에서 2번 황재균의 천금 같은 중전 끝내기 안타로 승리했다. 최근 10게임에서 7승3패. 7월 들어 5승1패다.

 

중간 순위에서 바로 위에 있는 KIA와 LG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두산은 같은 날 잠실 한화전에서 1-1 동점이던 9회말 선두타자로 나간 8번 박세혁이 한화 4번째 투수 김진영의 4구째를 통타해 우월 홈런으로 만들고 승부를 마무리했다. 두산은 최근 5승5패. 키움과 자리를 바꿔 3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추락이 없다. 곰의 힘이다.

 

# 2020년 7월 7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 - 고맙다, 오선진

 

연장 12회, 4시간 40분.

 

참으로 길고 긴 승부였다. 서로 점수를 주거니 받거니 피 말리는 승부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졸전이다.

 

롯데가 8명, 한화가 8명의 똑같이 마운드에 올렸다. 롯데는 14안타와 볼넷 8개, 한화는 10안타와 볼넷 6개를 얻었다. 숱한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해 잔루가 쌓였다.

 

이런 게임이 연장 12회말 오선진의 끝내기 2점 홈런 덕에 7-6으로 막을 내렸다. 고맙다, 오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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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동점으로 이어지 연장 11회 두 팀 모두 끝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롯데는 연장 11회초 선두타자 2번 손아섭의 우중간 2루타, 한화는 선두타자 7번 정진호의 볼넷에 이어 1사 후 9번 유장혁의 중전 안타 등으로 출루했지만 홈까지 불러들인 주자는 똑같이 1명에 그쳤다.

 

롯데는 어떻게 하든 승리를 지켜 보겠다고 11회말 진명호, 오현택에 이어 박시영까지 올렸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채 다시 6-6 동점을 내줬다.

 

결국 연장 12회까지 갔고, 또 비슷한 상황이 이어졌다.

 

롯데는 연장 12회초 1사 후 8번 마차도의 볼넷에 이어 2사 1루에서 1번 정훈과 2번 허일의 연속 안타가 터졌다. 1점 밖에 얻지 못했다. 이젠 투수가 막아내면 승리다.

 

롯데 벤치는 박시영을 고집했다. 그러나 선두타자 4번 강경학을 볼넷으로 내보낸 것에 끝내 발목이 잡혔다. 1사 1루에서 6번 오선진에게 ‘한방’을 맞고 마운드에 주저앉았다.

 

오선진은 연장 12회말 1사 1루, 볼 카운트 1볼 2스트라이크에서 4구째 시속 135km짜리 포크볼을 제대로 받아쳐 왼쪽 담장 너머로 날렸다. 비거리 120m.

 

포크볼 회전이 제대로 이루어지 않았다. 원하는 대로 꺾이지 않았다. 바깥쪽으로 살짝 치우친 곳에서 아래로 떨어져야 하는데 민밋했다. 오선진은 놓치지 않았다.

 

2008년 한화에 입단 뒤 13년째 만에 처음으로 끝내기 홈런의 짜릿함을 느꼈다. 7일은 오선진의 31번째 생일, 기쁨은 두 배였다. “처음이다. 오랜만에 결정적 순간 제 몫을 했다. 기분이 좋다. 박시영의 실투 같다. 운이 좋았다.”

 

오선진은 기쁨을 감추지 않았지만 앞으로 수비에 더욱 집중해 팀에 보탬이 되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무더운 여름, 치열한 순위 다툼. 끝내기는 계속된다. (이창호 전문기자/news@isport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