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의 기록재구성

[기록 재구성] 롯데 ‘벌떼 마운드’, 이겨서 천만다행 후유증 시작(?)

기사입력 [2020-07-02 13:38]

롯데는 허문회 감독과 함께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승률 5할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오르락내리락, 효과가 있는 듯 없는 듯 알쏭달쏭하다. 그래도 시즌은 계속된다.

 

때론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로 상대 타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가 하면 6월30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시즌 첫 경남 더비였던 NC전에선 무려 11명의 투수를 무더기 투입하는 극한 무리수를 던졌다.

 

연장 11회의 승부 끝에 10-8로 이겼으니 천만다행. 그러나 후유증은 어찌하리오.

 

롯데-NC 최다 등판.jpg

▲ 롯데가 지난달 30일 창원 NC전에서 총 11명의 투수를 투입하면서 연장 11회에 10-8로 이겼다. 그러나 다음날인 1일 허문회 감독이 퇴장 당하는 등 황당한 해프닝을 연출하며 패했다. 6월30일 롯데-NC전에서 역대 경기 최다 투수 출전과 팀 최다 투수 출전 타이 기록이 만들어졌다. 롯데 허문회 감독이 1일 퇴장 당하기 직전 더그아웃에서 심판들의 설명을 듣고 있고(위), NC 코칭스태프는 경기 후 인사를 하고 있다.  

 

이날 롯데는 ‘오프너’로 나선 김대우부터 승리 투수가 된 강동호까지 11명의 투수를 마운드에 올려 역대 팀 최다 투수 등판 타이 기록을 세웠다. NC 역시 선발 라이트부터 송명기까지 총 8명의 투수를 투입했다. 두 팀이 내세운 총 19명의 투수는 역대 경기 최다 투수 출전 타이 기록.

 

후유증은 곧바로 나타났다. 1일 창원 NC전에서 허문회 감독이 투수 교체 규정을 어겨 올 시즌 두 번째 퇴장의 불명예를 안았고, 팀은 연승 도전에 실패하면서 2-6으로 패했다.

 

허문회 감독의 퇴장은 롯데가 2-4로 뒤진 7회말 황당하게 시작됐다.

 

선발 장원삼이 선두타자 6번 박석민에게 4구를 내주자 허문회 감독은 노병오 투수 코치를 마운드로 보냈다. 그리고 다음 타자인 7번 모창민의 타석에 들어선 상황에서 또 노 코치의 마운드 행을 지시했다.

 

노병오 코치가 마운드로 갈 때는 박석민에게 볼넷을 내준 다음이니 두 번 모두 모창민의 타석이다. 야구 규칙 5.10 선수 교체 ‧ 마운드 방문 (I)항 마운드 방문 원주에는 ‘감독(혹은 코치)이 한 번 마운드에 간 경우 같은 이닝, 같은 투수, 같은 타자일 때 또다시 갈 수 없다는 심판원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감독(혹은 코치)이 두 번째로 갔다면 그 감독은 퇴장되며, 투수는 그 타자가 아웃되거나 주자가 될 때까지 투구한 후 물러나야 한다’고 분명히 적어 놓았다.

 

그러나 허문회 감독은 전날(6월30일) 역대 최다인 11명의 투수를 마운드에 올리느라 온 정신을 쏟았던 탓일까. 규칙을 깜빡했다.

 

곧바로 우효동 주심은 ‘마운드 방문 규정’을 어긴 허문회 감독에게 퇴장 명령을 내렸다.

 

결국 장원삼은 7번 모창민에게 중전안타를 맞아 무사 1, 2루의 위기를 자초한 뒤 8번 노진혁의 타석부터 박시영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이틀 연속 등판한 박시영은 노진혁에게 1타점 우전안타를 맞고 거듭 위기를 이어갔다.

 

NC는 롯데 벤치가 허둥대던 7회말 2점을 보태 6-2로 앞서며 추격권에서 벗어나 전날 패배를 설욕했다.

 

무리수는 후유증이 따르기 마련이다. 롯데의 ‘벌떼 마운드’ 운영이 한동안 불펜 투수들을 더 힘겹게 하지 않을까.

 

# 2020년 6월30일 창원 NC파크 - 롯데, ‘오프너’ 김대우 등 총 11명 불펜 총동원

 

일이 꼬일 때는 이유가 있다. 롯데가 그랬다.

 

이날 선발로 예정됐던 노경은이 훈련 중 손목을 다쳤다. 등판이 어려웠다. 1군에서 제외했다. 롯데 허문회 감독은 30일 창원 NC전에 나갈 ‘땜질용 선발’로 김대우를 선택했다.

 

어차피 ‘오프너’라고 생각했다. 경기 시작 전부터 불펜을 최대한 동원한다는 전략을 세울 수 밖에 없었다.

 

김대우의 선발 등판은 무려 3698일만이다. 2009년 4월25일 부산 LG전에 선발로 나가 1.2이닝 동안 2안타 6볼넷 5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된 것이 마지막. 1회에만 5연속 볼넷을 내줘 KBO리그 사상 첫 한 경기 연속 최다 볼넷의 불명예를 안았다. 

 

여하튼 김대우는 다시 선발 기회를 얻자 온 힘을 쏟았다. 이날 2.1이닝 동안 최고 시속 149km를 찍은 직구에다 포크볼과 커터 등 총 42개의 공을 던지면서 1안타와 볼넷 1개로 1점만 내줬다. 벤치에서도 ‘2~3이닝 만 던지면 된다’고 했으니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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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더그아웃의 선수들이 1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전을 지켜보고 있다. 롯데는 올 시즌 첫 경남 더비였던 30일 경기에선 연장 승부 끝에 이겼지만 이날은 2-6으로 패했다. 

 

김대우의 교체가 ‘불펜 총동원령’의 서막이었다.

 

0-0 동점이던 3회말 1사 1루에서 허문회 감독이 첫 번째 교체 카드를 빼들었다. 1번 박민우의 타석부터 김대우를 빼고 진명호를 투입했다. 뜻대로 되지 않았다. 박민우에게 좌익선상 2루타를 맞아 1사 2, 3루의 실점 위기를 맞았다.

 

진명호는 2사 2, 3루에서 3번 나성범의 벽을 넘지 못한 채 2타점 중전안타를 맞고 고개를 숙였다.

 

롯데가 4회초 1점을 얻었다. 1-2로 추격 가능성을 만들었다. 4회말 롯데 벤치가 또 움직였다. 진명호 대신 이인복을 선택했다. 이인복은 5회말 2사까지 허문회 감독의 바람대로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허문회 감독은 5회말 2사 후 3번 나성범이 타석에 들어오자 다시 이인복을 빼고 박시영을 불렀다. 필승조의 투입으로 확실한 추격 의지를 보여줬다. 박시영이 나성범을 우익수 플라이로 돌려 세웠다.

 

롯데 벤치의 계산대로 흐르는 분위기였다. 롯데 타자들은 6회초 첫 번째 뒤집기에 성공했다. 1사 1루에서 7번 안치홍이 NC 선발 라이트를 두들겨 2점짜리 좌월 아치를 그려 3-2로 전세를 뒤집었다.

 

이젠 지켜야 했다.

 

6회말 박시영 대신 구승민을 필승조로 내세웠다. 선두타자 4번 양의지를 우익수 플라이로 잡았다. 5번 박석민은 볼넷, 6번 알테어에게 중월 2점포를 맞았다.

 

승부가 다시 꼬였다. 다시 3-4, 엎치락뒤치락. NC는 선발 라이트가 6회까지 9안타 3실점하며 투구수 102개를 기록하자 7회부터 불펜을 가동하면서 리드를 지키려고 했다.

 

NC 이동국 감독의 계산도 처음부터 엇나갔다. 7회부터 믿고 올린 임정호가 선두타자 1번 손아섭에게 볼넷을 내주자 박진우에게 2번 전준우를 붙였다. 그러나 우전안타. 3번 정훈을 1루수 플라이로 잡자 4번 이대호의 타석부터 배재환을 투입했다.

 

이대호는 강했다. 1사 2, 3루에서 3점포를 날려 6-4로 앞섰다. NC도 벌써 4명의 투수를 활용했다.

 

허문회 감독 역시 바쁘게 불펜 투수들의 활용법을 고민했다. 일단 구승민을 밀고 나갔다. 그러나 또 꼬였다. 7회말 2사 후 2번 권희동에게 1점포를 맞아 6-5, 1점차.

 

또 한 명의 필승조인 박진형에게 3번 나성범을 맡겼다. 7회를 무사히 넘겼지만 점수 주고받기는 8회에도 이어졌다. 출전 투수는 두 팀 모두 점점 늘었다.

 

롯데는 8회초 NC의 5번째 투수 임창민을 상대로 2점을 보탰고, NC는 8회말 롯데 6번째 투수 박진형과 7번째 김원중을 상대로 박석민의 2점포 등을 앞세워 3점을 추가하면서 8-8 동점을 만들었다.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롯데는 마무리 김원중, NC는 원종현으로 더 이상의 실점 없이 승부를 연장으로 이어갔다.

 

특히 롯데는 연장 10회말 송승준에 이어 김유영, 오현택, 강동호까지 4명을 집중 투입했다. 모두 11명의 투수를 썼으니 이젠 불펜에 대기 투수가 없었다. 이날 총 투수 엔트리 14명 중 남은 3명은 샘슨, 스트레일리, 박세웅. 모두 선발 요원들이었다.

 

죽이 되 든 밥이 되 든 강동호에서 끝을 내야 했다. 어렵게 힘들게 연장 10회말을 무실점으로 막아내자 롯데 타선이 연장 11회초 NC의 7번째 투수 강윤구를 상대로 재점화했다.

 

선두타자 3번 정훈이 우전안타로 나갔고, 4번 이대호가 좌월 2점 홈런으로 화답하면서 10-8로 다시 앞섰다. 결국 강윤구는 5번 마차도에게도 볼넷을 내준 뒤 8번째 투수 송명기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패전 투수의 멍에를 썼다.

 

롯데 11번째 투수 강동호는 연장 10회말 2사 만루에서 9번 이명기를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낸 뒤 연장 11회말도 삼자범퇴로 막아 시즌 첫 승(개인 통산 3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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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교체는 어렵다. 불펜을 총동원하고 이겨도 1승, 적당히 쓰고 져도 1패다. 1승을 보탠 롯데는 총 11명, 1패를 추가한 NC는 총 8명의 투수를 각각 투입했다.

 

두 팀 합쳐 19명의 투수가 등판한 것은 역대 경기 최다 투수 출전 타이이고, 롯데의 11명도 역대 팀 최다 투수 출전 타이 기록이다.

 

페넌트레이스는 길다. 선택과 결정은 감독의 몫이다. (이창호 전문기자/news@isport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