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의 기록재구성

[기록 재구성] ‘대단한’ 린드블럼, ‘뜻 깊은’ 최소 경기 20승

기사입력 [2019-08-26 12:02]

대단하다. 거침없는 질주로 당당히 20승 고지에 올랐다.

 

두산 린드블럼(32)이 2019년 8월 25일 대전 한화전에서 2017년 KIA 양현종과 헥터가 나란히 20승을 기록한 뒤 2년 만에 대기록을 세웠다.

 

1982년 프로 출범 이후 20번째 20승 투수가 됐다. 2016년 두산에서 최고 시즌을 보낸 니퍼트처럼 25번째 등판 경기에서 20승을 따내 역대 최소 경기 타이 기록을 만들었다. 외국인 투수로는 역대 5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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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에이스 린드블럼이 25일 대전 한화전에서 시즌 20승째를 올렸다. 역대 20번째 20승 투수로 등극한 린드블럼을 올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림드블럼은 올 시즌 초반부터 대기록을 예고했다. 타선과의 조화 속에서 탄탄대로를 걸었다. “좋은 팀에서 좋은 선수들과 함께 한 결과”라고 말한다.

 

3월 2차례 등판에서 모두 승패를 남기지 못하는 불운을 겪었지만 4월부터 승승장구했다. 4월 4일 KT전부터 4월 27일 롯데전까지 5승 무패에 이어 5월 15일 삼성전까지 3게임에 더 나가 2승을 추가했다.

 

이때까지 10경기에서 7승 무패.

 

그러나 5월 22일 KT전에서 뼈 아픈 패배를 맛봤다. 5.1이닝 동안 6안타와 볼넷 3개로 3실점하며 올 시즌 처음으로 쓴잔을 마셨다. 이날은 타선이 침묵했다. 결국 1-3으로 패했다.

 

린드블럼은 흔들리지 않았다. 5월 28일 삼성전부터 다시 에이스의 모습을 되찾았다. 6이닝 3안타 무실점으로 시즌 8승(1패)째를 올렸다. 린드블럼이 등판하는 날이면 타선도 덩달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곤 한다.

 

6월, 7월, 8월. 린드블럼의 승리 행진을 거듭 이어진다. 6월 5경기에서 4승 무패로 시즌 12승을 올렸고, 7월과 8월 각각 4경기를 모두 승리하면서 8승 무패로 시즌 20승을 달성했다.

 

# 린드블럼은 순항 중, 투수 4관왕도 보인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8월 26일 현재 승리 뿐 아니라 승률, 평균자책점, 탈삼진까지 1위를 달리고 있다. 승률은 9할5푼2리, 평균자책점 2.04, 탈삼진 161개로 모두 1위를 지키고 있다. 4관왕을 향해 순항 중이다.

 

린드블럼과 두산이 현재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선발승만으로 또 하나의 대기록 완성도 가능하다. 이와 함께 린드블럼은 5~6경기에 더 등판할 수 있는 만큼 외국인 역대 최다승인 22승을 넘어 박철순이 갖고 있는 두산 역대 최다승(24승)까지 도전할 수 있다.

 

두산은 원년 박철순을 포함해 2007년 다니엘 리오스(22승), 2016년 니퍼트(22승)에 이어 4번째 20승 투수를 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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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철순은 프로 원년 20승 투수로 등극하며 김영덕 감독(왼쪽 사진의 아래쪽)과 함께 OB의 우승을 이끌었다. 박철순이 2017년 두산과 NC의 플레이오프 1차전 때 시구자로 나서 선발 투수 니퍼트와 악수를 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9할대 승률을 기록했던 투수는1982년 출범 이후 모두 3명.

 

1992년 13승 무패(2세이브)로 승률 100%와 함께 평균자책점 3.55를 남긴 오봉옥(삼성)을 시작으로 김현욱이 두 차례, 오승환이 1번 각각 기록했다.

 

김현욱은 1997년 쌍방울에서 20승 2패 6세이브로 승률 0.909과 평균자책점 1.88을 기록했고, 2002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있던년 10승 무패 2세이브 9홀드로 승율 1.00과 평균자책점 2.11을 남겼다.

 

오승환은 삼성에 입단한 첫 해였던 2005년 10승 1패 16세이브 11홀드로 승률 0.909와 평균자책점 1.18)을 기록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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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드블럼은 책임감이 강하다.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 한국 무대에서의 경험을 거울 삼아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마운드에 서면 완급을 조절할 줄 안다. 린드블럼이 잘 나가는 이유다.

 

올해는 제구까지 더욱 안정적이다. 린드블럼은 “캐치볼을 할 때부터 공 하나 하나에 집중한다”며 “이런 과정들이 제구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린드블럼은 강속구 투수가 아니다. 빠른 공의 평균 시속은 145km 안팎이다. 포심 패스트볼, 커트 패스트볼, 투심 패스트볼 등의 직구에다 슬라이더, 포크볼, 체인지업, 커브 등을 포수 박세혁과 호흡을 맞춰 섞어 던진다.

 

2015년 롯데 유니폼을 입고 한국 무대에 데뷔한 린드블럼은 지금 두산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 2019년 8월 25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 실점 먼저, 그러나 값진 승리

 

모두 린드블럼이 쉽게 경기를 풀어가면서 이길 수 있으리라 예상했다. 한화 선발이 아직 검증 받지 못한 김이환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은 예상일 뿐. 실전은 쉽지 않았다.

 

두산 에이스 린드블럼이 8월 2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전에 선발로 등판했다. 0-0이던 2회말 선두타자 4번 호잉에게 볼넷을 내줬다. 1사후 6번 정근우의 타석 때 호잉의 2루 도루까지 허용해 실점 위기를 맞았다.

 

정근우는 무리하게 슬라이딩 캐치를 시도한 좌익수 김재환의 덕에 1타점 좌월 3루타를 만들었고, 7번 최재훈은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날렸다. 한화가 먼저 2점을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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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린드블럼은 제구력과 경기 운영 능력이 눈에 띠게 좋아졌다.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승리를 쌓아가고 있다. 

 

그러나 린드블럼은 침착했다. 8번 백창수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더니 7회말 1사까지 15명의 타자를 연속으로 범타 처리했다.

 

두산은 4회초 선두타자 3번 오재일의 좌월 2루타와 5번 지명타자 페르난데스의 좌중간 적시타로 1점을 쫓아갔고, 5회초에도 선두타자 1번 박건우와 3번 오재일의 2루타로 2-2 동점을 만들었다.

 

7회초엔 선두타자 8번 박세혁이 11구까지 끈질긴 승부를 펼치다 중전안타로 나갔고, 9번 허경민의 좌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로 역전 결승점을 올렸다. 3-2로 앞선 9회말엔 이형범이 구원 등판해 1이닝을 삼지범퇴 무실점으로 막았다.

 

이날 린드블럼은 8이닝 동안 2안타 만 내주면서 삼진 9개를 솎아냈다. 그리고 기분 좋은 올 시즌 13연승과 함께 20승을 달성했다. 두산은 3-2로 승리, 4연승을 달렸다. (이창호 전문기자/news@sport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