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의 기록재구성

[기록 재구성] ‘열아홉’ 강백호, 홈런으로 말하다

기사입력 [2018-08-20 13:23]

강백호, 만화 주인공이다. 

일본의 인기 만화 슬램덩크의 국내판을 만들면서 주인공 사쿠라기 하나미치(桜木花道)를 ‘강백호’라고 바꿨다. ‘강백호’는 슈퍼스타로 통한다.

 

강백호, 프로야구 제10구단 KT 위즈의 주목 받는 새내기다. 서울고를 거쳐 올해 입단하자마자 주전 자리를 꿰찼다. 앞길이 창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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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새내기 강백호가 KT의 주전으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만들어가고 있다. 뛰어난 장타력을 지닌 '예비 스타'로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열아홉’ 강백호가 홈런으로 오늘과 내일을 이야기하고 있다.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스윙을 한다. 벌써 20개의 아치를 그렸다.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한 뒤 달콤한 휴식기에 들어갔다.

 

강백호, 역대 세 번째 고졸 신인 데뷔 첫 해 20홈런

 

‘고졸 신인 20홈런’은 1994년 신일고를 졸업하고 LG에 입단한 김재현, 2001년 천안북일고를 거쳐 한화에 둥지를 튼 김태균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데뷔 첫 해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타자로는 통산 7번째. ‘영원한 홈런 타자’로 전설이 된 이승엽이나 ‘한화 최고의 간판타자’ 장종훈도 고졸 신인으로 넘보지 못했던 금자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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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새내기 중 데뷔 첫 해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김재현이다. 1994년 21개의 대포를 쏘아 올려 홈런 3위를 차지했다. 신인으로 ‘20(홈런)-20(도루) 클럽’에도 가입했다. 그 해 홈런왕은 쌍방울 김기태로 25개. 2위는 태평양 김경기로 23개였다.

 

강백호는 새로운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아시안게임 휴식기가 끝나면 고졸 신인 첫 해 최다 홈런(21개)은 물론 1996년 현대 박재홍이 데뷔하자마자 홈런왕에 등극하면서 기록한 30홈런까지도 넘볼 수 있다. 박재홍은 1996년 최초의 30홈런-30도루의 주인공이 되면서 ‘호타준족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강백호는 ‘임시 방학’에 들어갔다. KT는 다음달 4일 페넌트레이스를 재개하면 31게임을 더 소화해야 한다. 힘겨웠던 여름날을 건너뛰면서 체력을 재충전하면 더욱 활기찬 모습을 보일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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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김진욱 감독(오른쪽)은 새내기 강백호에게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미래의 스타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배려하고 있다. 

 

장기 레이스를 경험하지 못한 새내기에겐 여러 고비가 따르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먼저 체력 관리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강백호도 마찬가지였다. 무더위가 시작되고 체력이 떨어졌다. 시나브로 배팅도 무뎌졌다. 김진욱 감독이 관리했다. 힘들어 보이면 선발 출전에서 제외했다.

 

새내기는 상대 투수들의 집중 견제를 받으면 당황하기 마련이다. 한두 번 상대하면 장단점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약점만 파고들기 때문이다. 강백호도 5월11일 롯데전부터 5월19일 NC전까지 5게임 연속 무안타에 그친데 이어 7월31일 한화전부터 8월4일 넥센전까지 4게임 연속 침묵했다. 모두 스스로 극복해야 할 과정이다.

 

김진욱 감독은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살인적인 무더위 속에서 지칠 수밖에 없는데도 늘 자기 스윙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신인 때부터 타율 관리를 위해 맞히는데 급급한 스윙을 하면 더 큰 선수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것이 야구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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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백호의 스윙은 간결하다. 천부적인 힘을 지녀 뛰어난 장타력을 보여주고 있다. 8월15일 수원 NC전에서 역대 3번째로 고졸 신인 데뷔 첫 해 20홈런을 기록했다. 

 

강백호는 타격 발사 위치에서 공을 맞히는 지점까지의 거리가 짧다. 빠른 공이나 몸쪽 공에 대한 적응력을 높일 수 있는 이유다.

 

강백호는 첫 타석, 초구에 강하다. 아주 공격적인데다 노려 치는 능력까지 있다는 증거다. 올 시즌 강백호는 5차례 1회 선두타자 홈런을 기록했다. 그 중 3번이 1회 선두타자 초구 홈런이었다.

 

# 2018년 8월15일 수원 KT 위즈 파크 - 20홈런은 초구 노림수 적중

 

KT는 9위, NC는 10위다. 아시안게임 휴식기를 앞두고 ‘그들만의 리그’는 뜨거웠다. NC는 탈꼴찌를 위해 KT를 무조건 잡고 싶었다. KT 역시 ‘만년 꼴찌’의 오명을 쓰지 않으려면 NC는 무조건 이겨야 했다.

 

KT는 에이스 니퍼트를 내세웠다. 꼭 잡아야 게임이란 의미였다. NC 선발은 구창모. 어쩔 수 없이 선발로 활용하고 있다. KT가 선발 투수에서 비교 우위가 확실하니 유리한 흐름을 만들어 갈 수 있으리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 보니 이변이 일어났다. 니퍼트가 1회부터 난타를 당했다. 1번 노진혁, 2번 박민우에게 연속 안타를 내준데 이어 3번 나성범에게 3점짜리 좌중월 홈런을 맞고 휘청거렸다. 0-3으로 뒤진 1사 후엔 5번 모창민에게 좌월 홈런까지 내줬다.

 

2회에도 4번 스크럭스에게 2점 홈런을 맞는 등 총 4안타와 희생플라이 1개로 4점을 더 내줬다. 0-8로 점수차가 벌어졌다.

 

KT 벤치에선 달리 대책이 없었다. 일단 방망이로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2회말 1사 후 7번 윤석민이 중전안타, 8번 장성우가 우전안타를 치면서 공격의 물꼬를 열었다. 그러나 9번 심우준이 평범한 외야 플라이로 물러났다.

 

강백호는 이날 1번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1회에는 볼넷으로 나갔지만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홈을 밟지 못했다. 오늘 구창모의 구위라면 충분히 해 볼만하다고 생각하며 타석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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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는 8월15일 수원 NC전에서 선발 니퍼트가 초반부터 크게 흔들려 고전했다. 1번 강백호가 2회말 추격의 고삐를 당기는 시즌 20호 아치를 그렸지만 뒤집기까지는 역부족이었다.

 

구창모의 초구 선택은 슬라이더였다. 시속 129km짜리 변화구가 밋밋하게 스트라이크존의 가운데 높은 쪽으로 밀려 들어왔다. 강백호는 놓치지 않았다. 자신 있게 방망이를 돌렸다. 백스크린 오른쪽 관중석까지 날아간 시즌 20호 아치를 그렸다. 3점을 따라 갔다.

 

스윙은 간결했다. 거침없이 돌아갔다. 전날(14일)에 이어 2게임 연속 짜릿한 손맛을 봤다. 광복절을 맞아 수원구장을 홈 팬들이 환호했다. 그러나 승부를 뒤집까지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9-13으로 완패했다.

 

NC에 강한 강백호, 4할대 상대 타율로 자신감 충만

 

강백호는 NC에게 강하다. NC전 15게임에서 홈런 4개를 포함한 21개의 안타로 타율 4할4리와 11타점을 기록 중이다. 한화전 11게임에서 타율 1할3푼6리로 헤매고 있는 것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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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방학’에 들어가지 전까지 강백호는 107경기에 나가 홈런 20개를 포함한 113개의 안타로 타율 2할8푼8리와 타점 61개, 득점 82개를 각각 기록했다.

 

지금 첫 시즌이다. 배우고, 느껴야 할 것이 많다. 그래도 아주 당당하게 타석에 선다. 주눅 들지 않는다. 남은 레이스에 더 기대를 거는 이유다. (이창호 전문기자/news@isport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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