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의 기록재구성

[기록 재구성] ‘쿨가이’ 박용택의 대기록은 진행 중

기사입력 [2018-06-13 13:14]

‘쿨가이’ 박용택은 현재 진행형 기록 제조기다. 경기에 나갈 때마다,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두산에서 이적한 김현수와 함께 LG의 중심으로서 '신바람'을 내고 있다. 12일 현재 개인 통산 2007게임에 나가 홈런 201개를 포함한 2305개의 안타를 쏟아냈다. 통산 타율 3할9리. 도루는 총 306개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장타력까지 지닌 ‘호타준족(好打駿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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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택(오른쪽)과 김현수는 LG의 중심이다. 특히 박용택은 '영원한 LG맨'으로서 각종 대기록을 세우면서 '신바람'을 내고 있다.  

 

박용택은 지난 2일 잠실 넥센전에서 짜릿한 2점 아치를 그려 역대 최초로 ‘200홈런-300도루’의 금자탑을 쌓았다. 통산 1999경기에서 달성한 값진 기록이었다.

 

하루 뒤 3일 잠실 넥센전에선 대망의 개인 통산 2000게임에 출전하면서 수많은 팬들은 물론 동료 선수들의 축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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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박용택은 프로야구 역대 최다 안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양신’이라 불리면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양준혁의 2318안타를 넘어서려 한다. 12일 현재 통산 2305개의 안타를 기록하면서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안타 14개만 추가하면 2319개로 아무도 꿈꾸지 못했던 역대 최다 안타 신기록을 세운다.

 

만 서른아홉. 우리 나이로 불혹인 박용택은 휘문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뒤 2002년 LG에 입단해 17년째 늘 푸른 소나무같이 제 몫을 다하고 있다.

 

# 최초가 된 축포 200홈런, 2018년 6월 2일 잠실구장

 

LG는 임찬규, 넥센은 고졸 새내기 안우진을 각각 선발로 내세웠다. 휘문고 7년 선후배다. 임찬규는 2011년, 안우진은 올해 각각 프로에 진출했다.

 

안우진은 5월25일과 27일 롯데전에 두 차례 구원 등판하면서 프로 적응기를 가졌다. LG전은 프로 첫 선발이었다. 휘문고 재학 시절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1군 진입이 늦어진 탓에 더욱 부담스러웠다.

 

LG 선발 임찬규는 1회초 1사 후 2번 김규민, 3번 김하성, 4번 박병호에게 연속 3안타를 맞고 1실점했다. 그러나 LG는 2회말 선두타자 4번 김현수의 우월 1점 홈런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3회말엔 다시 11명의 타자가 일순하면서 김현수의 연타석 홈런 등 4안타와 4사구 2개, 야수 선택 등을 묶어 대거 5점을 뽑아 6-1로 역전했다.

 

LG쪽으로 주도권이 넘어왔다. 임찬규는 물론 타자들도 편하게 경기를 풀어 나갔다. 넥센은 흐름을 뒤바꿀 수 없다고 판단한 탓일까. 1-6으로 뒤진 4회말이 시작되자 선발 안우진을 김성민으로 교체했다.

 

4회말에도 LG 타선은 뜨거웠다. 선두타자 1번 이형종이 우전안타로 출루했다. 2번 오지환은 중견수 플라이 아웃. 앞선 두 차례의 타석에서 볼넷 하나를 골라냈던 3번 박용택이 타석에 나갔다.

 

박용택은 초구 스트라이크에 이어 2구가 들어오자 주저하지 않고 방망이를 돌렸다. 하얀 공이 멀리 날아갔다. 오른쪽 담장을 넘어갔다. 비거리 105m의 우월 2점 아치였다.

 

시즌 5호이자 개인 통산 200홈런을 달성했다. 박용택은 이미 2016년 7월 13일 잠실 한화전에서 통산 300도루를 달성했다.

 

마침내 1982년 출범한 한국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대망의 ‘200홈런-300도루’를 기록한 주인공이 됐다.

 

이날 LG는 홈런 4개를 포함한 장단 10안타를 몰아치면서 10-6으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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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디오 판정까지 했던 300도루, 2016년 7월 13일 잠실구장

 

LG와 한화의 시즌 9차전이 열렸다. 박용택은 이날 1번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LG 선발은 소사, 한화는 송은범. 한화가 1회초 2점을 먼저 뽑았다.

 

LG는 0-2로 뒤진 채 추격전을 펼쳤다. 4회말 대거 5점을 얻고 전세를 뒤집었다. 그러나 5회초 다시 3점을 내줘 5-5 동점.

 

팽팽하게 5-5 동점을 이어가던 7회말 1사 2루. 박용택이 용감하게 3루 도루를 시도했다. 좀더 경우의 수가 많은 득점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박용택의 움직임을 포착한 포수 조인성이 도루 저지를 위해 3루수 송광민에게 재빠르게 공을 던졌다. 결론은 세이프. 한화 벤치에서 즉각 비디오 판정을 요구했다. 결과는 원심 유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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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택은 2016년 이미 통산 300도루를 달성했다. 과감한 3루 도루를 감행했고, 비디오 판정까지 해야 하는 우여곡절 끝에 대기록을 세웠다.  

 

박용택이 역대 12번째로 통산 300도루를 달성해 ‘대도’ 이미지를 또렷하게 심었다. LG 구단은 커다란 전광판에 이 소식을 잠실구장을 찾은 2만여 팬들에게 알렸다. 유지현 3루 작전코치가 박용택의 등을 두드리며 격려했다.

 

‘프로다운 프로’ 박용택, 한결 같은 18시즌

 

프로는 언제든 팬 앞에 설 수 있어야 한다. 경기 출전은 선수의 능력을 측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지녔어도 팬 앞에 설 수 없다면 프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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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택은 한결 같은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서고 있다. 통산 2000게임에 출전한 지난 3일 잠실 넥센전에서 박용택이 힘찬 스윙을 한 뒤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박용택은 진정한 프로다. 2002년 입단 첫 해부터 112경기에 출전했다. 신인이 주전 자리를 꿰찼다. 지난해까지 17시즌을 활약하는 동안 2008년만 96경기에 나갔을 뿐 나머지 시즌은 모두 100게임 이상 출전했다. 철저한 자기 관리로 최상의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LG 팬들은 박용택을 ‘쿨가이’라 부른다.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빌 때나, 일상 생활을 할 때나 늘 ‘젠틀’한 이미지를 풍기기 때문이다.

 

# ‘철인’으로 인정 받는 2000게임, 2018년 6월 3일 잠실구장

 

박용택은 전날(2일) 개인 통산 200홈런을 터뜨리면서 역대 최초로 ‘200홈런-300도루’의 대기록을 세웠다. 이날은 기분 좋게 3번 지명타자로서 개인 통산 2000게임에 출전했다.

 

2000게임이란 한 시즌에 100게임씩 20년을 활약해야 이룰 수 있는 수치다.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그에 걸맞는 성적을 낼 수 있는 ‘철인’들만이 해낼 수 있는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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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구단은 오후 5시 넥센전을 시작하기 전부터 전광판에다 박용택의 통산 2000게임 출전을 널리 알렸다. 진정한 ‘철인’으로 인정받는 일만 남았다.

 

6월 첫째 일요일, 오후 5시 넥센전이 시작됐다. LG 선발 윌슨이 1회초 1번 이정후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등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출발했다.

 

LG는 1회말 1사 후 2번 오지환이 좌중간 3루타로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3번 박용택에게 타점 기회가 찾아왔다. 박용택은 넥센 선발 로저스와의 승부에서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유격수 땅볼이었지만 선취점으로 만든 타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1-0으로 앞선 3회말 무사 1, 2루에서 2타점 우월 2루타를 날렸다. 3-0으로 도망가는 타점을 추가했다.

 

로저스는 박용택의 2루타에 흔들렸고, 4번 김현수를 상대할 때 자신에게 날아오는 직선 타구를 처리하다 손을 다쳐 김동준으로 교체됐다.

 

박용택은 이날 1회에 터진 결승타를 포함해 3타수 1안타 3타점을 기록하면서 통산 2000번째 출전 경기를 더욱 값지게 만들었다.

 

2016년 8월 11일 이미 개인 통산 2000안타를 기록했기 때문에 2000게임 출전으로 역대 7번째 ‘2000게임-2000안타’의 대기록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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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박용택이 2016년 8월 11일 잠실 NC전에서 개인 통산 2000안타를 기록하자 양상문 감독(위 왼쪽 두번째)이 축하해주고 있다. LG 팬들도 대형 현수막을 미리 준비해 대기록 달성을 기뻐하고 있다. 

 

‘2000-2000 클럽’ 전준호는 첫 가입자, 장성호는 최연소

 

‘2000-2000’은 아무나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이 아니다.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후 7명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잘 하면서 오래 현역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선수만이 누릴 수 있는 영광이다.

 

KBO리그에서 처음으로 ‘2000-2000 클럽’에 가입한 선수는 전준호다. 우리 히어로즈 시절이었던 2008년 9월 11일 개인 통산 2052경기째 출전이었던 부산 롯데전에서 2000안타를 터뜨려 첫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전준호는 그 해 6월 7일 만 39세 3개월 23일의 나이로 대전 한화전에서 이미 2000게임에 나갔었다.

 

양준혁은 ‘2000-2000 클럽’ 가입자 중 가장 먼저 2000안타의 고지를 점령해 최고의 타격 능력을 지닌 타자임을 증명했다. 2007년 6월 9일 잠실 두산전에서 개인 통산 2000안타를 터뜨렸다. 1803경기 만에 이룬 쾌거였다. 당시로선 최소 경기 2000안타였다.

 

그러나 양준혁의 최소 경기 2000안타는 2014년 5월 6일 LG 이병규가 깬다. 개인 통산 1653번째 출전 경기였던 잠실 한화전에서 새로운 기록을 작성했다. 이병규의 역대 최소 경기 2000안타는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이병규는 통산 2043안타를 터뜨렸지만 1740경기에 출전하는데 그쳐 ‘2000-2000 클럽’에는 가입하지 못한 채 은퇴했다.

 

1996년 해태에 입단해 KIA로 유니폼을 바꿔 입은 뒤 한화, 롯데, kt를 거친 장성호는 2013년 9월 17일 롯데 유니폼을 입고 역대 최연소인 35세 10개월 30일에 ‘2000-2000 클럽’의 문을 열었다. 2012년 9월 18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삼성전에서 34세 11개월로 2000안타를 달성했다.

 

올 시즌 박용택이 역대 7번째로 ‘2000-2000 클럽’에 가입하기 전인 5월 11일 삼성 박한이도 역대 6번째 대기록을 세웠다. 40세 3개월 13일째인 대구 KIA전에서 2000게임에 출전, 꿈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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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택 연도별 성적 / 한국야구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박용택, 박한이, 정성훈은 지금도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특히 존재감이 가장 뚜렷한 박용택의 활약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창호 전문기자 / news@sport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