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율의 사진여행

[사진여행] 사진과 배경

기사입력 [2017-07-14 20:08]

주제는 배경과 적절하게 조화되어야 빛이 난다. 
배경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주제를 아무리 주의 깊게 다루어도 잘 부각시키기 어렵다. 이처럼 사진에서 배경이 왜 중요한지, 배경의 종류는 어떤 것인지, 배경을 어떤 방법으로 처리하면 좋은지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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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종 CANON, 초점거리 24mm, 조리개 F22, 셔터 8초, IOS 50, 촬영 가리왕산)
계곡의 이끼들이 폭포와 조화를 이루며 시원한 계곡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복합배경은 주제의 일부를 이루면서 주제의 연장선상에 있는 배경을 말한다. 즉 녹색 이끼와 바위는 계곡의 주제인 폭포의 연장선상에 있는 복합배경이다.

배경의 중요성.

사진에서 중요하지 않은 요소가 없겠지만, 프레임 전반에 깔려있는 배경은 주제 못지않게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진은 주제와 부제, 배경이 함께 어울려져 만들어진다. 

보통 촬영자들은 주제만 고려하고 주변소재나 배경은 별로 의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스포츠같이 움직이는 피사체를 촬영할 경우, 주제인 선수만 집중적으로 촬영하다 배경이 어색해 사진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 

배경은 사진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주제를 돋보이게 부각시켜주고, 주제내용을 연결시켜 스토리를 창출해주고, 주제에 시선을 집중시키도록 만드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배경이 좋지 않으면 그 사진을 포기하라는 말도 있다. 

물론 아주 마음에 드는 배경만 골라 찍을 수는 없지만, 이왕이면 주제를 빛내주는 배경 쪽을 선택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하지만 배경이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주제를 빛나도록 보조하는 것이 배경본연의 역할임은 분명하다. 

즉 배경은 배경일 뿐이다.


배경의 종류.
배경은 좋은 배경, 복합배경, 무의미한 배경, 피해야할 배경으로 분류할 수 있다.
좋은 배경은 주제를 돋보이게 잘 부각시켜 주는 배경을 말한다. 
내용과 형태, 밝기와 색감, 분위기 등에서 주제와 대립하지 않고 어떤 형태로든 도움이 되는 배경을 말한다.
복합배경은 배경이 주제의 일부를 이루는 경우다. 
대회개막식 선수선서를 주제로 한다면, 주제인 선서하는 선수대표와 더불어 뒷줄에 늘어선 참가선수들도 주제의 중요한 일부를 이룬다. 공격하는 선수가 주제인 경우 수비하는 선수나, 환영하는 선수 등도 주제의 일부를 이루면서 배경이 되는 것을 말한다. 치어리더를 촬영할 경우에는 중심 되는 주제인 치어리드와 뒤쪽이나 앞쪽 옆쪽의 배경이 되는 치어리더도 주제인 중심 치어리더의 연장선상에서 주제의 일부를 이루면서 배경이 된다. 즉 수능교실에서 주제로 선정되어 중심이 되는 수험생 뒤의 학생들도 주제의 일부를 이루는 것과 같이 주제의 연장선상에 있는 배경을 말한다. 
복합배경에서는 모든 구성 요소가 모두 잘 나타나게 화면전체를 선명하게 해주는 것이 유리하다. 유의할 점은 특히 인물촬영의 경우에는 선 분리의 적절한 처리다. 대다수의 촬영자들은 주제인 인물은 인물촬영 요건에 따라 촬영하지만, 배경되는 인물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배경되는 인물도 주제와 잘 연결되게 선 분리를 적절하게 처리해야만 복합배경으로서의 효과를 살릴 수 있다.
무의미한 배경은 흰 배경, 검은 배경, 구름 없는 하늘같이 밋밋한 배경을 말한다. 
산만하거나 지저분한 배경보다는 낫지만, 주제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배경을 말한다. 화면내용을 단순화시키거나, 분명히 해야 할 경우에는 이런 배경도 효과적일 수 있다.
피해야할 배경은 주제와 대립하거나, 주제에 집중될 시선을 분산시키거나, 방해하는 배경을 말한다. 산만하거나 너무 어두운 배경, 플래시 사용으로 생기는 짙은 그림자, 주제를 가로지르는 강한 선이나, 강열한 색이나 형태, 선 분리가 어색한 복합배경 등으로 주제부각을 손상시키는 배경을 말한다.

좋은 배경의 요건.
아무리 좋은 주제라도 뒤에서 힘차게 밀어주는 배경이 없다면 빛을 발하기가 어렵다. 
주제와 연관성이 높아 내용파악에 도움을 주거나, 주제의 분위기를 잘 조성해주거나, 명암과 색감이 확연하게 대비되어 주제를 선명하게 살려주거나, 주제보다 더 튀지 않으면서 멋진 배경이라야 좋은 배경이다. 
더불어 좋은 배경은 산만하지 않고 단순해야 된다. 
대부분의 사진에서는 배경이 항상 많은 공간을 차지한다. 많이 차지한 공간이 복잡하고 산만하면, 주제가 부각되기 어렵다. 단순하고 깔끔한 배경이야말로 주제를 두드러지게 만들어 감상자가 주제를 쉽게 찾아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즉 단순한 배경은 주제를 선명하게 부각해주고, 내용파악을 쉽게 해주며, 주제에 시선을 집중시키는데 유리하다. 단순한 배경이 좋다고 주제만 덩그러니 있다면 사진이 무미건조해질 경우가 많으므로 유의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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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종 CANON, 초점거리 70mm, 조리개 F5.6, 셔터 1/6400초, IOS 100, 촬영 북한산)
검은 먹구름이 강한 햇빛을 받아 사방으로 빛을 뿌리며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프레임에 주제만 덩그러니 있으면 사진이 무미건조해질 경우가 많다. 전경이나 배경은 주제를 도와 사진의 변화와 깊이를 부여해 준다.

배경처리 방법.
사진에 하등 보탬이 되지 않는 배경을 어떻게 처리하는가에 따라 사진의 질이 결정된다. 
배경이 나쁠 때는 촬영위치를 옮기거나, 화각을 좁게 하여 거슬리는 배경을 잘라 내거나, 앵글을 돌려 좀 더 좋은 쪽을 선택하면 가장 간단하다. 이것이 어려울 경우는 카메라와 렌즈 특성을 잘 활용하면 쉽게 처리할 수 있다.
클로즈업은 산만한 배경을 가장 쉽게 처리해준다. 
보통 피사체에 가까이 갈수록 불필요한 요소들이 제거되어, 피사체를 보다 선명하게 부각시킬 수 있다. 주제로 화면을 가득 채우면, 특히 광각렌즈로 주제만 클로즈업하면, 아무리 산만한 배경이라도 화면에 들어설 자리가 없다. 주제가 가로인 것은 가로프레임, 세로인 것은 세로 프레임으로 촬영하면 산만한 뒤쪽 공간을 더욱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그리고 아웃포커스로 배경을 흐리게 처리하는 방법이다. 
심도를 얕게 하여 만드는 아웃포커스는 피사체와 배경과의 거리가 멀수록, 카메라와 피사체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렌즈조리개를 개방할수록, 초점거리가 긴 망원일수록 효과적이다. 아웃포커스를 활용할 경우에 유의할 점은 아웃포커스 된 배경의 색과 분위기다. 아웃포커스에서 배경은 어차피 뭉그러져 날라버리니까 상관없다고 생각하지만, 아웃포커스일수록 배경의 색감과 분위기를 깔끔하게 정돈하는 작업이 아웃포커스의 장점을 살리는 핵심요소라는 점을 늘 상기해야한다. 그래도 처리하기 어려운 배경은 과감하게 끌어않아 화면구성의 일부로 조화시켜 버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와 비슷하게 배경을 흐르게 하여 동감을 강조하는 패닝기법도 배경을 단순하게 처리해준다.
또한 명암과 색상차를 이용하여 배경을 처리할 수 있다. 
명암차를 이용할 때는 주제를 밝은 광선아래 두고, 배경을 주제 밝기보다 2스텝 이상 어두운 곳을 선택하면, 산만한 물체들을 어둠속에 쉽게 묻을 수 있다. 색상차를 이용할 때는 주제와 색상차가 큰, 명시도가 높은 단일색상이 유리하다. 노란색에는 검정색, 녹색에는 빨강색이 명시도가 높듯이, 명시도가 높으면서도 색감이 부드럽고 단순한 배경은 주제를 더욱 잘 부각해 준다.
덧붙여 주의할 점은 배경의 수평수직을 정확하게 맞추는 것이다. 
심도가 선명한 사진에서는 수평수직에 신경을 쓰는데, 아웃포커스나 클로즈업사진에서는 배경의 수평수직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안정된 사진은 잘 짜진 구성에서 오므로 수평수직은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전경처리 방법.

배경은 누구든지 조금은 신경을 쓰지만, 넓은 의미의 배경이라 할 수 있는 전경에는 소홀한 경우가 많다. 

전경은 피사체 앞쪽에 있는 사진요소를 말하는데, 전경을 배치하면 사진에서 결여되기 쉬운 깊이를 부여하고, 현실과 다른 감성을 창출해 의외로 독특한 사진을 만들어준다. 

전경은 카메라 쪽으로 뻗어 있는 주제와 주제 앞에 있는 물체나, 주제를 틀로 둘러싸고 있는 턴넬 프레임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주제가 카메라 쪽으로 연속된 전경은 주제로 시선이 향해가도록 가이드선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전경에서 배경까지 초점이 맞으면 더욱 효과적이다. 

주제 앞의 물체가 전경을 이룰 경우는 초점을 주제에 맞추어 전경을 흐리게 만들어 사진의 깊이를 보여줄 수 있다. 즉 초점이 맞는 쪽으로 시선이 가므로 주제를 부각시키면서 화면에 깊이나 입체감을 나타내준다. 전경이 선명하면 주제와 겹치거나 주제처럼 느껴지기 쉬워 주객전도될 우려가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주제를 틀로 둘러싸고 있는 턴넬 프레임은 주제에 시선을 결집시켜 집중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다준다. 전경을 이루고 있는 틀이 선명하고 어두우면 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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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종 CANON, 초점거리 16mm, 조리개 F9, 셔터 2초, IOS 250, 촬영 경복궁)
전경을 배치하면 사진에서 결여되기 쉬운 깊이를 부여하고, 현실과 다른 감성을 창출해 의외로 독특한 사진을 만들어준다. 주제를 틀로 둘러싸고 있는 턴넬 프레임은 주제에 시선을 결집시켜 집중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다준다. 이때 전경을 이루는 틀이 선명하고 어두우면 효과가 크다.

촬영 포인트.
1. 시선을 끌 수 있는 시각적인 조건을 잘 활용하면 주제를 쉽게 강조할 수 있다. 가장 밝은 부분도 시선을 쉽게 끌어들이는데, 어두운 배경이면 더욱 좋다. 또한 가장 큰 물체와 가장 선명한 초점부분도 시선을 쉽게 끌어들인다. 두드러진 색도 시선을 쉽게 끌어들이는데, 배경색이 명시도가 높은 단조로운 색이면 더욱 효과가 크다. 패턴이 분명한 것과 특이한 상황도 시선을 쉽게 끌어 들여 주제를 강조해 준다.
2. 사진배경을 검게 만들려면, 명암과 색의 대비가 강한 밝은 날, 어두운 그늘을 배경으로 빛을 받고 있는 피사체를 택해, 피사체의 가장 밝은 부분을 스폿 측광하여, -1,2스텝 노출보정을 해주면 배경을 검게 처리할 수 있다. 또한 배경을 희게 만들려면, 배경에 비해 어두운 피사체를 선택하여 어두운 주 피사체를 스폿 측광하여, +1,2스텝 노출보정을 해주면 배경을 희게 처리할 수 있다.
3. 수평선(지평선)이 하늘과 땅을 분할하는 화면 비율에 따라 사진의 느낌이 달라진다. 수평선이 높이 나타나면 화면의 넓은 부분을 수면이 차지하므로 현실적인 느낌이 강화되어 안정되고 친근한 느낌을 준다. 반대로 수평선이 낮아 하늘이 화면의 넓은 부분을 차지하면 밝고 자유스러운 느낌을 준다. 또한 수평선이 기울어지면 동적인 느낌과 불안정한 변화의 느낌을 준다.

한국체육대 미디어특강교수 김창율(news@isport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