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율의 사진여행

[사진여행] 사진과 빛

기사입력 [2017-06-22 23:43]

‘사진은 빛의 예술이다’(photography는 그리스어의 ‘빛 그림’에서 유래). 사진을 잘 아는 사람이나, 모르는 사람 모두다 사진은 빛을 읽어가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사진가들이 사진에 빛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즉 빛을 얼마만큼 이해하고, 느끼고, 볼 수 있는가에 따라 그 깊이가 가늠된다.
우리 주변에 수많은 종류의 빛들이 공기처럼 늘 존재하고 있어서, 아무른 자각 없이 받아들이고 있지만, 빛으로 그려가는 사진을 통하여 다양한 빛의 방향과 다채로운 빛의 성질을 느끼고 경험하면서 촬영하면, 또 다른 느낌의 즐거움이 여러분들에게 다가갈 것이다.

빛의 종류에 따른 사진의 이해.
빛은 크게 태양을 광원으로 하는 자연광과 조명과 스트로브를 주 광원으로 하는 인공광으로 나눈다. 인공광은 촬영 의도와 목적에 따라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지만, 태양을 광원으로 하는 자연광은 계절과 시간대에 따라 빛의 세기와 방향, 색온도 및 빛의 성질 등이 확연히 달라지므로 많은 이해가 요구된다. 보통 한 낮은 다른 시간대보다 빛이 강렬하고 거칠어 피사체의 윤곽을 하얗게 날려 버리거나 딱딱하게 만들지만, 아침, 저녁은 대기가 길어서 파장이 짧은 청색 빛들은 대기에 흩어지고, 파장이 긴 붉은 빛들이 많아 색조가 따뜻하다. 또한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로 피사체의 윤곽과 입체감을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구름과 안개가 낀 날에는 빛이 구름과 공기 중의 수증기에 반사되어 부드럽게 확산되는 성질을 지니고 있는데, 이러한 빛의 특성만 잘 알아도 좋은 사진을 쉽게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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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종 CANON, 초점거리 195mm, 조리개 F3.5, 셔터 1/250초, IOS 400, 촬영 상주)
겨울철 별미로 각광받고 있는 예쁘게 깎인 곶감이 따사로운 햇살에 선명한 황금색을 띠우면서 맑은 바람에 흔들리며 익어가고 있다. 역사광 태양빛을 활용하여 곶감의 윗부분을 탑 라이트로 처리하여 전체 곶감의 단순한 색상에 변화를 주었고, 아래 부분을 황금색으로 보이게 하여 곶감의 질감을 투명하게 잘 보여주고 있다. 사광과 역사광은 피사체의 색조와 분위기를 잘 표현해주고, 입체감과 윤곽을 뚜렷하게 만들어 주므로 많은 사진가들이 즐겨 애용하는 빛이다.

빛의 방향에 따른 사진의 이해.
빛은 피사체에 비춰지는 빛의 방향에 따라 순광, 측광, 역광 및 사광으로 나눈다.
순광은 피사체가 빛을 정면으로 받는 위치를 말하는데, 빛이 고루 퍼지기 때문에, 피사체가 전체적으로 밝게 촬영되어 색상이 잘 보이지만, 유의하지 않으면 깊이와 입체감이 없는 평면적인 사진이 되기 쉽다.
측광은 빛을 오른쪽이나 왼쪽 옆에서 받는 것을 말하는데, 드라마틱한 이미지와 좌우 명암대비나 입체감을 살리는데 좋은 빛이다. 그러나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노출차가 심하므로 노출대비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역광은 빛이 피사체 뒤쪽에서 비추는 것을 말하는데, 순광에서 보이지 않던 피사체의 또 다른 속성과 매력 및 피사체의 윤곽만을 보여주는 실루엣 촬영에 많이 사용된다. 역광은 강한 콘트라스트와 플레어 현상 및 노출보정 등으로 작업이 조금 까다로운 면이 있지만, 새로운 이미지 창조와 이미지 속성을 강조하는데 많이 사용되는 빛이다.
사광과 역사광은 빛이 피사체의 앞과 뒤 45도 각도의 위치로 비추는 것을 말하는데, 아침 저녁의 태양빛이 여기에 속한다. 사광과 역사광은 그림자를 풍부하게 만들어 주므로 입체감을 표현하기가 적당하고, 피사체의 질감과 디테일을 표현하는데 유리하여 사진가들이 즐겨 애용하는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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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종 CANON, 초점길이 24mm, 조리개 F8, 셔터 1/500초, IOS 100, 장소 통도사)
경남 양산 통도사 대웅전 기둥이 내리 쬐는 태양빛을 역광으로 받아 묵직한 분위기를 보이면서 오랜 연륜의 장엄함과 고적함을 강조해 보여주고 있다.
역광촬영에는 위의 가운데 왼쪽에 보이는 플레어를 늘 염두에 두어야한다.

빛의 성질에 따른 사진의 이해.

빛이 따뜻한 아침저녁 시간대, 해 뜨기 전의 새벽과 해가 진 저녁 무렵의 시간대, 중천에서 내리 쬐는 한낮의 시간대 등 시간에 따라 빛의 방향과 세기, 밝기와 콘트라스트 및 색온도가 확연히 달라진다.

또한 계절에 따른 습도차이나, 구름의 밀도와 날씨에 포함된 수증기의 양에 따라 빛의 반사와 확산이 달라져 사진의 분위기와 느낌까지 확연히 달라진다.

아침의 안개 낀 숲속으로 드리워지는 빛줄기나 창문으로 들어오며 실내에 확산되는 빛, 즉 빛의 세기와 확산 정도 및 촬영자가 빛을 대하는 자세에 따라 사진은 느낌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또한 밝은 날 해가 구름 속으로 들어가거나, 비온 후 해가 구름 속에서 나타날 때의 빛은 아주 미묘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특히 비온 직후, 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태양의 빛 내림은 주위 풍경까지 환상적으로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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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종 CANON, 초점거리 115mm, 조리개 F4.0, 셔터 1/500초, IOS 400, 장소 경주삼릉)
경주 삼릉 도래솔숲 소나무들이 오랜 세월의 굴곡을 몸에 고스란히 안고 질곡 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소나무 숲을 역광으로 촬영하여 소나무 숲에 내리 쬐는 빛 내림을 표현하고 있다.

촬영 포인트.
1, 플레어는 동그란 모양의 빛 무늬나 빛줄기가 생기는 고스트(Ghost) 현상과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게 보이는 포그(Fog) 현상으로 나타난다. 역광에서 플레어(Flare) 현상을 방지하려면 렌즈후드를 장착하거나, 태양광이 렌즈에 직접 반사되는 것을 막게 모자나 손으로 렌즈 위를 가려 촬영하면 된다. 
2, 측광이나 사광, 역광 촬영 시에는 주변의 중간정도 밝기의 피사체에 노출을 맞춘 후, 반 셔터 상태로 원하는 피사체로 돌려 촬영을 많이 한다. 반 셔터 상태에서는 초점과 노출이 동시에 고정되기 때문에 적절히 활용하면 편리하다.
3, 역광이나 측광 촬영 시, 주 피사체의 음영을 없애기 위해 반사판이나 스트로브를 많이 활용한다. 보조조명을 사용할 때는 노출을 주변 밝기보다 0.5-1.5 step 부족 되게 조정해서 촬영하면, 뒤 배경을 살려내어 피사체를 주변 분위기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으로 표현해 낼 수 있다.

한국체육대 미디어특강교수 김창율(yul2979@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