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세의 무비스토리

[배우극장] `이병헌` 할리우드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다!

기사입력 [2018-01-0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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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서울 청계천 광장에서 열린 `2010 서울 세계 등(燈)축제` 개막식에 참석한 이병헌.

 

온 나라를 송두리째 흔들었던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이 일파만파 퍼져나가면서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손에 저마다 촛불이 들려지던 2016년 겨울, “이게 나라냐는 규탄의 목소리가 세상을 뒤덮었지요. 그리고 이 촛불혁명은 마침내 차가운 겨울바람을 뚫고 무능하고 몰염치한 현직 대통령을 탄핵하는 헌정 사상 초유의 결과를 이끌어냈습니다.

 

영화 내부자들’(2015, 우민호 감독)은 마치 이런 세태를 예측이라도 한 것처럼 광장의 촛불혁명에 앞선 1년 전, 개봉됐습니다. ‘미생’ ‘이끼등의 웹툰 작가 윤태호의 미완성 웬툰 내부자들을 원작으로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영화화한 작품이었는데, 영화 속에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너무나 한국사회의 어두운 현실과 닮아 있었습니다. 영화는 개봉과 동시에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습니다. 영화 속의 폭력과 노출 등의 표현 수위로 인해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으로 개봉됐음에도 무려 8백만 명 가까운 관객동원을 기록했지요. 그만큼 영화가 잘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정치깡패 안상구 역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이병헌의 걸출한 연기력을 으뜸 흥행요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정치와 재벌, 언론, 검찰, 조직폭력 등 권력의 유착관계를 사실적으로 담아낸 이 영화에서 이병헌은 권력을 향해 야망을 키워나가다가 헌신짝처럼 버려지는 정치깡패 안상구로 등장했습니다. 걸쭉한 호남 사투리에 기름을 발라 올백으로 넘긴 헤어스타일 등 외모의 표현에서도 남다른 포스로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이끌어갔지요.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안상구가 다른 인물들, 우장훈 검사(조승우)나 이강희 주필(백윤식) 등과 마찬가지로 굉장히 힘 있는 캐릭터로 되어 있었습니다만 이병헌의 제안으로 유머러스한 캐릭터를 덧칠하게 됐습니다. 영화의 이야기가 긴박하게만 흘러가기 보다는 잠깐씩 관객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배려하자는 얘기였습니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 안상구는 개처럼 버려져 분노와 복수심에 불타는 절박함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습니다. 거칠고 야성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가끔씩 어색한 농담을 던지며 관객의 허를 찌르곤 했습니다. 이런 장면들은 영화를 보고나온 관객들에게 신선한 감흥을 안겨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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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대뷔 당시 앳된 모습의 이병헌. 

 

이 때문에 내부자들의 촬영현장에서는 이병헌의 애드리브가 난무했습니다. 이병헌 스스로 내부자들의 개봉에 앞선 시사회 인터뷰에서 아마도 출연했던 영화들 중에서 애드리브가 가장 많은 영화인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잔 할까?”가 이렇게 해서 나온 대사입니다.

 

또 우장훈 검사(조승우)넌 복수를 원하고, 난 정의를 원한다. 그림 좋잖아?”라며 안상구를 설득할 때, “정의? 대한민국에 여적까지 그런 달달한 것이 남아있기는 한가?”라고 맞받아치는 대사는 이병헌의 입과 표정을 통해서 극명하게 그 분위기가 살아났습니다. 당시 한국사회의 어두운 이면과 부조리에 대한 날 선 풍자가 고스란히 느껴졌지요.

 

내부자들의 성공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이병헌에게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준 셈이었습니다. ‘내부자들의 개봉에 앞서 2년여 동안 그는 쉽지 않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20149,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이병헌 50억 협박사건으로 그는 협박 당사자들에 대한 사법적 처벌과는 별개로 적잖은 마음고생을 해야 했습니다. 당시는 여배우 이민정과 결혼한 지 1년밖에 안된 상황이었던 터라 대중의 시선이나 주변의 위로조차 부담스러웠던 겁니다. 그렇게 2년여를 조용히 지내면서 영화 협녀, 칼의 기억’(2015, 박흥식 감독)내부자들을 찍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협녀, 칼의 기억2014년에 찍은 영화인데, ‘협박사건이 터지면서 개봉을 미뤘다가 늦게 개봉한 영화였습니다. ‘협녀, 칼의 기억은 한 여름에 개봉됐는데, 기대에 못미치는 평가를 받으며 흥행에도 실패했습니다. 당시 대중의 기류 중에는 이병헌 나오는 영화는 안본다는 극렬 냉담파들이 꽤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조차 내부자들을 보지 않을 수 없었고, 또 영화를 보고난 뒤에는 연기로는 깔 수가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지요. 그만큼 내부자들은 이병헌의 존재감을 여실히 보여준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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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특별행사인 오픈토크에 참석한 이병헌.

 

사실 이병헌은 데뷔할 때부터 남다른 주목을 받았습니다. 1991KBS 공채 탤런트로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그는 아스팔트 내 고향바람꽃은 시들지 않는다의 드라마에서 비중있는 배역을 맡았습니다. 신인 탤런트에게는 좀체로 주어지지 않는 기회였는데, 그의 외모와 연기솜씨가 금세 방송 관계자들의 눈에 띄었습니다. 그후 그는 패기넘친 상남자의 캐릭터로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킨 드라마 내일은 사랑’(1993)폴리스’(1994)에서의 활약으로 영화계로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신인급이었던 그가 화장품(아모레)CF모델로 발탁되었을 정도였으니까 그의 줏가가 얼마나 급상승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훗날 그가 SBS TV드라마 올인’(2003)이나 KBS 2TV드라마 ’‘아이리스같은 명품 드라마에서도 빛나는 연기를 펼치기도 했습니다만 1995년 이후엔 거의 영화에만 전념했습니다.

 

그의 첫 영화는 누가 나를 미치게 하는가’(1995, 구임서 감독)였습니다. 데뷔 때부터 패기 가득한 남자의 캐릭터를 과시해온 그가 이 영화에서는 루저인생을 연기했습니다. 반전이지요. 유치찬란한 상사와 근무 시간에 사우나하는 직장 동료, 수입고기를 한우라고 파는 정육점 주인, 아이들에게 포르노테입을 빌려주는 비디오가게 주인 등에게 치여 스트레스를 받다가 막판에 예비군 훈련장의 M16총을 가지고와서 분노를 터뜨리는 캐릭터입니다. 기획이 신선하다는 평가를 들었으나 흥행에선 참패했던 영화였습니다. 이후 그는 3~4년동안 몇 편의 영화에 더 출연했습니다만 그다지 두드러진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어찌보면 영화배우로서는 위기 국면이었지요.

 

그때 오늘날의 이병헌을 있게 한 영화 내 마음의 풍금’(1999, 이영재 감독)을 만났습니다. 60년대의 시골 초등학교에 사범학교 졸업하고 첫 부임하는 스물한 살 총각선생님이 그의 역할이었습니다. 17살 먹은 늦깎이 여학생(전도연)의 짝사랑을 외면하고 연상의 여선생(이미연)에게 밤새워 어설픈 러브레터를 쓰는 총각 선생님을 그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려냈습니다. 영화 마지막에 이르러 늦깎이 여학생과의 사랑이 완성되었음을 시사하는 턴 테이블 위의 레코드판과 몇 장의 사진 등 상큼한 여운을 안겨준 '내 마음의 풍금'이 그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영화가 되었습니다.

 

후 그의 행보에서 써내려간 필모그라피를 보면 화려합니다. ‘공동경비구역 JSA(2000,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번지 점프를 하다‘(2001, 김대승 감독), ’중독‘(2002, 박영훈 감독), ’달콤한 인생‘(2005, 김지운 감독),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추창민 감독), ’밀정‘(2016, 김지운 감독), ’마스터‘ (2016, 조의석 감독) ’남한산성‘(2017, 황동혁 감독) 등 영화배우 이병헌의 입지가 얼마나 탄탄한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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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그해 여름' 현장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병헌.

 

이병헌은 또한 할리우드로 진출한 한국의 배우들 중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로도 손꼽힙니다. 2009지 아이 조- 전쟁의 서막’(스티븐 소머스 감독)에 스톰 쉐도우 역으로 처음 출연했을 때만 해도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했다는 자체가 뉴스였습니다만 그 영화를 통해 보여준 이병헌만의 색깔이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면서 계속해서 할리우드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 아이 조2’(2013, 존 추 감독)에서는 브루스 윌리스, 드웨인 존슨 등과 함께 대등한 비중으로 스크린을 휘저었습니다. 브루스 윌리스와는 이후 레드- 더 레전드’(2013, 딘 패리소 감독)에서도 함께 호흡을 맞추며 돈독한 우정을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레드- 더 레전드에서는 브루스 윌리스 외에도 캐서린 제타 존스, 안소니 홉킨스, 존 말코비치 등 내로라 하는 할리우드의 특급스타들에 견주어 전혀 뒤지지 않는 액션연기를 뽐냈습니다.

 

그런가하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시리즈 중의 하나인 터미네이터- 제네시스’(2015, 앨런 테일러 감독)에서는 아놀드 슈와제네거의 안타고니스트인 액체인간 T-1000 역으로 열연, 국내 팬들을 열광케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명배우 알 파치노와도 함께 했습니다. ‘미스컨덕트’(2016, 시모사와 신타로 감독)에서였습니다.

 

이병헌이 이처럼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영화에 성공적으로 출연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뛰어난 연기력 때문입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노력해온 영어 구사력입니다. 이병헌 만큼 영어로 감정표현을 적절하게 해낼 수 있는 국내 배우는 별로 없을 겁니다.

 

이 모든 걸 넘어서 이병헌의 가장 큰 장점은 품성입니다. 영화계의 동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나, 팬들을 상대할 때나 그는 늘 겸손 모드입니다. 한류열풍이 동남아시장을 휩쓸던 때도 그는 한류스타들 중 가장 모범적이었습니다. 아마도 이런저런 스캔들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것도 그의 품성에 대한 팬들의 신뢰 때문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는 배우로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왔고, 또 걸어갈 겁니다. 팬들의 기대를 잘 아는 배우니까요. (이창세 영화기획 프로듀서/news@isport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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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일본 도쿄돔에서 영화 같은 대규모 팬미팅을 기획해 일본에서 한류스타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 주고 있는 이병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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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영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감독 김지운) 시사회에 참석한 이병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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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KBS홀에서 열린 제29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이병헌이 취재진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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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이병헌과 시에라 밀러(왼쪽)가 영화 ‘지.아이.조:전쟁의 서막’(G.I.Joe:The Rise of cobra, 스티븐 소머즈 감독) 기자회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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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영화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에서 ‘스톰 쉐도우’ 역으로 열연, 월드스타로 도약한 이병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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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첩보액션 드라마 `아이리스`(연출 김규태 양윤호)의 강도높은 액션촬영에서 이병헌과 김소연이 광화문 광장 총격전 장면을 열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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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김지운 감독의 첫 스릴러이자 이병헌과 최민식의 강렬한 광기의 대결로 주목 받았던 `악마를 보았다`의 극중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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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이병헌(오른쪽)과 김희선이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아프리카 어린이돕기 유니세프 기금 모음 ‘故 앙드레김 추모 패션쇼’에 메인 모델로 참석해 멋진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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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스포츠코리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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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이병헌은 안성기와 함께 23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엔젤레스 헐리우드 거리에 있는 그라우만즈 차이니스 극장 앞에서 진행 된 핸드 프린팅 행사에 참석했다.  이 곳은 찰리 채플린, 마릴린 먼로, 클린트 이스트우드 등 역사적인 배우 및 연출자들의 핸드/풋 프린팅들이 남겨져 있는 관광명소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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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이병헌이 13일 오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광해`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환하게 웃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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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일본 전국 90여개 관에서 대대적으로 개봉 예정인 영화 `광해`의 일본 프로모션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이병헌. 하네다 공항에는 오랜만의 작품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이병헌을 보기위해 모인 일본팬 200여명과 수많은 기자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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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이병헌이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영화 ‘지.아이.조 2’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하여 팬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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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할리우드 영화 ‘지.아이.조2’ 월드 프리미어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한 존 추 감독이 이병헌 양말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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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이병헌이 28일 오후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영화 `레드:더 레전드` 쇼케이스에 참석해 여성팬들과 함께 셀카를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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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과 이민정의 결혼식 장면.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비공개로 열린 결혼식의 주례는 원로배우 신영균이 맡았으며, 배우 이범수가 1부 사회를, 개그맨 신동엽이 2부 사회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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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이병헌이 24일 광진구 롯데시네마에서 진행된 영화 `협녀, 칼의 기억` 제작보고회에 앞서 무대에 올라 '50억 협박사건'에 대한 심경을 밝힌 후 고개를 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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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이병헌이 5일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영화 `마스터` 레드카펫 쇼케이스에 참석해 팬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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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CGV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남한산성` 언론시사회에 참석하는 이병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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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이 2017년 여의도 CGV에서 열린 ‘제 38회 청룡영화상’ 핸드프린팅 행사에서 자신의 핸드프린팅을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