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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무비 스토리] `게임의 법칙`

기사입력 [2018-02-0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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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후반, 한국의 극장가에는 홍콩 액션영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쳤습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홍콩영화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검술액션을 담아낸, ‘무협영화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홍콩에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는 영웅본색’(1987, 오우삼 감독)의 국내 개봉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총 쏘는 남자들의 의리 액션영화들로 을 바꿔 입고 밀려들어 왔던 겁니다. ‘영웅본색을 필두로 첩혈쌍웅’(1989, 오우삼 감독), ‘첩혈가두’(1990, 오우삼 감독), ‘열혈남아’(1989, 왕가위 감독), ‘천장지구’(1990, 진목승 감독) 등이 1편의 성공에 이어 2, 3편까지 만들어지면서 한국 극장가의 단골 레퍼토리가 되었습니다.

 

이름하여 홍콩 느와르영화들이 한국 극장가를 점령하다시피 한 겁니다. 흔히 극장가의 성수기로 일컬어지는 연말연시나 추석시즌, 여름방학 시즌 등에는 어김없이 홍콩 느와르영화들이 줄지어 극장 간판에 걸렸습니다.

원래 느와르(Noir)라는 장르는 1940~1950년대 미국 할리우드에서 암흑가의 이야기를 소재로 만들어내던 액션영화들을 일컫는 데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집니다. 영화를 예술이라고 자부하던 프랑스의 영화비평가들이 미국영화를 다분히 경시하는 듯한 뉘앙스를 담아 붙인 이름이었던 거죠. 그리고 이런 류의 영화가 홍콩에서 만들어졌다고 해서 홍콩 느와르란 말이 생겨났던 것이구요.

 

하지만 홍콩 느와르의 바람은 상상을 뛰어넘을 만큼 무섭게 불었습니다. 이는 비단 한국에서만이 아니었습니다. 일본을 비롯해서 싱가폴과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전 지역으로 확산되었고, 심지어는 유럽과 미국에도 홍콩 느와르의 매니아들이 생겨날 정도였습니다. ‘영웅본색의 주인공 주윤발이 입고 나왔던 롱 코트와 선글라스 패션은 그야말로 아시아 전역의 패션을 선도했습니다. 당시 홍콩과 일본 등지에서는 롱 코트가 없어서 못 팔 지경이었습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도 당시 홍콩 느와르의 열렬한 팬이었습니다. 그의 영화들을 보면 홍콩 느와르의 영향을 받은 듯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당시 홍콩 느와르영화의 주역들이라고 할 수 있는 오우삼 감독이나 임영동 감독 등이 미국 할리우드로부터 을 받아 건너가게 된 것도 바로 이같은 '느와르'의 열풍 때문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영웅본색'에서 성냥개비를 입에 물던 주윤발의 모습을 따라하는 젊은이들이 온 거리에 넘쳐났습니다. '영웅본색'의 주인공인 주윤발과 적룡, 장국영 등은 국내 영화팬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지요. 오죽하면 국내 제품의 광고모델로 주윤발이나 장국영 등이 등장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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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느와르 영화의 영향을 받아 한국에서도 기획 제작된 액션 느와르 영화 '게임의 법칙'에는 당시 전성시대를 구가하던 박중훈(왼쪽)에 이어 오연수(가운데) 이경영(오른쪽)의 캐스팅이 일찌감치 확정됐다.

  

사실 영웅본색이 처음 국내에 개봉되었을 때는 그다지 관객들의 관심을 끌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나온 관객들의 입에서 입으로 홍콩영화 죽인다는 소문이 나면서 재개봉관이나 동시상영관 등에서는 엄청난 흥행돌풍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극장에 이어 당시의 비디오 시장까지 휩쓸었습니다. 극장에서보다 훨씬 더 큰 바람이, 이른바 부가시장에서 터진 겁니다.

 

하지만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이었습니다. 10년 세도 없고, 열흘 붉은 꽃 없다는 말처럼 홍콩 느와르의 바람도 1990년대 초반을 넘어서면서 차츰 사그라들었습니다. 비슷비슷한 영화들의 범람은 결국 자기복제의 덫에 걸려 헤어나오지 못하고 소멸의 길로 빠진 거지요

홍콩 느와르가 사그라들던 무렵, 한국에서는 한국형 느와르를 표방한 영화가 나타났습니다. ‘게임의 법칙’(1994, 장현수 감독)이 대표적인 영화였습니다. ‘영웅본색이나 첩혈쌍웅과는 조금 다르지만 폭력과 어둠의 세계에서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삶을 그린 액션 느와르로 평가받기에 충분했습니다. 범죄와 파멸이 반복되는 암흑가의 이야기를 어둡고도 음울한 영상으로 담아내는 데 성공한 거지요. 다분히 홍콩 느와르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장현수 감독은 게임의 법칙을 내놓기 전에 걸어서 하늘까지’(1992)를 통해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사랑과 갈등을 그리면서 느와르의 전조를 이미 띠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마치 게임의 법칙을 만들기 위한 연습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아무튼 걸어서 하늘까지'가 작품성과 흥행성에서 둘다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두면서 장 감독에게 운신의 폭을 넓혀주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해서 게임의 법칙걸어서 하늘까지보다 진일보한 한국형 느와르의 모습을 갖춰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특히 투캅스의 성공으로 전성시대를 열어가던 박중훈이 주인공으로 캐스팅되면서 영화계 안팎의 기대를 모았고, 박중훈 외의 여주인공 오연수나, 또다른 주인공 이경영 등도 어렵지 않게 합류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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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드라마 '춤추는 가얏고'로 데뷔한 뒤,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활발한 연기활동을 펼쳐온 오연수는 '게임의 법칙'에서 껄렁한 건달 용대(박중훈)를 일편단심 사랑하는 태숙 역을 감칠맛나게 연기했다. 

  

지방의 소도시 세차장에서 일하는 용대(박중훈)는 큰 물에서 웅지를 펴겠다면서 자신을 사랑하는 미용사 태숙(오연수)과 함께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싣습니다. 주먹세계의 대부 유광천(하용수)을 만나 그의 수하로 들어가 멋진 주먹인생을 살아보겠다는 포부를 갖고 말입니다.

 

그런데 기차에서 만난 사기꾼 만수(이경영)에게 사기를 당해 갖고 있던 돈을 몽땅 털리고 맙니다. 빈털터리가 되어 유광천을 찾아 전전하던 용대는 급한 김에 태숙을 포주에게 팔아넘깁니다.

그리고 우연히 위기에 처한 유광천을 몸을 던져 구한 것을 계기로 그의 수하로 들어갑니다. 용대에게 주어진 첫 번째 임무가 유광천의 돈을 떼어먹은 사기꾼 만수를 잡아들이는 것이었는데, 솜씨있게 만수를 찾아내 잡으면서 능력을 인정받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만수는 아킬레스를 잘리는 대가를 치루게 되지요. 그리고 용대는 계속해서 위험한 임무들을 맡게 됩니다. 호스테스가 된 태숙도 여전히 용대를 사랑합니다.

 

유광천은 물불 안가리는 용대를 이용해 조직의 걸림돌인 김검사(유식) 암살을 명령하고, 용대는 그 대가로 받은 돈을 만수에게 주어 도박을 시킵니다. 용대는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는 태숙과 함께 사이판으로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임무를 완수합니다. 만수도 도박에서 큰 돈을 땁니다. 자신의 계획대로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돌아가는 것을 보며 용대는 태숙에게 들떠서 전화를 겁니다. “, 이제 우리는 사이판으로 떠나는 거야라는데, 돌연 조직의 똘마니에게 총을 맞고 쓰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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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법칙'에서 용대 역의 박중훈은 '투캅스'보다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며, 그해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박중훈의 연기는 투캅스보다 훨씬 뛰어났습니다. 당시 어느 비평가는 '칼리토'(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알 파치노와 비교하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박중훈도 자신의 필모그라피 중 게임의 법칙을 늘 자랑스럽게 얘기하곤 합니다. 선혈이 낭자한 채 공중전화박스에 쓰러진 용대(박중훈)의 공허한 눈빛은 강렬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영화를 보고나온 관객들도 대부분 이 장면을 최고의 장면으로 꼽았습니다. 오죽하면 영화의 포스터로 이 장면을 사용했겠습니까.

박중훈은 장현수 감독의 중앙대 연극영화과 후배였던 인연으로 게임의 법칙에 출연하게 됐습니다만 그해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주연상까지 거머쥐었으니 자신의 필모그라피에서 자랑할 만도 합니다.

 

게임의 법칙에는 유난히 중앙대 연극영화과 출신이 많았습니다. 시나리오 작가도 중앙대 연극영화과 출신의 강제규였으니까, 마치 중앙대 연극영화과 출신의 영화인들이 모여 만든 느낌이 들었습니다. 강제규는 잘 알려진 것처럼 훗날 쉬리태극기 휘날리며등을 만든 천만 감독으로 떠올랐지요.

 

이 영화에는 패션디자이너 하용수가 유광천 역을 맡아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그는 원래 하용수는 TBC TV(지금의 KBS TV)의 공채탤런트 출신으로 별들의 고향’(1974, 이장호 감독) 20여편의 영화에서 개성넘친 연기를 펼쳤던 배우였습니다. ‘게임의 법칙에서도 암흑가 보스의 캐릭터를 잘 살려냈지요.

 

지금은 제법 알려진 배우들인 임창정 권해효 조선묵 김부선 장세진 이일재 등이 당시엔 모두 단역배우의 신분으로 잠깐씩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비록 잠깐의 출연이었지만 씬 스틸러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이후의 작품들에서 점차 두각을 나타내는 계기가 되었지요. “작은 배역에 최선을 다해야 큰 배역이 따라온다는 지극히 평범한 영화계의 속설이 증명되었던 셈입니다. (이창세 영화기획 프로듀서/news@isport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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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느와르 영화 '게임의 법칙'의 남녀 주인공으로 출연한 오연수(왼쪽)와 박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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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법칙'의 세 주인공. 왼쪽부터 박중훈, 오연수, 이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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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법칙'에는 '씬 스틸러'들이 많이 출연했다. '장군의 아들'의 김동회 역으로 알려진 이일재(오른쪽)도 조연으로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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