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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무비 스토리] `테러리스트`

기사입력 [2018-01-0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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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Charisma)는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신의 은총이란 뜻을 지닌 단어입니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특별한 능력이나 자질을 의미하는 용어로 많이 쓰이지요. 그래서 일반적인 사람들과 차별되는 특징을 지닌, 그 중에서도 웬지 초인간적인 힘이나 능력이 있을 것 같은 사람들에게 흔히 붙여지는 수식어이기도 합니다. 스크린에서 만나게 되는 배우들에게도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라는 표현을 종종 사용하지요.

 

최민수는 카리스마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배우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그에게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카리스마의 그림자가 어른거립니다. 왜 그럴까요?

 

우선은 그의 출생과 성장 스토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한국 영화계의 전설로 일컬어지는 최무룡과 강효실 부부의 아들로 태어났다는 점, 그리고는 부모의 이혼으로 어린 시절부터 할머니의 손에서 자라나 서울예대에 진학한 뒤 연극 무대로 진출했다는 점, 그리고는 부모의 피를 이어받아 영화와 방송을 오가며 개성넘친 연기를 펼쳐왔다는 점 등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비단 이것만으로 카리스마의 아우라를 갖게 됐을까요?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가 영화와 TV드라마에서 펼쳐보인 캐릭터들이 대부분 강렬했기 때문입니다. 왜 그에게 강렬한 역할이 주어졌을까요? 평소 그의 눈빛과 표정이 펄펄 살아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왜 그의 눈빛과 표정이 펄펄 살아있었을까요? 다시 거꾸로 거슬러올라가 어린 시절부터 거의 혼자 자라다시피한 고독과 반항의 씨앗이 그의 내면에 쌓여져 터뜨릴 때만을 기다리며 꿈틀거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건드리면 폭발할 것 같은 반항아적 기질이 그의 내면에서 발산되어 겉모습에서도 저절로 느껴졌던 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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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에서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경찰관을 지원, 경찰학교에서 훈련 중인 수현 역의 최민수.

   

그의 연극 첫 데뷔무대 방황하는 날들’(1985), 영화 데뷔작인 박봉성 원작의 신의 아들’(1986, 지영호 감독), 그리고 첫 TV 드라마 꼬치미등에서부터 그에게 맡겨진 캐릭터가 한결같이 반항과 거친 인생을 표현해야 하는 작품들이었습니다. 20대의 최민수에게 이런 모습과 기질들이 넘실댔으니, 연기를 거듭할수록 그의 강렬한 이미지 역시 더욱 쎄질수밖에 없었습니다.

 

테러리스트’(1995, 김영빈 감독)는 최민수의 강렬한 이미지를 날 것 그대로 담아낸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최민수는 그야말로 생애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이미 영화에서는 결혼 이야기’(1992, 김의석 감독)헐리우드 키드의 생애’(1994, 정지영 감독) 등으로 캐스팅 1순위 배우로 포지셔닝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방송에서도 MBC TV드라마 사랑이 뭐길래’(1991)엄마의 바다’(1993), 그리고 온 나라를 뒤흔든 국민 드라마 모래시계’(1995)에서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시청자들을 휘어잡고 있었습니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그려낸 모래시계는 당시 방영시간에 맞춰 귀가하려는 시민들로 인해 귀가시계라고 불릴 정도였습니다.

 

이런 화려한 배경을 업고 최민수가 영화 테러리스트에 출연했으니, 영화제작사(선익필름)는 당시 영화관계자들로부터 최민수 혼자 나와서 판토마임을 해도 흥행될 것이라는 부러움을 샀습니다. 그리고 이 부러움은 예상대로 흥행성공으로 이어졌습니다. 34만명 관객동원이라는 대박을 기록한 것인데, 오히려 영화제작사측에서는 기대보다 다소 미흡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내 원성(?)을 사기도 했지요. 최민수의 티켓파워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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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방어라는 죄명으로 수감됐다 출감한 수현(최민수,오른쪽)은 친구 상철(허준호, 왼쪽)의 죽음을 목도, 법에 의지하지 않고 주먹의 힘으로 응징에 나서게 된다.

  

테러리스트는 이현세 원작만화인 카론의 새벽을 영화로 옮겨냈습니다. “우리는 영웅이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로 시작되는 원작 만화는 국가적인 음모와 연관되는 거대한 스케일로 되어 있었으나 테러리스트에서는 폭력조직과 이를 응징하는 주인공의 결단과 행동으로 이야기를 압축시켜 놓았습니다. 이 또한 최민수라는 배우의 카리스마를 십분 살려내기 위한 방안이었습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같은 스케일로 승부하기 보다는 주제를 명확히 하는 사건을 선택하여 주인공의 액션에 집중하는 전략을 쓴 겁니다. 이는 태권도 관장을 지냈을 만큼 무술에 조예가 깊은 김영빈 감독이 이미 장군의 아들시리즈에서 임권택 감독의 조감독으로 액션영화의 내공을 충분히 쌓았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여기에다 한국 액션영화의 무술감독 중 단연 최고로 손꼽히는 정두홍 무술감독까지 가세해 최민수 - 김영빈 - 정두홍의 액션라인을 구축해낸 것도 테러리스트를 한국 액션영화의 수작으로 만든 중요 요소가 되었습니다. 정두홍 무술감독은 무술액션의 지도 뿐만 아니라 액션장면의 연출에도 일가견을 지니고 있어 테러리스트의 액션장면 촬영현장에는 최민수 - 김영빈 - 정두홍등 세 명의 감독이 있었던 셈입니다.

 

특히 테러리스트의 마지막 장면인 패션쇼 무대에서의 액션장면은 이틀밤을 꼬박 새워야 했을 만큼 NGNG를 거듭해가며 공을 들였습니다. 각목과 쇠파이프가 난무하는 이 장면의 촬영에서는 맨 몸으로 액션연기를 펼친 최민수와 많은 연기자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 몸을 사리지 않는 최민수의 부상투혼은 김영빈 감독과 정두홍 무술감독으로 하여금 순간순간 아찔하게도 만들고, 감동시키기도 했다는 탄성이 나오게 했습니다. 그도그럴것이 이 영화를 찍을 때 최민수는 결혼한 지 1년도 안된 신혼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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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학교에서의 훈련 장면을 촬영중인 최민수.

  

영화의 대부분은 오수현(최민수)과 폭력조직과의 대결장면들로 이루어집니다. 여기에 수현의 형이자 엘리트 경찰관인 오사현(이경영)과 정의를 실현하는 방법을 놓고 펼쳐지는 갈등이 덧입혀져 박진감을 더합니다.

 

수현은 경찰학교를 최고의 성적으로 졸업하고 경찰생활을 시작하지만 법과 경찰을 우습게 아는 폭력조직의 오만한 모습에 분노를 느낍니다. 회칼과 쇠파이프로 반항하다가 급기야는 총까지 꺼내드는 폭력배들을 향해 총으로 응수했다가 수현은 과잉방어라는 죄목으로 수감되기에 이릅니다.

출감한 수현은 친구 상철(허준호)과 함께 건설회사에 취직, 새 출발을 시도하지만 건설회사를 탈취하려는 조직폭력배 보스 임태호(독고영재)에게 끌려가 초죽음을 당하게 됩니다. 끝내 상철의 죽음을 막지 못한 수현은 법이 아닌 주먹의 힘으로 뒤틀린 세상을 부수기 위해 고독한 테러리스트로 변신합니다.

 

임태호의 하수인들을 하나둘씩 제거해나가자, 수현의 테러행각이 사회문제화되면서 형 사현의 추격을 받게 됩니다. 사현의 만류에도 수현은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기 위해 임태호의 사옥 신축 기념 패션쇼 무대로 쳐들어가 최후의 결전을 치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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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 주연 배우들. 왼쪽부터 이경영, 염정아, 최민수.

  

김영빈 감독의 선 굵은 액션 연출이 매우 안정감있게 펼쳐집니다. 영화 전체 이야기 중에서 액션장면의 비중이 상당합니다. 자칫 지루할 법도 하지만 여러차례의 테스트 촬영과 또 많은 NG를 보완해가면서 액션 장면을 철저하게 인물 중심으로  카메라에 담아냈습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마치 액션현장에 와 있는 듯한 사실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액션장면을 길게 한 커트로 찍어낸 신옥현 촬영감독의 롱테이크 촬영이 그야말로 빛을 발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최민수 - 김영빈- 정두홍의 액션라인의 미친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막바지 무렵, 최민수가 형의 애인(염정아)에게 형을 잘 부탁한다는 이야기를 마치 유언처럼 남기고 어둠 짙은 거리 속으로 걸어가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색소폰 선율은 진한 여운을 안겨줍니다. 액션영화에서는 좀체로 느끼기 어려운 '울컥'하는 감정에 사로잡히게 하는데, 한때를 풍미했던 홍콩느와르의 비장미를 뛰어넘습니다.

 

최민수는 이 영화에서의 열연으로 그해 대종상과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전성기를 이어갔습니다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는 주로 방송활동에 안주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안정적 연기생활이란 게 최민수와는 잘 안맞는 걸까요? 가끔씩 이런저런 현장에서 폭력을 휘둘렀다는 안타까운 가십이 들려올 때마다 90년대의 최민수가 그리워지곤 합니다. (이창세 영화기획 프로듀서/news@isport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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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러리스트'가 상영중인 1995년 5월 서울 피카디리 극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최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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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의 '최민수- 김영빈- 정두홍' 등 액션라인이 주문하는 액션장면에서 한 커트를 길게 찍는 롱테이크 촬영으로 실감나는 액션장면을 만들어낸 신옥현 촬영감독이 카메라 뷰파인더를 들여다보고 있다. 바로 그 뒤에 김영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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