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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극장] 로맨티스트 배우에서 대체 불가능한 다작 출연 배우로 변신한 이경영

기사입력 [2018-01-0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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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강철비'(양우석 감독)의 시사회에 참석하는 이경영이 여유있는 표정을 짓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영화에는 이경영이 출연하는 영화와 이경영이 출연하지 않는 영화로 나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었습니다. 그만큼 이경영의 출연 영화가 많았다는 얘기입니다.

과연 얼마나 많은 편 수의 영화에 출연했길래 이런 우스개 소리가 나왔을까요? 한 달에 한 번 이상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정도의 열혈 영화팬이라면 스크린에서 이경영을 자주 만났을 겁니다. 2017년 기준으로만 봐도 무려 13편의 영화에 출연했습니다. 영화 개봉 날짜 순서대로 기억을 더듬어보면 이렇습니다. ‘여교사’(14일 개봉, 김태용 감독, 김하늘 유인영 주연)에서 여주인공 혜영(유인영)의 아버지이면서 학교의 재단이사장 역으로 특별출연했습니다.

 

두 번째 출연영화는 재심’(215일 개봉, 김태윤 감독, 정우 강하늘 주연)이었습니다.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을 모티프로 만든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 준영(정우)이 일하는 로펌의 대표 역을 맡았습니다. 그 다음 영화는 2라도 괜찮아’(222일 개봉, 박수영 감독, 장서희 이경영 주연)인데, 여기에서는 여주인공 보미(장서희)의 정신수양을 도와주는 백운도사 역으로 나와 코믹연기를 펼쳤습니다.

네 번 째 영화는 프리즌’(323일 개봉, 나현 감독, 한석규 김래원 주연)이었습니다. 범죄 액션 영화인 이 작품에서 이경영은 교도소의 교정국장 역으로 출연했습니다. 다섯 번째 영화 특별시민(426일 개봉, 박인제 감독, 최민식 곽도원 주연)에서는 광고 속의 신부로 깜짝 출연(특별출연)했습니다.

 

여섯 번째 영화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517일 개봉, 변성현 감독, 설경구 임시완 주연)으로, 이 영화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암흑가 조직의 보스 역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김수현 주연으로 화제를 낳았던 리얼’(628일 개봉, 이사랑 감독, 김수현 이성민 주연)이 일곱 번째 출연작이고, 여덟 번째 출연영화가 군함도’(726일 개봉, 류승완 감독, 황정민 송중기 주연)였습니다.

아홉 번째 출연작은 대장 김창수’(1019일 개봉, 이원태 감독, 조진웅 송승헌 주연)인데, 후배 이선균과 함께 잠깐 등장하는 우정출연이었습니다. 그리고 열 번째 출연 영화가 강철비’(1214일 개봉, 양우석 감독, 정우성 곽도원 주연), 여기에서는 차기 대통령 김경영 역을 맡아 긴장감 넘치는 연기를 펼쳤지요.

 

열한 번째 영화는 지금 흥행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신과 함께- 죄와 벌’(1220일 개봉, 김용화 감독, 하정우 차태현 주연)인데, 이 영화에서는 염라대왕 역의 이정재와 함께 불의 지옥의 오관대왕 역으로 카메오 출연했습니다.

그리고 2017년에 촬영을 모두 마치고 2018년으로 개봉이 미뤄진 게이트’(신재호 감독, 임창정 정려원 주연)에서는 코믹연기를, 그리고 조선 중종시대 경복궁에 나타난 괴물 이야기를 그린 영화 물괴’(허종호 감독, 김명민 이경영 주연)에서는 영화 속의 안타고니스트 심정 역으로 열연을 펼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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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사의찬미'에 홍난파 역으로 출연한 이경영

 

흥미로운 사실은 이렇게 많은 영화에 출연하면서도 짬짬이 TV드라마에도 출연했다는 점입니다. 2017년 여름 안방극장을 강타한 tvN드라마 비밀의 숲’(연출 안길호)에서는 조승우 배두나 유재명 등과 함께 출연했고, 역시 tvN드라마 하백의 신부’(연출 김병수, 신세경 남주혁 주연)에서는 대사제역으로 천의 얼굴의 진수를 보여줬습니다.

 

이경영의 다작 출연 현상은 비단 2017년만의 일은 아닙니다. 1960년생인 그는 1987아다다’(임권택 감독)로 처음 영화에 데뷔했습니다. 그 후 연산일기’(1988, 임권택 감독)구로 아리랑’(1989, 박종원 감독) 등을 통해 개성있는 연기력을 인정받으면서 영화계의 여러 감독과 프로듀서들로부터 출연요청을 많이 받는 조연급 배우로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그는 1990년대 내내 연간 6~7편의 영화에 출연했습니다. 그에게 주어지는 역할도 다양했습니다.

1990년대 초기에는 조연으로 출연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그의 뛰어난 연기력과 현장에서의 성실함까지 더해지면서 빠른 시간 안에 주조연의 위치로 올라섰습니다. 그리고 점차 주연 후보로도 이경영의 이름이 거론되기에 이르렀습니다. 특히 장미희 임성민과 함께 출연한 사의 찬미’(1991, 김호선 감독)에서의 홍난파 역할은 이경영의 진가를 잘 보여주었지요. 영화의 흥행 성공과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은 데 이어 그해 청룡영화상의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면서 바야흐로 대중에게도 연기파 배우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얀 전쟁’(1992, 정지영 감독)은 그의 연기 인생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는 영화로 기억됩니다. 월남전 참전의 후유증을 앓는 변진수라는 인물을 소름돋도록 표현해냈기 때문입니다. ‘하얀 전쟁을 보고 나온 관객들은 어렴풋이 알고 있던 월남전을 그야말로 생생하게, 전쟁의 광기와 공포를 실감나게 느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여기에는 월남전에서 돌아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는 변진수 역을 열연한 이경영의 공이 컸습니다. 당시 정지영 감독은 이경영이라는 배우가 있어 하얀 전쟁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지요.

 

그 후 이경영은 당당히 한국영화계의 주연 배우로 각광을 받았습니다. ‘그 여자 그 남자’(1993, 김의석 감독)에서는 월드스타 강수연의 상대역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 남녀의 애정풍속도를 코믹 연기로 펼쳐냈고, ‘세상 밖으로’(1994, 여균동 감독)에서는 문성근 심혜진 등과 함께 탈옥수의 여정을 비장하면서도 감칠맛나게 그려냈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게임의 법칙’(1994, 장현수 감독)에서는 박중훈과 오연수를 등치는 사기꾼 만수 역으로 나와 아킬레스를 끊기고도는 도박판을 전전하는 밑바닥 인생을 리얼하게 그려냈습니다. 그 외에도 개같은 날의 오후’(1995, 이민용 감독)을 비롯해 코르셋’(1996, 정병각 감독), ‘3인조’(1997, 박찬욱 감독), ‘쁘아종’(1997, 박재호 감독), ‘기막힌 사내들’(1998, 장진 감독) 등등 90년대의 빛나는 한국영화들이 이경영의 필모그라피에 들어 있습니다. 심지어 귀천도’(1997)몽중인’(2002), 두 편의 영화에는 감독으로 메가폰을 잡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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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세상밖으로' 출연 당시.

 

이처럼 하루 스물네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바쁜 90년대를 질주하던 그에게 일생 최대의 시련이 찾아오게 됩니다. 2002년 무렵, 신문방송에서 연일 보도되던 미성년자 원조교제 사건이 그것입니다. 미성년자인 줄 모르고 성관계를 했다거나, 대가성이 있었다거나 하는 등의 뉴스가 한동안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지요. 워낙 품성이 좋은 배우로 알려져 있던 데다가 결혼 1년 만에 이혼하고 독신으로 지내오던 당시의 상황까지 맞물려 영화계에서는 이경영을 연민어린 시선으로 바라봤습니다. 1년여의 재판이 모두 끝난 뒤, 이경영은 한동안 침잠해야 했습니다.

 

후배이면서도 마치 친구처럼 지내오던 김민종이 이경영의 유일한 버팀목이던 시절이 이때였습니다. 김민종은 틈 나는 대로 경기도 일산의 이경영 집으로 찾아가 술잔을 기울이며 위로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연간 6~7편의 영화를 찍던 시절은 막을 내린 것 같았습니다. 언제쯤 배우로 복귀할 수 있을지 또한 불투명했습니다. 당시 방송 3사에는 이경영의 출연금지가 기정사실화 되어 있었으니까요.

3년여 동안 단 한 편의 영화나 TV드라마에 출연하지 못하고 있던 이경영을 끌어낸 영화는 종려나무 숲’(2005, 유상욱 감독)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이 영화의 투자사 중 하나가 KBS였던 터라 하마터면 이경영의 출연이 무산될 뻔 했습니다. 제작사는 고민 끝에 KBS 투자금을 반환하고 영화제작을 강행했지요. 비로소 이경영은 아주 작은 단역이었지만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방송출연은 규제 중이었지만 영화계에서는 이경영을 다시 조심스럽게 카메라 앞으로 불러내기 시작했지요. 한 편, 두 편, 작은 역할로 스크린에 모습을 비치던 이경영은 2011년에 들어서면서 죽이러 갑니다’(박수영 감독), ‘모비딕’(박인제 감독), ‘최종병기 활’(김한민 감독), ‘카운트다운’(허종호 감독) 등의 영화에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이경영은 매년 7~8편의 영화에 출연하고 있습니다. 이름하여다작 출연 배우로 일컬어지고 있지요.그런데 이처럼 많은 영화에 출연하면 식상할 법도 하건만 영화계에서는 여전히 그를 필요로 합니다. ‘대체 불가능한 배우라면서요. (이창세 영화기획 프로듀서/news@isport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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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패션화보 촬영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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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교제 파문으로 오랫동안 마음 고생을 하다가 본격적으로 연기활동을 재개한 영화 '죽이러 갑니다'(2011년, 박수영 감독)의 시사회에 참석한 이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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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스포츠코리아와의 인터뷰 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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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블채널 OCN TV시리즈 `뱀파이어 검사2`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는 이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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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26년`(2012년, 조근현 감독) 언론 시사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는 이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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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해적:바다로 간 산적`(2013년, 이석훈 감독)의 촬영현장에서 사진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해보이는 이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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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소수의견`(2015년, 김성제 감독)의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는 이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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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영이 2015년 7일 오후 서울 중구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진행된 영화 `암살` 레드카펫 행사에서 팬들과 사진촬영을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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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영화 '강철비'(사진/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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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레드카펫 행사에 이상아(오른쪽)와 함께 참석하고 있는 이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