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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무비 스토리] `장군의 아들2, 3`

기사입력 [2017-12-1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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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이전까지 한국영화의 최고 흥행작이었던 겨울여자’(1978, 김호선 감독)의 기록(58만명)을 경신(68만명)장군의 아들’(1990, 임권택 감독)은 지난 번 컬럼에서 언급했듯이 하마터면 이 세상에 나오지 못할 뻔 했습니다. 임 감독은 스스로 “60년대에 저급한 오락액션영화를 많이 찍었는데, 또 이런 영화를 찍자니까 속이 상했다고 털어놓았지요. 제작사(태흥영화)측에서 이번에는 쉬어가는 셈 치고, 그 다음에 제대로 된 영화 만들자는 제안에 마지못해 따랐던 결과로 장군의 아들이 탄생한 겁니다.

 

결국 장군의 아들은 속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영화가 되었습니다. 한국영화 흥행신기록을 세운 영화인데, 어떤 내용을 담더라도 제목 하나만 보고서 관객들이 구름처럼 몰려들 텐데, 제작사 입장에서는 무조건 속편을 제작해야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요즘과 달리 당시 한국영화의 제작과 배급 시스템은, 이른바 지방장사형태로 이루어졌습니다. 어떤 영화를 아무개 배우와 아무개 감독으로 찍겠다고 각 지방의 배급업자에게 알리고난 뒤, 각 지방의 배급업자들이 상영 배급권을 갖는 조건으로 미리 돈을 지불하는 형식입니다. 입도선매 방식인 셈이지요. 그러니까 장군의 아들의 경우에는 지방의 배급업자들이 저마다 돈을 싸들고 서울로 와서 장군의 아들속편의 상영 배급권을 갖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 된 거죠. 제작사 입장에서 보면 시쳇말로 영화를 만들기 전부터 돈을 버는 상황인데, 누가 그런 장사를 마다하겠습니까.

 

그런데 문제는 임 감독이었습니다. 쉬어가는 셈 치고 장군의 아들을 만들자는 게 예상치 못한 대박으로 이어졌으니, 속편을 안 만들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린 겁니다. 사실 장군의 아들은 제작 당시부터 2편 제작을 염두에 두고 찍었습니다. 임 감독의 조감독이었던 김영빈 감독(훗날 김의 전쟁’ ‘테러리스트등을 연출)을 데뷔시키려는 계획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엄청난 흥행기록을 세우게 되는 바람에 제작사나 임 감독 입장에서는 속편의 연출을 조감독에게 맡길 수 없게 되었습니다. 지방 배급업자들이 기대하는 속편은 당연히 임 감독의 연출작이었으니까요. 결국 장군의 아들 2’는 더 이상 오락액션영화를 찍지 않으려던 임 감독의 발목을 붙잡게 되었습니다. 조감독(김영빈)도 감독 데뷔의 기회를 뒤로 미뤄야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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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의 아들 2' 촬영 당시의 박상민.

  

장군의 아들 2’는 전편 때와는 달리 일사천리로 만들어졌습니다. 경기도 벽제의 3천평 부지에 지은 종로 거리 세트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었고, 배우들 또한 대부분 전편에 이어서 그대로 출연하면 되었으니까요. 다만 여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새 얼굴들을 역시 공모 형식으로 선발했습니다. ‘장군의 아들 2’에서는 여주인공 송채환 역을 뽑아야 했는데, 2천여 명의 지원자들 가운데 연극배우 출신의 권소연이 선발됐습니다. 서울예대 연극과 출신으로 두어 편의 연극에 출연했던 것이 전부였던 신인이었습니다. 임 감독은 그녀에게 송채환역을 맡았으니 그 이름을 그냥 예명으로 쓰면 좋겠다고 얘기했습니다. 이렇게해서 여배우 송채환이 탄생했지요.

 

 송채환은 어려서부터 무용을 해왔는데, 가정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무용을 그만 두고 서울예대 연극과로 진학했습니다. ‘장군의 아들 2’ 신인배우 공모 무렵에는 목욕탕에서 때밀이(세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훗날 그녀는 배우 뽑는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일하던 목욕탕 전화로 응모했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2천여 명 중에서 여주인공으로 선발됐으니 신데렐라와 다름 없었습니다. 송채환 외에 20여명의 신인배우들이 추가로 뽑혀서 장군의 아들2’를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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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 왼쪽부터 박상민, 송채환, 이일재, 신현준 등 '장군의 아들2'의 주요 배우들. 사진 아래는 왼쪽부터 임권택 감독, 박상민, 송채환, 이일재.

   

영화는  전편에 이은 이야기로 전개됩니다.일본의 야쿠자 하야시(신현준)패가 장악하고 있던 종로 상권을 되찾은 김두한(박상민)은 하야시패의 실력자 김동해(이일재)마저 쓰러뜨리고 종로의 주먹으로 우뚝 섭니다. 하지만 그를 감시하는 일본형사에의해 붙잡히게 됩니다. 이것이 전편의 마지막 장면이었지요.

 

2편에서는 김두한의 출소 후 활약상을 다룹니다. 영화의 후반부에 이르면 전편의 라이벌이었던 김동해가 어렸을 때 거지시절의 친구였음을 알게 됩니다. 적에서 친구로 바뀌는 두 사람의 구도에는 특히 송채환(송채환)이란 여인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삼각 관계가 은근한 흥미를 자아냅니다. 채환과 김동해가 서로 사랑에 빠지고, 채환을 짝사랑하는 김두한은 괴로워하다가 헌병대와 시비를 일으켜 헌병대 취조실로 끌려갑니다.

 

김두한을 헌병대에서 빼내기 위해 채환이 헌병대장에게 몸을 바치고 홀연히 사라진다는 설정은 그야말로 신파입니다만 의외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합니다. 채환의 헌신에 감동한 종로 상권을 호시탐탐 노리는 하야시패와 일대 격전을 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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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의 아들 3' 촬영 당시의 박상민.

 

장군의 아들2’도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19917월 여름방학에 개봉된 ‘236만명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1991년 한국영화 흥행순위 1위를 기록했지요. 앞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2역시 지방 배급업자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으로(사실은 제작사에서도 3편 제작을 준비했음) 다시 ’3의 제작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결국 장군의 아들은 브레이크 없이 전진만 계속 하는 시리즈영화의 모드로 바뀌었습니다. 1편은 19906, 2편은 19917, 그리고 3편은 19927월에 개봉됐으니까 장군의 아들은 매년 여름방학 시즌에 관객을 만난 셈입니다.

 

3편에서는 여주인공으로 오연수가 등장합니다. MBC TV드라마 춤추는 가얏고’(1990)에서 동양적인 외모로 주목받던 신인이었는데, ‘장군의 아들 3’에서 악극단 가수 장은실 역을 맡아 빼어난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았습니다. 특히 김두한과의 러브라인은 주먹패들의 액션으로 가득한 장군의 아들3‘의 흥미를 배가시켜주는 요소였습니다.

 

장군의 아들 3’의 기둥 줄거리는 김두한의 방황과 재기입니다. 일본 경찰과 하야시패의 장악으로 종로에서 쫓겨난 김두한이 원산과 만주 봉천 등지를 떠돌며 벌이는 결투, 그리고 다시 종로로 잠입하여 하야시패 소굴로 쳐들어가 펼치는 막바지 결투 등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악극단 가수 장은실과의 러브 스토리를 감초로 적절하게 사용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오연수는 임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습니다. 상큼한 외모를 앞세워 청순과 요염의 두 얼굴을 매력적으로 그려냈습니다. ’장군의 아들 3‘에서의 열연은 그녀에게 1992년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신인연기상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영화에서의 인기를 등에 업은 그녀의 행보는 이후 안방극장으로 이어져 승승장구했습니다. MBC TV드라마 아들과 딸‘(1993)KBS TV드라마 남자는 외로워(1994), 그리고 SBS TV드라마 엄마의 깃발’(1995) 등 공중파 방송 3사의 드라마에 연이어 주인공으로 캐스팅되면서 전성기를 구가하기에 이른 거지요.

 

장군의 아들 2,3에 여주인공으로 등장한 송채환과 오연수는 공교롭게도 1998년 같은 해에 결혼했습니다. 송채환은 독립영화계의 실력파 박진오 감독과, 오연수는 손지창과 결혼해 지금껏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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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군의 아들3'의 남녀 주인공 오연수, 박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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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군의 아들 3'의 주인공으로 열연한 박상민, 오연수, 이일재(왼쪽부터).

   

김두한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들이 여러편 있었습니다만 장군의 아들에 필적할 만한 성공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나마 한국 영화계에서는 협객 김두한’(1974, 김효천 감독)을 시작으로 김두한 2’(1975, 김효천 감독) ‘김두한 3’(1975, 김효천 감독) ‘김두한 4’(1975, 고영남 감독) '두한과 서대문 1번지‘(1981, 이혁수 감독) 등의 시리즈가 추억의 영화로 남아 있습니다. 이들 영화에서 눈길을 끄는 점은 김두한 역에는 모두 원로배우 이대근이 맡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여주인공으로는 협객 김두한의 고은아 이후에는 2편부터 계속해서 요즘 뉴스에 오르내리는 미스 롯데 출신의 서미경이 여주인공을 맡았습니다. 그녀는 금호여중에 재학중인 1972년 미스 롯데로 뽑힌 뒤, 한동안 활발한 연기활동을 했습니다만 영화 김두한과 서대문 1번지KBS TV드라마 대명‘(1981)을 끝으로 일본유학을 떠났지요. 당시에 많은 소문이 있었는데요, 198337살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신격호 롯데회장의 딸(신유미)를 출산하면서 그녀를 둘러싼 소문들이 사실로 밝혀졌지요. (이창세 영화기획 프로듀서/news@isport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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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의 아들 3'의 주요 배우들. 왼족부터 신현준, 김해곤, 오연수, 박상민, 이일재, 김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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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의 아들3'의 촬영장에서 대본을 읽고 있는 박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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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의 아들3'에서 악극단 가수 장은실(오연수)의 공연 장면(위에서 첫번째, 두번째 사진)과 객석에서 공연을 지켜보는 하야시(신현준,위에서 세번째 사진). 그리고 역시 공연장에 나타난 일본 헌병대(위에서 네번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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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의 아들'시리즈는 경기도 벽제의 3천평의 부지에 종로 거리 등 세트를 지어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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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장군의 아들 3'에서는 원산 거리와 만주 뒷골목 유흥가 세트를 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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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촬영현장을 지휘하는 임권택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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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의 아들3'의 만주 뒷골목 유흥가 세트에서 촬영을 지휘하고 있는 임권택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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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의 아들' 1,2,3편의 촬영을 맡았던 정일성 촬영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