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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극장] `한국 여배우 트로이카 3세대 이미숙`

기사입력 [2017-12-1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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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왼쪽)이 데뷔 4년만에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영화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1984년,배창호 감독). 오른쪽은 언니 수지 역의 유지인.

 

한국 영화계에는 여배우 트로이카라는 표현이 곧잘 등장합니다. 당대 최고의 여배우 3명을 묶어서 붙인 타이틀입니다만, 참으로 우연하게도 각 시대마다 3명씩의 여배우들이 각축을 벌여 왔습니다. 그래선지 여배우 트로이카의 계보는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한국영화의 황금기라고 일컫는 60년대에 활동했던 배우들 중 전설과도 같았던 1세대 트로이카는 문희 남정임 윤정희였습니다. 70년대에 들어선 2대 트로이카는 정윤희 장미희 유지인이었고, 80년대의 3대 트로이카는 이미숙 원미경 이보희였습니다.

 

배우극장컬럼에서 만나는 이미숙이 바로 한국영화의 재도약을 가져온 80년대 트로이카 중의 한 명입니다. 그녀는 그들 중 가장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합니다. 유신정권의 혹독한 문화 통제로 급속한 침체기를 맞았던 한국영화계는 80년대 들어서면서 다소 숨통이 트이긴 했습니다만, 여전히 군사정권의 서슬퍼런 검열로 영화의 소재가 적잖은 제약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한국영화사에 남을 만한 영화들이 하나둘씩 나타났습니다. 이미숙은 바로 이 시절, 뛰어난 연출력과 의식있는 영화감독들로부터 러브콜을 많이 받았던 배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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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한국영화계를 풍미하던 시절의 이미숙.

  

여고 3학년때(1978) ‘미스 롯데입상을 계기로 연예계에 입문한 그녀는 1979TBC드라마 마포나루를 통해 연기자로 데뷔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해 영화 모모는 철부지’(1980, 김응천 감독)로 첫 영화출연 기록을 남겼지요. 1959년생이니까 스무살 무렵부터 연기생활을 시작한 셈입니다. 그녀에게는 특히 영화계의 출연 요청이 많았습니다. 당시 그녀의 영화 출연 이력이 어느 정도인가 하면, 정확하게 결혼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출연한 영화 두 여자의 집’(1987, 곽지균 감독)까지 무려 26편의 영화에 출연했습니다. 신성일 김지미 등이 자신들의 출연 영화제목조차 잘 알지 못할 정도로 겹치기 출연이 많았던 1960년대의 한국영화계에서나 가능할 법한 기록입니다. 7~8년 동안 26편의 영화에 출연했다는 건 일년 내내 어떤 영화에든지 출연하고 있었다는 얘기와도 같습니다.

 

1984년 어느 신문에서는 한 해의 영화계를 결산하는 기획기사를 게재했는데, “한 해 동안 최다 출연한 여배우는 고래사냥’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바람난 도시’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그대 눈물이 마를 때5편에 출연한 이미숙이라고 씌어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미숙은 3대 트로이카 배우들 중에서도 가장 활발한 연기활동을 펼쳤습니다. 그렇게 다작 출연임에도 그녀의 출연 영화들 중에는 흥행대박영화웰메이드 필름이 제법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이미숙이라는 여배우를 관객들에게, 그리고 영화관계자들에게 뚜렷하게 각인시킨 영화로는 고래사냥’(1984,배창호 감독)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그리고 겨울나그네’(1986, 곽지균 감독)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특히 배창호 감독과 만나 두 편의 영화(고래사냥,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를 함께 작업한 과정들은 그녀에게도 배우란 무엇인가를 자문하며 각성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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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MBC TV 드라마 '장미빛 연인들'의 제작발표회에 나선 이미숙.

  

최인호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고래사냥은 신군부 정권에 맞서는 민주화운동이 한창이던 시절, 어디론가 탈출하고 싶은 젊은이들의 심정을 속시원하게 대변해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이미숙은 사창가에 팔려온 벙어리 처녀 춘자로 나왔습니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왕초거지(안성기)와 짝사랑에 실패한 병태(김수철)가 사창가에서 그녀를 구출해 고향으로 데려다주게 되는데, 이 여정을 함께 하면서 벙어리 춘자는 관객들에게 단박에 어필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청순하고 풋풋했습니다. 연민의 정을 와락 느끼게 하는 벙어리 춘자 역의 연기는 배창호 감독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던 것 같습니다. ‘고래사냥이 서울에서만 43만명이라는 엄청난 흥행 성공을 하자마자 배 감독은 곧바로 다음 영화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의 촬영에 들어갔는데, 이 영화에 이미숙을 연이어 여주인공으로 캐스팅했으니까요.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1982년 한국일보에 연재됐던 박완서의 장편소설을 영화로 옮긴 작품입니다. 6.25당시 헤어진 두 자매가 각각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후, 우여곡절 끝에 만나는 과정을 밀도있게 다루었습니다. 다분히 신파적인 내용입니다만 배창호 감독은 힘있는 연출로 고급스런 품격의 멜로영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최루성 드라마를 과장하지 않고 절제한 것이 오히려 감정을 고조시켰습니다. 여기에는 여주인공 오목 역의 이미숙의 열연이 단단히 한 몫 합니다. 그녀는 비극적인 여주인공 오목의 운명을 때로는 억척스럽게, 때로는 안타까우리만치 순응하는 모습으로 그야말로 절절하게 연기해냈습니다. 앙상한 얼굴에 생기라고는 하나도 없는 눈빛으로 언니 수지(유지인)를 바라보는 이미숙의 표정이 커다란 스크린에 비쳐질 때, 관객들은 조용히 손수건을 꺼내 눈가를 훔쳐야 했습니다. 물론 상대 배우들인 안성기 유지인 한진희 등도 열연한 때문이기는 하지만 남편 일환(안성기)이 탄광 갱도에서 주검이 되어 나오는 마지막 장면에서 이미숙은 생애 최고의 명연기를 펼쳐냈습니다.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주검이 되어 나오는 남편을 보고 넋이 나간 오목(이미숙)은 평생 자신을 모른 체 했던 언니(유지인)의 멱살을 잡고 절규합니다. “남편을 살려내라,,, 이 대목에서 극장 안은 온통 훌쩍이는 소리로 가득해졌습니다.

 

이미숙은 이 영화로 데뷔 4년만에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를 찍던 1984년 한 해 동안 그녀가 모두 5편의 영화에 출연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이후 이미숙은 더욱 바빠졌습니다. 그리고 또 한편의 영화 겨울 나그네를 만납니다. 젊은 연인들의 이루지 못한 사랑 이야기를 담아낸, 전형적인 멜로영화였습니다만, 겨울 나그네의 여주인공 다혜(이미숙)는 청순과 비련의 이미지를 상큼하게 구축해냈습니다. 오죽하면 당시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쓰였던 데미스 루소스의 팔로우 미'(Follow me)가 장안의 히트곡으로 떠오른 게 이미숙 때문이라는 얘기까지 나왔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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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KBS 연기대상 시상식 포토월에 선 이미숙.  

 

흥미있는 사실은 이처럼 80년대 한국영화계의 히로인으로 왕성한 행보를 보이던 그녀가 두 여자의 집’(1997)을 끝으로 영화와 방송 등에서 홀연히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한동안 영화계에서는 그녀의 공백을 너무나 안타까워했습니다. 몇몇 영화감독은 그녀의 남편(홍성호 성형외과 전문의) 병원을 찾아가 출연 요청 읍소를 했을 정도였지요. 그래도 소용없었지요. 그녀를 더 이상 영화와 TV에서 볼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10년 후, 그녀는 홀연히 사라질 때처럼 느닷없이나타났습니다. 1998IMF로 온 나라가 어수선하던 시절,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컴백하는 그녀의 소식으로 영화계는 술렁거렸습니다. 여동생의 약혼자와 사랑에 빠지는 주부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정사’(이재용감독)에 대한 세간의 관심도 덩달아 비등했지요. 감성 풍부한 그녀의 연기는 세월의 무게를 더해 원숙미를 보여주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 의식없이 병석에 누워있는 아버지에게 아버지,,,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어요라고 읊조리는 장면은 소름이 돋을 정도였습니다. 이미숙의 스크린 컴백은 완벽하게 성공했습니다.

 

그후 그녀의 배우로서의 행보는 거침없었습니다. 지금까지 말입니다. ‘단적비연수’(2000, 박제현 감독) ‘베사메무초’(2001, 전윤수 감독)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2003,이재용 감독), ‘여배우들’(2009,이재용 감독) ‘특종-량첸 살인기’(2015, 노덕 감독) 등의 영화와 수많은 TV드라마에서 그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녀의 인생에는 배우이기 이전에 한 여인으로서 곡절의 순간들도 적지 않게 있었습니다만 그녀는 언제나 배우라는 이름으로 견뎌냈습니다. 그리고 일어섰습니다.

 

재미있는 비밀(?) 하나, 공개합니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말더듬는 버릇을 갖고 있었습니다. 물론 정신을 집중하고 연기할 때는 나타나지 않지만, 슬픈 일이나 기쁜 일 등 갑작스러운 흥분상태에 이르면 간혹 입술 경직으로 말 더듬는 버릇이 나오기도 한답니다. (이창세 영화기획 프로듀서/news@isport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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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제29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레드카펫을 밟고 식장으로 들어가는 이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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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드라마 '사랑비'에서 열연하는 이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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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은 2012년 '장자연 사건'에서 파생된 전 소속사 대표와의 고소고발사건에 연루되어 서초경찰서에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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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이 미야케 패션쇼(2011년) 무대에 선 이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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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SBS TV드라마 '자명고'에 출연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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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MBC TV드라마 '에덴의 동쪽'의 출연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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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의 스크린 컴백으로 화제를 낳았던 영화 '정사'(1998년, 이재용 감독)에 출연한 이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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