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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무비 스토리] `있잖아요 비밀이에요`

기사입력 [2017-09-26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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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좋아하는 팬들은 하이틴 영화라는 표현에 익숙하실 겁니다. 70년대 무렵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이 장르의 표현은 10대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뤄 10대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였던, 다분히 한시적인 장르였습니다. 이런 하이틴 영화70년대 군사독재정부 시절(유신시대)에 자행된 문화예술공연에 대한 가혹한 검열에서 벗어기 위한 방편으로 제작되기 시작했습니다. 정치적인 이슈나 사회 비판 메시지를 담은 영화들에 대한 서슬퍼런 검열이 자연스럽게 남녀간의 사랑이야기나 액션영화들의 제작에 눈을 돌리게 했던 거죠.

당시 새롭게 개정된 영화법은 영화사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해서, 문화공보부(현재 문화체육관광부)의 허가를 받아야만 영화를 제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말하자면 국민의 기본권이 국가 위기상태에서는 유보-축소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강력한 이중검열을 실시했던 겁니다. 자연스럽게 영화계에서는 검열의 가위질이 별로 미치지 않을 소재의 영화들에 눈을 돌리게 됐습니다. 역설적으로 이 시기에 별들의 고향’(1974, 이장호 감독)을 비롯해 영자의 전성시대’(1975, 김호선 감독), ‘겨울여자’(1977, 김호선 감독) 등 비극적 여주인공의 인생여정을 다룬 완성도 높은 영화들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하이틴 영화들도 바로 이 시기에 붐을 이뤄 제작됐습니다. 10대 청소년 시절의 방황과 풋풋한 첫사랑 등 말랑말랑한 이야기들을 스크린으로 옮겨놓았는데, 대부분 흥행에서도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당시 유행하는 가요들을 제목이나 주제가로 사용한 것도 10대 관객들의 감수성을 한껏 자극하는 요인이 됐습니다. 50대 이상의 영화팬들은 대부분 기억할 진짜 진짜 잊지마진짜 진짜 미안해’(1976, 문여송 감독) 이덕화 VS 임예진표 영화여고졸업반’(1975, 김응천 감독), ‘고교얄개’(1977, 석래명 감독) 등 하이틴 영화들이 봇물터지듯 쏟아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하이틴 영화의 붐은 70년대 중후반에만 한시적으로 반짝하고 사라졌습니다. 이후 10여년 동안에는 눈에 띄는 하이틴 영화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하이틴 영화가 주목을 받기 시작하게 된 건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1989, 강우석 감독)부터 입니다. 입시지옥에 내몰린 학생들의 실상과 고민을 담아낸 이 영화의 성공 이후, 여러 감독과 제작사에서 하이틴 영화들을 기획 제작하게 됐던 거죠.

있잖아요 비밀이에요’(1990, 조금환 감독)도 이 연장선상에서 기획 제작된 영화입니다만, 이 영화에서는 무엇보다도 연예계의 이상적인 부부상중의 하나로 꼽히는 최수종 하희라의 연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뇌종양으로 시한부 삶을 사는 여고생이 교생실습 나온 대학생 교사를 사랑하는, 다분히 신파적인 내용의 영화입니다. 교생실습 나온 대학생 교사가 최수종, 그 선생님을 사랑하는 여학생이 하희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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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공학인 고등학교에 교생실습을 나온 박준형(최수종)은 학교에서 못말리는 말썽꾸러기로 유명한 혜나(하희라)의 노골적인 애정공세에 당황합니다. 박준형의 대학 선배이자 담임인 오선생(이경영)도 혜나의 이같은 좌충우돌형 혜나의 행동을 눈 감아 줍니다. 혜나는 박준형의 집 앞에 꽃바구니를 갖다 놓기도 하고, 그의 약혼녀에게 자신이 박준형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거짓말도 아무렇지 않게 합니다.

같은 반 학생들도 오선생이 유독 혜나에게만 관대한 것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고, 박준형도 오선생의 이같은 편애에 대해 비판합니다. 이 와중에 혜나와는 앙숙이지만 일등을 도맡아하는 모범생 진희(신양희)가 갑자기 쓰러져 학교에 못나오게 되는 일이 벌어집니다. 혜나는 짐짓 겉으로는 잘된 일이라고 얘기하면서도 진희를 걱정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진희에게 신장을 이식하기로 결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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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나(하희라)의 저돌적인 애정공세에 당황하게 되는 교생 실습 교사 박준형(최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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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혜나(하희라)는 자신의 병을 감춘 채, 짐짓 말썽을 피우는 학생처럼 행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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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종은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여주인공 하희라와 사랑에 빠져 결혼에 이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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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촬영 장면에서 최수종에게 애교를 부리는 학생 역의 엑스트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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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생 실습 나온 대학생 교사 박준형(최수종)은 단연 여학생들의 인기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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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의 촬영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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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절의 하이틴 영화들이 그러하듯이 있잖아요 비밀이에요역시 영화의 기본적인 톤 앤 매너10대 청소년들의 발랄한 모습들과 유머 넘치는 대사들로 가득합니다. 그러다가 혜나가 시한부 삶을 살고 있음이 밝혀지는 영화의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마치 관객을 울리려고 작심(?)한 듯 신파 모드로 전환합니다. 19907월 여름방학 때 개봉되었던 터라 굉장히 많은 학생들이 극장을 찾았는데, 이 신파 모드에 대부분 빠져듭니다. 여학생들은 손수건깨나 적시며 눈물을 흘렸지요.

특히 쏟아지는 빗 속에서 혜나와 박준형 선생이 만나는 마지막 부분은 있잖아요 비밀이에요의 클라이맥스 장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기에서는 햇빛촌의 히트곡 유리창엔 비가 배경으로 깔리면서 신파 분위기를 절정으로 끌어올립니다. 혜나의 신장 이식 결심을 전해들은 박준형이 혜나 엄마를 찾아가 수술을 반대하지만 혜나의 결심을 꺾을 수 없음을 알고 낙심하여 집으로 돌아오는데, 자신의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혜나와 만나는 장면입니다 

낮부터 내린 비는/ 이 저녁 유리창에/ 이슬만 뿌려놓고서/ 밤이 되면 더욱 커지는 시계 소리처럼/ 내 마음을 흔들고 있네/ 이 밤 빗줄기는 언제나/ 숨겨놓은 내맘에 비를 내리네/ 비오는 아주 많은 시간들 속을/ 헤메이던 내 맘은 비에 젖는데/ 이젠 젖은 우산을 펼 수는 없는가

 

이 영화에 출연할 때, 혜나역의 하희라는 21살이었습니다. 1984년 열다섯 살 때 KBS TV ‘고교생 일기로 데뷔할 때부터 예쁘기도 했지만 출중한 연기력으로 방송관계자들의 사랑을 흠뻑 받았습니다. 하희라의 연기력이 어느 정도였는가는 그녀의 수상이력에서 잘 나타납니다. 데뷔한 지 2년만에 KBS TV 대하드라마 노다지에서의 열연으로 연말 우수연기상을 수상한 데 이어, 1988년에도 ‘’하늘아 하늘아에서 혜경궁 홍씨 역할을 기막히게 해냄으로써 연거푸 우수연기상을 수상했습니다.

있잖아요 비밀이에요에서도 연기는 단연 압도적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 배우들과 함께 출연했지만 군계일학의 배우였다는 평가를 들었습니다. 짝사랑 상대로 나온 교생 역할의 최수종이 바로 이 영화에서 하희라에게 풍덩빠져버린 것이었으니까요. 얼마전에 세상을 떠난 원로배우 고 김영애(혜나 엄마)도 촬영을 마치고나서 조금환 감독에게 어린 애가 어쩌면 저렇게 야무지게 연기하는지, 아유! 물건 되겠어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답니다.

영화를 보고 하희라에게 매력을 느낀 팬들 중에는 의외로 여학생의 수가 상당했습니다. 그만큼 하희라에게 대리만족을 느낀 여학생들이 많았다는 증거겠지요. ‘있잖아요 비밀이에요에서의 이같은 하희라의 인기 상승과 영화 흥행 성공으로 조금환 감독은 그해 8월 극장 종영과 동시에 있잖아요 비밀이에요2’의 연출의뢰를 받고, 곧바로 속편 촬영에 들어갔습니다. 결국 있잖아요 비밀이에요2’4개월 후인 19911월에 개봉됐습니다. 그야말로 속전속결로 속편을 찍은 셈입니다. (이창세 영화기획 프로듀서/news@isport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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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틴 영화답게 '있잖아요 비밀이에요'의 촬영에는 여러 연기학원에서 배우지망생들이 엑스트라로 많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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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역으로 출연하는 엑스트라들에게 연기 지시를 하고 있는 조금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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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의 촬영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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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환 감독은 '있잖아요 비밀이에요'의 성공으로, 곧바로 속편 촬영에 들어가 4개월만에 '있잖아요 비밀이에요2'를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