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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기암] 중종의 첫째 왕비 단경왕후의 애뜻한 그리움 담긴 치마바위

기사입력 [2018-11-12 17:58]

한양도성 인왕산 구간은 기암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자하문쪽에서 성곽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정상 아래쪽에 가파른 바위가 보인다. 바위 아래부분에 요철처럼 홈이 패여 위아래로 쭉쭉 뻗어있는 데 마치 치마의 주름처럼 보인다고 해 치마바위로 불린다.

 

조선시대를 다룬 TV사극에서 궁에서 쫓겨난 왕비가 인왕산에 올라 왕이 볼수 있도록 바위위에 치마를 넓게 펼치던 장면이 방영된 적이 있다. 이 치마바위는 그 비운의 왕비가 치마를 펼치던 곳이라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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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비중 가장 오래동안 왕비 자리를 지킨 이는 영조의 비 정성왕후다. 무려 33년간 왕비 자리를 지켰다. 반면 가장 재위기간이 가장 짧은 왕비는 중종의 첫째 왕비인 단경왕후로 단 7일간에 불과했다. 그것도 왕비 즉위식을 하지도 못한채 폐위되어 궁에서 쫓겨난 비운의 왕비다.

 

단경왕후는 연산군의 처남인 신수근의 딸로 12세 되던 해 연산군의 이복동생으로 훗날 중종이 된 진성대군과 혼인했다. 1506년 중종반정으로 아버지 신수근이 반정파에 의해 살해되는 와중에 왕비가 되었으나 반정파에 의해 역적의 딸로 지목돼 7일만에 폐위되어 사저가 있던 인왕산 아래 사직골에 기거했다.

 

중종과의 사이는 좋았고 어쩔수 없이 단경왕후를 내보내야 했던 중종은 왕후를 그리워하며 종종 경회루에 올라 단경왕후가 있는 인왕산 자락을 바라보곤 했다.

이말을 전해들은 단경왕후는 경복궁이 바라보이는 인왕산 정상 아래 바위에 붉은 치마를 펼쳐놓고 중종에 대한 그리운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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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바위는 아찔한 바위 절벽이다. 바위 위에 서면 멀리 경복궁이 한눈에 들어온다. 

  

단경왕후는 이후 50여년을 더 살다 71세 때 세상을 떠났다. 종종도 단경왕후를 그리워했다고 전해지지만 생전에 두사람은 단 한번도 만난 기록이 없다. 종종이 말년에 단경왕후를 비구니로 위장시켜 궁으로 불렀다는 야사만 전해진다. 단경왕후는 죽은 후인 1739년(영조 15)에 왕후로 복위되었고 경기도 양주군 장흥면 일영리에 있는 온릉에 잠들어 있다.

주인공들은 떠났지만 애뜻한 사랑이 깃든 바위는 남아 그날 그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김순근 전문기자/chimak61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