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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 `변강쇠와 옹녀길`이 있다?

기사입력 [2017-11-0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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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강쇠와 옹녀는 판소리 여섯마당중 변강쇠 타령에 등장한다.  남쪽 남자인 변강쇠와 북쪽 여자인 옹녀가 만나 질펀하게 놀다가 말년에 지리산 자락 등구 마천에 정착한다.

 

이 등구 마천이 실제 존재한다. 경남 함양군에서 지리산 백무동으로 가는 최단코스인 마천면으로 가기위해 넘는 오도재(773m)를 넘어가면 등구마을이 있다. 현재 40여가구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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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재 아래 등구마을 입구 마을표지석.

 

등구마을 입구에 수령 400년이상의 느티나무가 서있다..jpg

등구마을 입구.

 

등구마을. 변강쇠타령에서 변강쇠와 옹녀가 등구 마천에정착한 것으로 나온다..jpg

산비탈에 위치한 등구마을. 현재 40여가구가 살고 있다.

 

그런데 이 마을에는 변강쇠와 옹녀 대신 다른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옛날 이금달이라는 마을 처녀가 있었는데 자신을 흠모하는 머슴이 자신과 잠자리를 했다는 헛소문을 내자 목을 매 죽었다. 이후 마을에 좋지않은 일들이 잇따라 발생하자 주민들은 고을 원님을 찾아가 사연을 얘기한 뒤 원님은 마을 입구에 ‘이랑금달 창절비’를 세웠고, 이후 마을은 평온해졌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이 비석은 현재 마을입구 수령 400년 이상된 느티나무 옆에 있다.

 

오도재는 지금 도로가 개통되어 자동차가 다니지만 옛날엔 험준한 산길.  지리산 등구 마천에 정착한 변강쇠와 옹녀도 당연히 이 오도재를 넘나들었을 것.

함양읍에서 오도재로 진입하면 오른쪽에 오도재 주막이 있는데,이 주막 뒤편에 변강쇠와 옹녀의 가묘가 있어 화제. 누군가 조성한 이 묘 입구에는 변강쇠와 옹녀의 끈끈한 사랑을 말해주듯 밑둥이 붙은 층층나무 연리목도 있다.

이곳에서 오도재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정상 바로 아래에 변강쇠와 옹녀의 성(性)을 장승에 빗대 해학적으로 표현한 소위 ‘변강쇠 공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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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강쇠와 옹녀 가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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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강쇠와 옹녀 묘 가는 길 입구의 층층나무 연리목.

 

변강쇠로부터 수난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벽송사 목장승.JPG

변강쇠에게 수난을 당했다고 전해지는 벽송사 목장승.

 

오도재를 넘어 마천면으로 내려가는 왼쪽에 변강쇠와 옹녀가 정착한 것으로 나오는 등구마을 표지석이 있고  이곳에서 멀지 않는 칠선계곡 입구 벽송사에는 변강쇠에게 봉변을 당했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장승이 있다.

게으른  변강쇠는 땔감을 해오라는 옹녀의 잔소리에 집을 나와 술만 마시다가 주변에 있는 장승들을 뽑아 집으로 가져가 도끼로 패 땔감으로 사용했는데, 벽송사에 있는 장승중 1개가 이때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장승이라는 것. 이 장승의 머리부분이 도끼에 패인 듯 심하게 부서져 있고 불에 그을린 흔적도 있다. 

 

믿거나 말거나. 아무튼 지리산 오도재에서 벽송사로 가는 길은 변강쇠와 옹녀의 발자취를 따라 가는 ‘변강쇠와 옹녀’ 테마길이라 할만하다. (김병현 기자/chimak61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