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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망초와 광복절, 그 엉뚱한 인연

기사입력 [2017-08-0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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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망초)

8월은 휴가철이지만 일제 강점기로부터 해방된 8.15 광복절이 있는 달이다. 올해로 72주년을 맞는 광복절을 맞아 의미있는 꽃을 찾아 떠나보자.

우리가 관심있게 봐야할 8월의 꽃은 국화과의 개망초와 망초다. 둘다 19세기말 우리나라에 들어온 북미산 귀화식물로 모양은 거의 같다.

보통 꽃이 군락을 이루면 구경꾼들이 몰리는데 개망초는 흔한 잡초여서 그런지 군락을 이뤄도 관심을 끌지 못한다. 오히려 이곳저곳에 씨앗을 마구 날려보내 귀한 꽃 가꾸는 화단에 훼방꾼으로 눈총을 받고 있다.



<국운 기우는 구한말 들어온 귀화식물>
개망초가 조금 일찍 6~8월에 피고 망초는 7~9월에 피는데, 요즘은 비슷한 남미산 큰망초, 실망초도 들어와 관련 학자가 아니라면 정확히 구분하는건 의미가 없다. 보통 여름까지는 개망초, 가을에 피어있으면 망초라고 해도 무방한데 대부분 그냥 개망초라고 부른다.

개망초와 망초는 여름을 전후해 전국 어디서나 흔하게 볼수 있는 꽃이다. 도시나 시골의 빈 땅에는 어김없이 개망초가 피어난다.

구한말인 19세기말 망초가 조금 일찍 들어왔고, 이어 일제 강점기때 개망초가 일본에서 들어왔는데, 일본에서 온 탓에 ‘왜풀’이라고도 한다.

구한말 개화기때 망초가 먼저 조선땅을 밟았다. 망초는 강한 생명력을 바탕으로 전국으로 퍼졌는데, 여름이 되니 작은 꽃들이 피어났다.
그런데 이 이름모를 꽃이 피면서 조선의 국운이 급격히 기울고 제국주의 열강들이 다투어 영토 및 이권 쟁탈전을 펼치자 이 꽃이 들어오면서 나라가 망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했을법도 하다. 그래서 나라를 망하게 한 꽃이라하여 ‘망국초’로 불리었다가 망초가 됐다고 전해진다. 어쩌면 망초는 “네탓이오!”의 피해자라고 할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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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망초는 잡초인탓에 군락을 이뤄 대규모로 꽃을 피워도 환영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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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국화과여서 자세히 보면 작은 꽃이 앙증맞고 예쁘다) 



<일본서 들어온 탓에 '개망초’로>
이후 일제가 조선을 강점한후 전국에 철도 등 다양한 토목사업을 펼치기 시작했는데 이때 또다른 망초 씨가 들어와 전국적으로 퍼졌고 특히 일제가 놓은 철로변을 따라 개망초들이 많이 폈다.

개나리, 개살구, 개다래, 개복숭아 등 보통 앞에 ‘개’자를 붙이면 급수가 떨어지는 것을 의미하는데, 나라를 망하게 한 ‘망초’에 ‘개’자를 더한 것은 일본에서 온 탓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처럼 여름을 전후해 우리 주변에 흔하디흔하게 피는 개망초에는 나라 잃은 민초들의 설움과 원망의 마음이 담겨있다. 때문에 72주년 광복절을 맞아 주변 개망초 군락지를 찾아 이름의 유래를 떠올려보는 것도 의미있다.
그리고 망초와 개망초에게도 광복을 안겨줘야 하지않을까. 하필 그때 조선땅을 밟았을뿐인데...
(김순근/여행작가 · sk4340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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