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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기암] 뛰어봐야 손바닥안., 세상담은 손바닥 바위

기사입력 [2018-05-25 23:30]

‘우물안 개구리’란 말이 있다.

좁은 우물에서 벗어나면 더 큰 세상이 펼쳐진다는 뜻이다.

그 바닥에서 날고 뛰는 자라 할지라도 그 영역을 벗어나면 자신보다 뛰어난 고수들이 많음을 알고 겸손하라는 말이다.  

 

이와 비슷한 속담이 ‘부처님 손바닥 안’이다. 둔갑술 등 요술을 부리며 세상 무서운줄 모르는 날뛰던 손오공이 구름을 타고 쏜살같이 달아난 곳이 결국 부처님 손바닥 안인 것을 알고 크게 뉘우쳤다는 중국 4대 기서중 하나인 서유기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것 역시 결국 겸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런데 이 부처님 손바닥을 연상케 하는 바위들이 있다.

대표적이 것이 충북 단양군 황정산 중턱에 원통암에 있는 칠성암이다. 화강암 암벽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암자 오른쪽에 특이한 바위가 우뚝 솟아있는데, 그 모양이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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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산 칠성암

     

바위 아래에 받침대 역할을 하는 밑돌이 놓여있고 그 위에 20여m 높이의 바위기둥 일곱개가 가지런히 세워져 있는데, 마치 석공이 깎아 놓은듯 정교해  신 단양 8경에 속한다.

 

이 바위를 멀리서 보면 마치 부처님의 손을 연상시켜 ‘부처님의 손’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칠성암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거대한 손바닥 속에서 손오공이 열심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거대한 모습이 떠올려진다.  

 

경북 문경의 대야산(930m)은 산악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산이다, 그렇게 높지은 않지만 기암과 암릉이 많고 로프를 이용해야하는 직벽코스 등 위험한 바위구간도 많아 산행에 특히 조심해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 대야산 정상으로 가는 길목에 주민들이 부처님 손바닥바위라고 부르는 바위가 있다. 백두대간 구간이기도 한 이곳은 밀재에서 직벽으로 된 바위를 올라가다보면 탁트인 전망과 땀을 식히게되는 휴식 공간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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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야산 손바닥바위

 

인근에 소나무 한그루가 외로이 서 있는게 보이는데, 소나무가 뿌리를 내린 곳이 바위위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 바위는 손바닥 모양의 거대한 바위이고 그 손아귀 안에 소나무가 자라고 있는 형상이다.

순간 소나무가 손오공으로 느껴지고, 손오공이 재 아무리 요술을 부려봐야 결국은 '부처님 손바닥 안'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내가 아무리 잘났든 그 바닥에서만 통하는 것이요, 조금만 영역을 확장하면 수많은 고수들이 포진해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우주를 생각한다면 지구는 한점에 불과할 것이고, 그곳에 사는 인간들은 손바닥같은 좁은 세상에 살고 있는 것과 같은데, 모두들 제잘났다 여기며 세상 무서운줄 모르고 설치며 살아가다 보니 소위 갑질 세상이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래봤자 부처님 손바닥안’. 이 말에서 우리는 자신을 무시한다는 느낌 대신 겸손을 먼저 떠올려야 하겠다. (김순근 전문기자/chimak6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