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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 사람이 우선인 길

기사입력 [2017-08-22]

 

            사람이 우선, 자동차는 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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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세가지 길이 있다고 한다.
자동차길, 자동차가 못다니는 길, 사람도 다니는 길

 

해안 전망이 좋다는 남해안 해안도로를 뚜벅뚜벅 걸었다.
자동차가 다니는 길과 사람도 다니는 길을 번갈아 가며..
잘포장된 구불구불 2차선 자동차 길엔 도통 사람길이 없다.
도로 실선밖 좁은 공간을 이용해 조심조심 걸어가는데
달려오는 자동차는 웬 불청객이냐는듯

요란하게 엔진음을 토해내며 지나간다. 

 

자동차가 주인인 길이기에
커브길에서도 속력을 줄이지않아
차가 도로 밖으로 뛰쳐나갈 듯이 달려올땐
깜짝 놀라 풀섶으로 황급히 뛰어들고
나를 발견한 자동차도 놀란 듯 급히 안쪽으로 방향을 튼다.
 
도로엔 황색 중앙선을 중심으로 좌우 끝에 실선이 그어져 있다.
실선 안은 자동차가 주인인 셈이다.
실선밖 공간이 사람의 영역인데
우리 도로는 사람의 영역엔 너무 인색하다.
아예 다니지 말라는 듯 좁다못해 없는 곳도 흔하다.

 

길은 도로(道路)다. 
사람이나 동물 또는 자동차 등이 지나갈 수 있게

땅 위에 낸 일정한 너비의 공간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길의 주인도 바뀌었다.
옛길은 사람이 우선이었다.
옛길이 사람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면
도로라 불리는 지금의 길은 자동차를 위해 만들어졌다.
그래서 도로엔 사람을 위한 배려가 전혀 없다.
오히려 사람이 가서는 안되는 금단의 공간이 됐다.

 

도보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길에

고속도로 변에 내걸린 공익광고판이 눈길을 끈다.
‘사람이 우선, 자동차는 차선’

 

차선은 다음을 뜻하는 차선(次善)이란 뜻도
자동차가 지켜야할 도로에 그어진 차선(車線)이란 뜻도 있지만
사람을 우선이라 굳이 강조한 것은
사람보다 자동차가 우선인 세상이기 때문 아닐까.

 

구호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길에 사람이 우선인 공간을 넉넉히 만들자.
그래야 사람이 우선, 자동차는 차선이 된다. 
언제인가는 모르지만
사람이 우선인 안전한 길에서 마음껏 걷고싶다.
(김순근/sk4340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