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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 자작나무숲

기사입력 [2017-07-13]

일상과의 이별

나무를 태울 때 ‘자작자작’ 소리내며 탄다고 하여 자작나무로 불리게 됐다는 나무.
잿빛 또는 암갈색 껍질의 ‘보통나무’들 속에서 돋보이는 하얀 껍질로 인해 동양인속 서양인처럼 단박에 눈길을 사로잡는 나무.
겨울이면 더욱 하얗게 변한 껍질들이 탈피하듯 벗겨지는 모습에 마치 백색병에 걸린 나무인양 피하던 기억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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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는 혼자보다 무리 지어야 특유의 은빛이 살아난다.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의 자작나무숲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자작나무 군락지로 사시사철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명소가 됐다.

자작나무숲은 일상탈출이다.
30여분을 임도와 산길을 걸어가며 만나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풍광들에 익숙한 사이 나타나는 파격적인 장면이다.

자작나무숲과의 만남은 일상에서 완벽히 벗어날때의 느낌이다.
하얀 껍질을 온몸에 두른 자작나무는 이방인처럼 낯설지만

숲을 이루니 은색의 향연이 펼쳐지고, 이국적인 정취가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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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가릴 듯 쭉쭉 뻗은 나무들은
부동의 차렛 자세로 도열해 있는 하얀 제복의 사관생도처럼 멋지고 기품 있다.
그래서 자작나무숲을 찾는 사람들은 이색적인 풍광에 감탄하며 사진 찍기에 바쁘다.
카메라 셔트만 누르면 작품이 되고, 자신들만의 CF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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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는 이파리가 떨어져 나목이 되고 껍질이 더욱 하얗게 변해 얇은 껍질이 허옇게 벗겨지는 겨울이 더 운치있다.
특히 눈이 내리면 자작나무의 하얀 껍질이 흰눈에 반사되어 더욱 은빛을 띤다.

자작나무숲을 찾는 사람들이 놓치기 쉬운 것이 하나있다.
자작나무에 감동을 불어넣어준 영화 ‘닥터 지바고’다.
영화에서 연인을 태운 수레가 달릴 때 끝없이 펼쳐지던 새하얀 자작나무숲, 
기차가 자작나무숲을 헤치며 달리던 장면,

수선화꽃밭과 어우러진 자작나무 등은 생소한 나무인 자작나무를 우리 기억속에 깊이 각인시켰다.

그것도 가슴아련한 러브스토리와 함께.

인제 자작나무숲길에선 음악을 들어보자.
영화 ‘닥터 지바고’의 OST ‘라라의 테마’와 드라마 ‘모래시계’의 OST이기도 한 러시아 민요 ‘백학’
음악을 켜는 순간 자작나무숲이 오케스트라가 되어 기억에 오래 남을 아름다운 연주로 되살아날 것이다. 김병현(news@isportskorea.com)